<전체>
우물속 그림 확대^^
다섯방울의 꿀에 취하여 - 인생의 비유
나그네 한 사람이 끝없이 펼쳐진 벌판을 걷고 있었다.
가도 가도 인가가 보이지 않고 길도 없는 벌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그네 앞으로 코끼리 한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집채만한 코끼리가 단숨에 밟아 죽일 듯한 기세로 달려오는 것을 보고 나그네는 기를 쓰고 달아났다.
그러나 무작정 달린다고 해서 코끼리를 피할 수는 없었다.
겁에 잔뜩 질려 달아나던 나그네는 다행히 우물을 발견하였다.
마침 그 우물은 비어있었고 우물 안으로 넝쿨이 한 줄기 드리워져 있었다.
나그네는 재빨리 넝쿨에 매달려 우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사나운 기세로 뒤쫓아오던 코끼리는 좁은 우물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서 우물 주변을 맴돌았다.
일단 꼬끼리로부터 몸을 피하게 된 나그네는 넝쿨에 매달린 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조금 있다가 우물 속을 휘둘러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위를 보니 검은 쥐와 흰 쥐가 넝쿨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그네가 목숨을 의지하고 있는 그 넝쿨은 조금 있으면 곧 끊어져 밑바닥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우물 안 벽에는 독사 네 마리가 사방에서 나그네를 향하여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고, 또 밑바닥에는 무서운 독룡이 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노려보고 있었다.
나그네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려움에 떨다가 우물 밖으로 다시 나가려고 위를 쳐다보았다.
코끼리는 보이지 않고 우물 입구 쪽에서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불꽃이 튀는 것이 보였다.
들불이 일어나 사방을 휩쓸고 있었다.
어느 쪽으로도 몸을 움직여 볼 엄두가 나지 않아 나그네는 그저 넝쿨 한 줄기에만 매달려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에선지 꿀물 다섯 방울이 나그네의 입술에 똑똑 떨어졌다.
그러자 그 달콤한 꿀맛에 나그네는 지금까지 그에게 닥쳤던 모든 두려움과 괴로움을 잊고 꿀물이 떨어져내리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꿀벌 집이 있었다.
나그네는 입을 벌리고 꿀물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때에 나무가 흔들리는 바람에 꿀벌들이 놀라서 날아다니며 나그네의 얼굴과 머리를 쏘았다.
넝쿨을 잡고 있는 손을 놓는다면 아래로 떨어져 독룡에게 잡아먹힐 것이며, 벌을 피하느라 몸을 움직였다가는 독사에게 물릴 것이다.
또 그렇다고 해서 성난 코끼리와 타오르는 들불 때문에 우물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니 나그네의 괴로움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었다.
이 이야기는 불설비유경(佛說譬喩經)에 나오는 인생에 대한 비유로서, 사람이 살아가는 참 모습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가르침이다.
이 비유에서 나그네는 인생 그 자체를 말하며 황량한 벌판은 빛이 없이 길고 캄캄한 밤(무명장야(無明長夜)을,
코끼리는 무상(無常)함을,
우물은 나고 죽은 일(生死事)이 험난한 이 세상을,
한 줄기의 넝쿨은 또 우리의 생명을 각각 뜻한다.
그리고 검은 쥐와 흰 쥐는 밤과 낮을,
독사 네 마리는 우리의 육신을 이루고 있는 네 요소인 지(地)·수(水)·화(火)·풍(風)의 사대(四大)를,
꿀물 다섯 방울은 재물, 애욕, 음식, 명예, 수명의 오욕(五欲)을,
벌은 사(邪)한 생각을,
등불은 늙고 병듦을,
독룡은 죽음을 각각 상징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삶의 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릇된 생활에 빠져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그것은 마치 이 이야기에서처럼 우리 중생들은 우물 속의 그 무시무시한 고통은 생각하지 못하고 꿀물의 달콤함에 취하여 정신을 잃은 나그네와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