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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양도성'답사기-
-언제:2014.01.01
-어디로:일산->경복궁역(3호선)1번출구->환경운동연합->
종로도서관->사직공원->인왕산->자하문->
부암동->인사동->안국역
묵은해가 가고
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날,조선왕조 500년의 기상이 서려있다는
서울 인왕산에 올랐습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풍수지리학적으로 북악산 좌측 낙산 방면이 좌청룡,
우측 인왕산이 우백호를 이루며
앞으로는 남산과 한강,
그 너머에 화기를 머금은 관악산이 우뚝선 지세로
조선을 세운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함께 이곳에 와서
인왕산의 산세와 북한산 등을 둘러보고 도읍을 정한 곳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약18km에 이른다는 서울성곽길의 공식 명칭은 '한양 도성'입니다.
성곽길을 따라 난 이 탐방로를 걷는 매력은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개발됐던 서울 도심 한복판에
비밀의 정원과도 같은 숲과 계곡을 발견하는 새로움과
도성을 따라 펼쳐지는 서울의 전경을 조망하면서 세월과 역사,
그 안에 켜켜히 쌓인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 입니다.
한양도성을 따라
인왕산 산정에 서서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니 과연
왜 하필 이곳을 최고의 명당지로 보고
조선이 천도를 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일산 백석역에서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경복궁역 1번 출구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이정표를 따라 가다 보면 한양도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는데도
밀양 송전탑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경복궁역에서 내려 잠시 옆길로 새 환경운동연합을 들러갑니다.
선거때마다 환경파괴세력들에게 몰표를 던지면서도
매번 당하기만 하는 이 우매한 민심이
이번 기회를 통해 통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건망증적 몽상 속에서 생태계가
인류에게 봉사하는 것들을 간과하기 쉽다.
생태계는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편익들이 없다면 인간에게 남은 삶은 험난하고 짧을 것이다."
-에드워드 윌슨,<생명의 다양성>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배화여대 방향으로 인왕산 산책로 이정표가 보입니다.
초행길이었지만 길찾기가 수월했습니다.
새해 첫날 휴일이라서 그런지 거리가 한산합니다.
사직 파출소를 지나 좌회전을 하면 종로 도서관이 나옵니다.
도서관을 지나면 사직단과 사직공원입니다.
사직공원에 있는 신사임당 상
사직공원에서 인왕산으로 가는 이정표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영화,<최종병기 활>에서
황학정 활터
'우백호'에 속하는 인왕산이라 곳곳에 호랑이상이 세워져 있는데
사직공원을 지나 이곳 삼거리에 저 호랑이상이 있습니다.
호랑이 머리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여 약150미터 정도 오르면
인왕산으로 오르는 성곽길이 나타납니다.
'백호'면 흰색으로 해야하는데
그 잘난 황금만능주의는 백호를 '황호'로 덧칠해놓았군요.
삼거리 호랑이상을 지나면 본격적인 한양도성 탐방길이 시작됩니다.
성곽은 조선의 수도였던 서울 사대문안 도심을 빙둘러
네개의 산,북쪽의 북악산,서쪽의 인왕산, 남쪽의 남산, 동쪽의 낙산,
내사산이라고 일컫는 이 네개의 산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양도성 성곽길은 운동화만 신어도 쉽게 오를 수 있는 탐방로입니다.
새해 첫날은 누구에게나 알 수없는 기대와 설렘이 있습니다.
언 땅을 디디고 성곽 너머 새해 첫날의 희망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탐방객.
인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탐방로
한양도성 탐방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청와대 방면으로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성곽을 따라 난 한양도성 탐방로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 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 나태주, <바람에게 묻는다>
새해 첫날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새해 첫 기적>
한양도성 탐방로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성곽이 옛 도심을 둘러싼 네개의 산능선을 따라 쌓여서
서울의 무차별적인 개발 속에서도
산에 있는 성곽들이 그런대로 잘 보존돼 있습니다.
북악산 품안에 포근히 안긴 청와대가 보입니다.
최고의 명당터에 자리 잡았는데
어찌 저 청기와집에만 들어가면 구중궁궐이 되어
불통이 되는건지 알다가도 모를일입니다.
국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지난 대선 불법 개입으로
명백한 부정선거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이라도
시민 사회의 요구인 특검을 받아드리고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여
불통의 대통령에서 소통의 대통령이 되면 참 좋을텐데
공권력을 동원하여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막고
과거 유신시대의 행태를 보인다면
언젠가는 그 화를 스스로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지난 역사를 통해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랍니다.
범바위에서 바라본 인왕산 정상
범바위에서 인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탐방로는
황톳길로 이어집니다.
조선이 개국과 함께
지금의 저 서울 도심으로 수도로 정하면서,
정도전은 이 수도를 철저한 유교적 원리에 따른
계획도시로 건설했습니다.
제일 먼저 한 것이 종교시설을 만드는 것이었고
불교국가 고려와 전혀 다른, 유교국가 조선을 개국하면서
유교의 종교시설인 종묘와 사직을 지었습니다.
종묘는 선왕의 위패가 모셔진 곳이며
사직은 농경사회의 신인 땅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지내던 곳이었습니다.
종교시설을 만든 후 지은 것이
저 서울 도심 한복판 정부청사 앞에 보이는
정치공간인 경복궁이었습니다.
경복궁을 지으면서 이어서 쌓은 것이 바로 이곳 군사방어시설,
곧 성곽이었습니다.
