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불교계의 천도재 - 무엇이 문제인가?
1. 천도요건 갖추지 못해 천도 어려워
천도재는 대부분의 사찰에서 많이 지내고 있지만 실제
로 천도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천도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은
① 천도할 영가(靈駕)를 천도법석에 데려와야 하고
② 지장보살님을 모셔 와서 천도허락을 받아야 되며
③복위자는 영가의 이름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등 천도에 상응하는 공덕을 지어주어야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천도재는 기
본적으로 부처님께서 주관해 주셔야 하고, 붓다 이루신
분이 집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 현행 천도재를 영가를
데려올 수도, 천도시킬 수도 없다.
사정이 이와 같으니 지장보살님께서 천도재를 집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말씀해 주셨다.
"한 번도 마음이 다른 데로 가지 않고 일심으로 《지장
보살본원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청정 비구"라야 한다는 것이다.
(1) 현행 천도재는 영가를 수배하여 데려오지 못한다.
천도를 시키려면 천도할 영가를 법석에 데려와야 한다.
의사에게 환자를 데려 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천도
의 대상이 되는 영가는 저승에 못들어가고 중음계를 떠
도는 무주고혼 영가와 삼악도(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
진 영가로 나눌 수 있다.
중음계의 무주고혼(귀신) 영가는 죄를 많이 짓기 때문
에 천도재를 집전하는 스님들이 블러도 잘 오지 않는다.
오래된 영가일수록 신통이 늘어 도망을 잘도 다닌다. 아
주 땅 속이나 물 속 깊숙이 숨어 버린다.
지옥(아귀포함)에서 벌 받고 있는 영가는 지장보살님의
허락 없이는 불러올 수 없다.
축생영가의 경우, 지구 전체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축
생들 중에 내 부모 조상의 영체가 들어있는 축생을 찾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찾았다 한들 무슨 수
로 영체를 끄집어내어 올 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천도재를 집전하는 스님들이 엄두도 못 낼 일
이다. 영가수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중음계의 귀신영가를 몇 명 불러온다고 해서 영가 수배
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2) 천도 법석에 지장보살님을 모셔올 수 없어 천도를
시키지 못한다.
천도는 영가수배 보다 더 어렵다. 영체가 지닌 죄업의
과보를 끊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천도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명부를 관장하고 계시는 시방여래불 지장보살님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열시왕의 특별재심도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천도재를 집전하는 스님은 지장보살님과 열시
왕을 법석에 모셔올 수 있는 법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장보살님은 무량겁 전에 붓다가 되신 큰부처
님이시다. 붓다의 반열에 들지 않고서는 지장보살님을 만
날 수 조차 없다.
그러므로 천도시킬 법력을 갖추지 못한 스님이 집전하
는 천도재에서 천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래
를 쪄서 밥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드물긴 하지만 최소한의 천도자격을 갖춘 스님이 특별
히 지장보살님의 가피를 입을 경우 약간의 제한적인 효
과를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천도는 부
처님께서 주관해 주시고 불과 이룬 큰스님이 집전해야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2. 영혼체를 부정하면서 천도재를 지내는 논리적 모순
지금 불교계에서는 "무아(無我)"를 잘 못 해석하여 윤
회의 주체로서 영혼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윤회
의 주체가 없이도 윤회할 수 있다든가, 식(識)이 윤회한다
든가, 윤회를 오온의 흐름으로 본다든가 하는 등 온갖 희
한한 논리를 다 동원하고 있다.
윤회주체가 없어도 된다는 것은 불교를 부정하는 논리
다. 그리고 윤회주체가 애매모호해서도 안 된다.
윤회는 분명한 주체가 있어야 하고, 행위를 한 자와 과
보를 받는 자가 확실한 동일성을 가져야 한다. 이는 인과
법의 대원칙이다. 그 주체가 바로 영혼체다.
무아이론은 윤회주체가 없어야 한다는 논리가 결코 아
니다. 무아는 현상세계의 "실체 없음"과 해탈계의 "나라
는 생각" 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해탈적멸계의 진아를 부정한 개념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교종단에서는 영혼체의
존재를 공식 부인하면서도 산하사찰에서는 천도재를 많
이도 지내고 있다. 무슨 논리로, 무엇을 천도시키려고 지
내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3. 천도재의 진정한 의미 변질 - 상업화 문제
근간 우리나라 어느 사찰의 343일 천도재(49재x7회)가
물의를 빚어 천도재의 상업화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
른 적이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천도재에 대한
인식이 잘못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행 천도재는 단순히
비용을 받고 천도 의식만 해주면 되는 것으로 지나치게
형식화 되어 있다. 실제로 천도여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천도재를 집전하는 스님도,
의뢰한 복위자도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손쉽게 비용을 받고 얼마든지 천도
재를 지내줄 수 있는 상업화의 여건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천도재의 본질은 부처님의 우주적 구원력으로 돌아가신
부모, 조상님의 영혼체를 고통의 세계에서 건져내어 안락
한 곳으로 보내주는 데 있다.
실질적인 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효행이라는 불교의 중심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어찌 상업화의 문제가 끼어들 여지가 있겠는가?
4. 천도 못 시키면 죄업 짓고 사찰만 오염 될 뿐
천도재는 위에서 살펴본 대로 영가의 수배에서부터 천
도에 이르는 전 과정이 붓다의 법위가 아니고서는 실제
로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많은 절에서 천도재의 실체를 모른 채, 너무나 쉽게
천도재를 지내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첫째, 천도 능력 없이 천도재를 지내는 것은 죄업을 짓
는 일이다. 둘째, 영가(영혼체)들의 탁기로 인한 사찰의
오염문제다. 천도재를 많이 지내는 사찰의 경우 영가를
불러만 놓고(일부 무주고혼영가) 천도를 시키지 못하여
청정해야 할 사찰이 영가들의 탁기와 악취가 가득한 사
찰이 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셋째, 영가 장애의 우려다.
천도의 기대를 잔뜩 가지고 온 영가들이 천도되지 못하
면 감정이 좋을 리 없다.
그런 영가들이 절에 남아서 인연 있는 사람에게 영가장
애를 일으킬 우려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피해는 해당 사찰의 스님과 신도들에게 고스란
히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