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이 사원수를 창안한 이유는 수를 이용하여 삼차원 공간을 묘사하기 위해서였다. 삼차원 공간이라면 세 개의 축이 필요하므로, 네 개의 요소가 필요한 사원수는 군더더기가 될 것만 같다. 이번에는 사원수를 어떻게 계산하며, 특히 삼차원 공간에서 회전을 나타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삼차원 공간

데카르트(Rene Descartes)가 좌표를 발명한 것은 기하 문제를 수의 조작을 통해 다룰 수 있게 하여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수학이 가능하게 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기하 문제는 순전히 기하적인 조작만으로 다루었기에, 이해하기도 힘들고 증명은 더욱 힘들었다. 뉴턴(Isaac Newton)의 프린키피아(Principia)도 모든 설명을 유클리드 기하의 여러 사실들을 이용하여 하고 있어서 현재의 지식으로는 오히려 읽기가 대단히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좌표의 개념은 수학자들에게 새로울 뿐 아니라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그러나 좌표를 이용하여 삼차원 공간의 다양한 변환을 나타내는 것은 꽤나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었다. 특히 회전변환을 나타내는 식은 대단히 복잡하여 수학자들을 괴롭혔다. 해밀턴이 사원수를 만든 목적은 이런 변환을 대수적인 조작을 통하여 다루기 위함이었다.
먼저 사원수를 이용하여 삼차원 공간의 한 점을 나타내기 방법을 알아보자. 삼차원 공간은 세 개의 축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원수 가운데 세 개의 요소만 있으면 된다. 지난 회에 실수와 두 개의 허수 단위로는 삼차원 공간을 묘사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므로, 사원수의 네 단위 1, i, j, k 가운데 삼차원 공간을 묘사하는 데 쓰이는 것은 i, j, k의 셋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좌표 (a,b,c)인 점은 사원수로는 0+ai+bj+ck = ai+bj+ck가 된다. 대학에서 배우는 미적분학이나 미분기하학에서, 삼차원 공간의 직교하는 세 축을 i, j, k로 나타내곤 하는 것도 여기서 유래하였다.
이렇게 나타낸 점을 평행이동하는 것은 아주 쉽다. 예를 들어, 점 (a,b,c)를 x, y, z 축 방향으로 각각 p, q, r만큼 옮긴다면, 그냥 (ai+bj+ck)+(pi+qj+rk)=(a+p)i+(b+q)j+(c+r)k가 된다. 사원수 자체의 연산으로 본다면, 실수부가 0이 아닌 경우도 다음처럼 같은 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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