인왕산에서 내려다본 새해를 맞은 서울 도심
철계단이 설치된 범바위
일제 강점기 때 일본놈들이 인왕산 호랑이들을 잡아들였다고 하는데
그 이전까지는 인왕산 호랑이가 저 바위위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포효했을법한 위용이었습니다.
도성을 쌓으면서 태조 때는 전국 팔도에서 약 12만명이,
세종 때에는 32만명의 백성들을 동원해서 축성했다는 기록이 있고
사망자만 몇천명이고 부상당한 이들은 그 몇배로
도성에는 이런 우리 민족의 땀과 희생이 고스란히 배어있습니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부터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
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빛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
-오세영,<새해 새날은>
이 성곽을 산 위의 석성, 평지의 토성으로 처음 쌓은 이는
조선을 개국하고 천도한 태조 이성계였으며
그리고 그 다음,성곽을 석성으로 전면 보수한 이가
조선의 국가 체제를 전면 정비했던 세종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백성이 아닌 군사들을 동원해서
정방형의 돌로 반듯하고 튼튼하게 대대적인 정비를 한 왕이
병자호란 이후 청의 간섭에서 살짝 비켜서 있던 숙종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방 후 개발로 훼손된 성곽 복구에 나선 인물이
일본군 장교(다까키 마사오) 출신이라는 굴레를 벗고자
전통문화재 복구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
크게 이렇게 4차례에 걸쳐 성곽이 만들어지고 고쳐졌습니다.
도성을 따라 걸으면 바로 이 네 시기마다 서로 다르게 쌓인 성곽의 모습이
세월의 나이테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데
바로 이런 역사의 흔적을 되새기며 걷는 것이
한양도성 성곽길 트레킹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왕산 정상으로 오르는 탐방로에서 바라본 한강
왼쪽으로 여의도 63빌딩이 조망됩니다.
인왕산 정상부근의 이정표
인왕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울특별시
옛날 옛적엔 호랑이가 살았다던 인왕산은
산 아래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금껏 이곳에서
지켜 보았을 것입니다.
한양도성 너머 무악동 홍제동 일대와 멀리 은평구 일대가 조망됩니다.
인왕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산 보현봉과 칼바위 능선
천만 인구가 모여사는 초고밀도의 도시 서울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치열하게 살면서도 그나마 건강을 유지하고
사는 비결은 바로 도심 가까이에 이처럼
오르기 좋은 산이 있기 때문일것입니다.
2014년 새해 첫날의 서울 사대문안이 도심 풍경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나라 내수 경기가 살아나서
웃는 날이 많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인왕산 산정에서 내려다 본 경복궁
인왕산에서 자하문으로 내려오는 산길에서
남산을 마주하고 꿋꿋이 겨울을 견디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납니다.
새해 첫날의 날씨는 춥지않고 포근했습니다.
성곽위의 쌓인 눈이 묵은해의 먼지를 닭아내려는 듯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문득 지난해 읽었던 천명관 장편소설<고래>의
한 대목이 생각났습니다.
"인생은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한양도성은 인왕산 정상에서 내리막을 향하다
북악산 사이의 부암동으로 이어집니다.
인왕산 정상에서 창의(자하)문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살아생전 인왕산 자락에서 시정을 다듬었다는
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서울 도심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인왕산을 내려오면 만나는 부암동
부암동
Art for Life....
부암동 꼭대기에 있는 백사실 계곡은
올 여름에 다시 가볼 예정입니다.
산모퉁이 카페 내부
산모퉁이 카페 야외 테이블
아침 동해에서 떠오른 새해 첫 해는
분주했던 하루의 피로탓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서둘러 서산을 넘고 있습니다.
부암동 갤러리 카페
산을 내려와 부암동에 들러 차한잔을 마시고
허기를 달래려 인사동으로 왔습니다.
벌교꼬막을 맛보기 위해 들른 남도음식점 '여자만'은
예년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올라있었습니다.
새해에도 걱정없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하루 하루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하루 하루를 즐기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인사동
인사동 저잣거리의 저녁 풍경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이수익,<그리운 악마>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의 벽화
인사동의 저녁길을 거닐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일산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특별시를 떠나 서울의 변방인 일산으로 갑니다.
많은 계획을 세우고 설렘으로 시작했던 묵은 한해가 덧없이 저물고
또 이렇게 새로운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의 균등함으로 한해의 끝날과 새해의 첫날은
별반 다를바 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늘'에게 새해 첫날로 의미를 부여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맞으려는것은
모든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새해 첫날은 묵은 날과는 분명히 다른 날입니다.
어제의 낡음과 묵음을 혁신한
새로움을 감추고 있는 새날이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해야 할 무엇'보다 '하고 싶은 무엇'을 찾는데
더 집중하여 이성으로 욕망을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이성을 욕망의 지배 아래 두면서
욕망의 힘이 주도권을 쥔 열정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600여년전,
인왕산에 올랐던 무학대사와 정도전의 그 절박했던 심정으로!!
회원여러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글,사진:윤선한
좌절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만의 역사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인생을 통찰 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길로 들어선다.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사람만이 물결의 세기를 알 수 있다.
- 쇼펜하우어, <희망에 대하여> 中
첫댓글 윤선한님의 괘적과 글에서 풍류도인의 멋이 흐르고 있습니다. 진정한 풍류는 풍류아니 곳에서 ...... 언제 동행한번 하시죠
법무사님 과찬 고맙습니다.새해에는 월1회 근교산행 하려고 합니다.파주쪽 산행계획 잡히면 미리 상의드리겠습니다.
복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두루 형통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