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복권 이야기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새해 벽두부터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는 것이 있다. 뭐냐 하면 복권 당첨 상품인데, 며칠 전에 복권발행회사에다 전화를 걸어서 주소를 알아낸 후부터이다. 당첨이 된 것은 장뇌삼으로 회사에서 자사 상품을 광고하면서 내건 상품이다. 이것을 마음 설레며 기다리는 것이다. 꼭 제품이 당첨이 된 것 때문은 아니다. 나도 복권이라는 것에 당첨되었다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게도 행운이 찾아왔다는 엄연한 사실에 놀라며 신기하게 여긴 것이다. 이런 것이나마 언제 당첨이 된 적이 있었던가.
실로 행운을 맞이하기는 처음인 것이다. 당일 아침 배달된 신문을 펼쳐드니 그 속에서 낯선 흰 봉투 하나가 뚝 떨어졌다. 그것에는 큰 글씨로 ‘행사 사은품’이라고 쓰여 있고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행운의 복권이 들어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호기심에 일단 신문을 보는 걸 밀쳐두고 봉투부터 개봉했다. 그 속에서는 전단지와 함께 즉석복권용지가 두 장 들어 있었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에 호기심어린 눈으로 살펴보니 바로 장뇌삼제조회사에서 창립 15주년 맞아 고객감사행사로 실시하는 이벤트용이었다. 복권은 가로로 적힌 숫자 세 개가 일치하면 당첨이 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호기심에 당장 안내문에 따라 손톱으로 긁기 시작했다.
한데, 처음 것은 숫자가 맞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 한 장이 일렬번호가 일치했다. 등수는 3등. 나는 이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당첨이 되다니. 혹시 잘못 본 게 아닐까. 눈을 부비고 확인을 했다. 틀림없이 번호가 일치하고 있었다. 등수에 따른 상품품목을 확인했다. 1등은 냉장고, 2등은 장뇌삼 진액골드 3박스였다. 구입 시 판매가격은 한 박스에 30만원인데 이번 이벤트 기간에 한하여 2박스를 더 얹어 주는데, 그러니까 내가 당첨된 것은 실제 30만원어치로 제세(除稅) 부담을 포함하면 20만원에 상당한 것이었다.
완전 공짜는 아니지만 그것만도 어디인가. 나는 '그간 행운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 왔다. 그런데 고정관념을 깨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기뻤다. 아마도 이런 횡재로 인하여 그동안 행운과는 담을 쌓고 산 콤플랙스를 털어내게 된 것도 수확이 아닐까 싶다.
다 아는 일이지만 복권은 순전히 운수보기이다. 행운은 극히 일부에게만 돌아간다. 한편 복권은 기대심리를 유발시키는데 매력이 있다. 그중에서 즉석복권은 숫자를 감춰놓고서 대중을 유혹한다. 가령 어렸을 적 소풍놀이에서 많이 하는 보물찾기와 같이 기대감을 높이지만 거저 주는 행운은 아니다. 소풍놀이에서는 운만 좋으면 한꺼번에 두서너 번의 행운도 얻지만 복권은 그렇지 않다. 마구 발행할 수는 없고 회사형편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하니 수신자는 “복권번호를 불러주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의기당당하게 “95328입니다”하니 이내 그 쪽에서 “2등에 당첨되셨네요. 축하합니다”하면서 축하 인사말이 돌아왔다.
기분이 좋았다. 비록 로또복권같이 큰 것에 당첨된 것은 아니지만 기분만은 그에 못지않았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로또복권 최고 당첨자가 나왔다. 그 상금이 무려 407억 원이나 되었다. 당첨자는 경찰관인데 출장을 다녀오던 길에 우연히 산 복권이 벼락부자를 만들어준 것이었다.
그는 당첨금을 받고 바로 사표를 내던졌다. 그러면서 자기가 다니던 경찰서에 무궁화장학금으로 1억원을 쾌척했다. 직원자녀를 위해 유용하게 쓰라는 것인데 그런 마음을 써줌이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수혜의 대상은 아니지만 고맙게 생각되었다.
한편, 이처럼 보람되게 목돈을 내놓아 칭송을 받고 재산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첨금을 타고나서 되려 폐가망신한 사람의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서울의 한 행상은 1억 원의 주택복권에 당첨된 후 행상을 그만두고 다른 여자와 놀아나다 입건이 되고, 역시 서울의 어떤 사람은 34억 원을 탔는데 동거녀가 5억 원을 요구하자 폭행하여 철창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오히려 로또복권 당첨이 화를 불러온 경우이다. 나는 상품이 도착하면 이것을 공부하는 아들에게 보낼 생각이다. 장뇌삼은 특히 수험생에게 좋다고 하니까 힘든 공부를 하는 아들에겐 좋은 보약이 될 것이다 .
더구나 신년을 맞이했는데 행운을 얻어서 우선 좋은 징조라는 생각이 들고 희망이 부풀어 오른다. 앞으로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나게 될까. 크게 바랄 것은 없고 그저 가족이 아프지나 않고 무탈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2013)
첫댓글 복권당첨을 축하합니다. 계사년 벽두에 좋은 일이 생겼으니, 금년 참 좋은 해가 될까 싶에 박수보냅니다.
저는 복권 당첨과는 거리가 멀고 제것도 빼앗긴 무능함을 보였으니 당첨되신 분은 우러러보입니다.
가로로 같은 숫자가 일치하면 당첨이 되는데 2번이 일치한 것이 보일 것입니다. 작은 것에 불과하기는 하나 저 또한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세밑에 좋은 일이 있으셨군요. 그 행운을 기조로 올 새해엔 선생님께 더욱 좋은 일이 많이 생기실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더불어 공부하시는 아드님께도 좋은 일이 있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저도 일단은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확률이 높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비뽑기에도 당첨이 된 적이 없는데 제게는 하나의 사건이지요. 이번 올린 작품 <내곁에 날아온 철새>는 소선생의 대표작이라 할만큼 좋았습니다.
늦게라도 복권당첨 축하드립니다. 새해에는 더 좋은일이 많이 있으시리라는 증표로보이네요. 제가 아는 고향 후배 하나도 경찰관근무시절 복권에 당첨되고 사표낸뒤에 종적을 감추기도했다는 소문을들었습니다. 혹시 그분 성이 김씨가 아닐까 ? 또 수,자 이름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강원도 분이면 틀림없을 겁니다. 호사다마라더니 그것도 행운이라고 요즘 옆구리가 절려서 (결석) 고생을 좀 하고 있답니다.
우와, 진짜 정초부터 행운이네요. 선생님, 축하드려요. 올해는 뭐든지 잘 풀리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건강이 최고니 건강 단디 챙기십시오.^^
행운은 분명 행운인데 첫손님이 결석으로 부터 시작되네요.
복권은 당첨액과 상관없이 기분을 좋게 만들지요. 늘 선생님 가정과 남은 인생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겠습니다.
조그마한 것이지만 당첨이 되니 기분이 좋더군요. 모처럼 나도 이런때가 있나 하고 웃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