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 - 천양희
▲신작시
일생 동안
수도승 톨로토스는
일생 동안
한 번도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죽었고
그다음 날
에토스산 정상에 있는
수도원으로 보내진 뒤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어 수도승으로
일생을 살았다
그 수도원은
여자나 동물이라도 암컷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 관습 때문인지
그는 일생 동안
여자를 한 번도 못 본 채
여든 살에 세상을 떠났다
삶 속에는
왜 그런가요?
물을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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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나의 지병
내가 세상에 와
가장 후회하는 일은 언제나
후회한 뒤에야 반성한다는 것
후회는 후퇴할 생각이 없는데
무슨 수로 내가 한때
강이나 노을
돛단배나 물결이 되고 싶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놓친 것이 많아 나는 그만
나 자신이 되고 말았다고 말할 수밖에
그럴 때마다
낭패한 심정으로
서쪽을 오래 바라보았다
지는 해도 갈바람도 서쪽으로 기울고
나도 따라 기울었다
기울다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지금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 와
다시 후회하는 일은 또
후회를 반복한다는 것
후회는 반성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데
무슨 수로 내가 한때
무지개나 높새바람
솔숲이나 언덕이 되고 싶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늦은 것이 많아 나는 그만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대책 없는 심정으로
인파를 오래 바라보았다
나도 사람이라 가끔
단 오초라도 후회없이
지나갈 수 없을까 생각하였다
생각하다 뒤돌아보았다
뒤돌아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후회는 오랜 나의 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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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1940년 부산출생. 196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마음의 수수밭』,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너무 많은 입』, 『새벽에 생각하다』, 『지독히 다행한』, 『몇 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 등.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청마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