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오다. (1)
황지은
“남편이 간다고 해도 네가 말렸어야지!!”
“이미 결정했다니 조심해서 잘 다녀와.”
시애틀 사는 딸네 집 다니러 간다니 친구가 걱정부터 앞세워 말했다. 남편이 수술한 것을 뒤늦게 알고 염려하여 회복기이니 아직 이르다며 가지 말기를 권했다. 철없는 아이 나무라듯 나를 지청구 한 그 친구는 어릴 때부터 허물없는 사이니 그럴 만하다. 미국은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어 재감염 유행이 예상된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남편은 다녀오자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코로나로 항로가 막혔던 국제선 비행기가 일부(20%) 재개 되었다. 시애틀은 직항이 하루에 한번 있다. 저가항공이 사라져 예전에 비해 값이 거의 두 배다. 그나마 조금 저렴한 표가 있었는데 망설이다 보니 사라졌다. 외국에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거의 3년간 보지 못하여 나간다는 것이었다. 방학을 앞두고 있어 가격이 계속 오른다니 티켓팅 하였다. 미루면 다음은 또 다른 사정이 생길지 모르니 할 수 있을 때 하는 편이 옳다는 생각이다. 여행자보험을 코로나도 보장되는 것으로 들고나니 마음이 조금 덜 위축된다.
해외로 나가려면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미국은 영문으로 표기된 백신 접종증명서와 출국 하루 전에 한 코로나검사 음성 확인서가 필요하다. 백신 접종한 병원과 동네 이비인후과에 가니 해결 되었다. 예전에는 건어물, 고춧가루 등 각종 먹거리를 바리바리 싸갔었다. 지금은 입국심사가 까다로울 수도 있고 우리도 힘이 부쳐 기내가방만 준비했다. 미국에서 시애틀은 아시아에서 제일 단거리인데 그래도 10시간이 넘는 비행이다. 옷차림은 편하고 단정하게 입었다.
인천공항 카운터에서 좌석을 배정받으니 뜻밖에 비지니스석 다음으로 비싼 자리다. 유료좌석이 남아 선착순 혜택을 받은 것 같다. 의자 사이 공간이 넓은데다 둘만 앉는 자리다. 장거리 비행에 큰 행운이어서 감사했다.
시애틀공항 도착하여 기내 가방만 들고 바로 나오니 첫 번째로 심사대에 섰다. 미국은 입국수속이 까다로운데 간단한 질문으로 통과되었다. 화물 짐이 없어 그런가 싶다. 예전에 직항이 없는 도시로 환승해서 갈 때는, 입국 심사에 대기하는 줄이 길면 다음 비행기를 놓칠 새라 잔뜩 긴장하여 마음을 졸였었다. 이번에는 마중 나온 딸이 깜짝 놀랄 만큼 우리가 제일 먼저 나왔다.
한국보다 시차가 16시간 느리다. 시애틀에 도착해도 집에서 출발하던 때와 날자는 같다. 하루를 번 셈이다. 공항에서 딸집으로 가는 길은 신록이 푸른 가로수가 울창하게 서있다. 차창으로 스쳐가는 풍경에 열대우림 같은 숲이 보인다. 딸이 시애틀 오기 전 살았던 거친 황야 피닉스와 완전 상반된다. 무어라 형용키 어려운 감회가 잠시 들었다 사라진다. 그 곳에서 본 사와로 선인장이 기억 속에 잠긴다. 영원할 것 같은 순간도 지나고 보면 찰나다. 인생길에 지나치게 일희일비 할 것이 없다.
시애틀은 산과 호수가 많은 지역이다. 딸네 집 가까이에 숲이 울창한 공원과 호수가 있다. 경관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사람들이 카약을 타기도 하고 낚시도 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즐기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다. 딸이 아버지도 낚시하시라며 낚시허가증을 받아왔다. 바다, 강, 호수에서 1년간 낚시할 수 있는 비용이 70달러이다. 낚시 대는 두 개만 사용하고 크기와 잡은 종류, 마리수를 기재한다.
공원에 나무숲 아래 온통 고사리 밭이다. 고사리대가 한창 예쁜 시기인데 꺾으면 자연훼손으로 벌금을 물린다니 그림속의 떡이나 진배없다. 일일이 조사하지는 않아도 법을 어긴 경우가 적발되면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려 자연적 지키게 된다.
남편이 고등학생 손자에게 용돈을 주었다. 통장에 넣어 학생카드를 만들어 쓴다 하여 함께 은행에 갔다. 직원 외에 손님은 우리뿐이다. 은행 안이 너무 조용하여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은행창구에서 직원을 통하면 수수료가 발생하여, 대부분 기계를 이용하거나 인터넷으로 한단다. 인건비가 비싸니 그런 것 같다.
현재 시애틀에서 6월 초순. 한국의 초가을 날씨다. 밤 9시에 해가 지니 낮이 길다. 저녁 먹고 집 근처 호수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겨도 어둡지 않고 훤하였다. 공원에는 우리나라 소나무 비슷한 나무가 하늘높이 자라 숲이 울창하다. 그 사이에 난 산책로 지나 호수다. 매일 걷기만 하여도 자연 삼림욕이니 남편 건강이 좋아지겠다. 공기가 좋아 코로나에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나설 때는 장거리 여행이 무모한 도전이 될까봐 두려웠다. 와서 보니 오기를 정말 잘 했다. 인생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니 어차피 모험이다. 나이가 들어도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두려워말고 하는 편이 좋겠다. 지금 마음이 더없이 편안하다. (2022.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