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병원 앞 문전약국에서는 일평균 2천여개에 달하는 알약을 반절해야 한다. 약국 운영 시간에는 커팅가위로 일일이 잘라낼 시간이 부족해 밤늦게까지 따로 짬을 내 약을 커팅하는 일도 다반사다.
사람 손으로 커팅을 하다보니 정확히 반절하는 것도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알약 커팅기가 없는 약국의 풍경은 이렇다.
국내 최초 토종 약국 커팅기가 최근 탄생했다. 약국 자동화기계 전문기업 MPC테크의 민건식 대표(
사진·62)의 손길을 통해서다. 아직 영세한 규모의 회사지만 그의 기술력을 통해 탄생한 작은 기계(MSC-400)의 성능은 기존 수입 제품들보다 월등하다.
MPC테크의 전신은 현대전공이라는 화학기계전문회사다. 의약품 커팅에 대한 약국의 니즈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곧장 의약품 커팅기를 개발하면서 현재의 MPC테크가 됐다.
MSC-400은 올해 7월말 개발이 완료된, 민건식 대표의 손끝에서 탄생한 최신 알약 반단기다. 쉽게 말하면 알약을 반으로 잘라주는 기계로 조제량이 문전약국에서는 쓰임이 유용한, 니즈가 뚜렷한 제품이다.
반도체가 전공분야인 그가 약국전용 기계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주변 지인 약사들로부터 의약품 커팅기에 대한 니즈가 있음을 느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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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알약 수동 반절 시 사용하는
커팅용 가위. |
약을 일일이 자르는 일은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신경쓸 것이 많다. 알약 절단 시 약사의 손 접촉을 통해 약이 오염될 수 있고 정확히 약을 자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문전약국을 운영하는 지인이 약국 운영시간이 끝난 어느날 밤에 찾아가니 약 커팅용 가위로 2천개가 넘는 약을 자르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기존 1천만원, 2천만원이 되는 수입제품은 너무 비싸 사용하기에는 큰 부담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었죠."
해서 민 대표는 손수 토종 알약 반절기를 만들어냈다. 가격뿐 아니라 기능면에서도 수입제품에 밀리지 않도록 충실했다.
기존 수입제품은 알약 커팅 기능뿐이지만 MSC-400은 알약 카운팅 기능까지 갖췄다. 따로 비싼 카운팅 기계를 구입하지 않고서도 기계 하나로 두 가지 유용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수입제품의 삼분의 일도 안 되는 가격에 기능은 두배의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분당 90정씩 카운팅되는 속도에도 ±2%로 불량률이 현저히 낮다. 미국 대표적인 휠커팅 방식의 모 제품이 ±5%라는 것과 비교할 때 월등한 성능이다.
"완벽하면 좋겠지만 약의 제형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기계 특성상 그렇게 가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미국제품은 1천7백만원으로 굉장히 고가임에도 불량률이 우리보다 3%나 높다는 것을 보면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MSC-400의 초창기 버전은 칼날을 이용한 나이프커팅으로 단면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한계를 극복해 휠커팅 업그레이드로 알약이 매끄럽게 잘리도록 보완했다. 이같은 휠커팅을 통해 장방형이나 원형이나 볼록형 등 어떤 제형의 알약이라도 일률적 반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제품의 또다른 강점이다.
뿐만 아니라 알약 카트리지 비용절감 차원에서 기존 많이 사용되는 JVM 자동조제기의 카트리지와 호환이 가능하도록 부착구 규격을 맞춰 효율을 높였다.
무엇보다 기계의 사용적 장점은 누구든 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조작적 유용성에 있다.
민 대표는 기계 조작 방법을 '밥 짓는 수준'이라고 비유했다. 커팅을 원하면 커팅 버튼을, 카운팅을 원하면 카운팅 버튼을 누르고 화살표 버튼을 상하 조작하는 게 전부다. 기계 조작이 낯선 나이든 약사들도 쉽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소한 약국 공간을 염두, 기계 사이즈를 최소화해 공간활용을 돕고 있다. 본체 치수는 330x430x520으로 작은 의자 위에 얹어놓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다.
청결 측면도 놓치지 않았다. 강력한 집진기를 장착해 알약이 커팅되면서 생겨나는 분진을 흡입할 수 있도록 집진기능도 갖췄다. 미처 빨려들어가지 못한 가루는 소형 진공청소기를 통해 청소가 가능하도록 옵션으로 함께 제공된다.
약사들의 니즈를 파악한 제품이기 때문에 실제 제품을 사용하거나 경험한 이들로부터의 호응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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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C-400은 다양한 제형의 알약을 정확하고 빠르게 반절할 수 있다. |
"고기맛을 한번 보면 계속 생각나는 것처럼 기계를 사용해본 약사들은 손으로 옛날에 어떻게 손으로 잘랐나 싶다고 말해요. 하루에 2천번씩 가위질 하다가 그걸 안 하니까 얼마나 편하겠어요."
지난 병원약사회 학회에서 기계를 전시했을 때 학회 참석한 약대생들 사이에서도 신기하다는 반응 일색이었다고.
"킨텍스에서 학회가 열렸을 때 우리와 다른 유수의 기업도 함께 기계를 전시했는데 우리 기계가 작동되니까 학생들이 와서 신기해하면서 이런게 다 나왔다면서 사진을 찍어갔어요. 얼마나 뿌듯하던지…. 병원약사들 사이에서는 이 기계가 엄청 유용한 거니까 다들 좋아해하니 개발자로서 정말 기분이 묘했습니다."
민 대표의 앞으로의 계획은 지속적인 약국용 기계 개발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이다.
국내외 경쟁사들의 약국용 기계를 분석하다보면 아직 시장에 나와있진 않지만 충분히 니즈가 있다고 판단되는 구상이 있다는 것이 민 대표의 설명이다.
"제 머릿속 구상을 말할 순 없지만 만들고 싶은 제품들이 많습니다. 계속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뿐 아니라 수출을 통해 외국 약사들이 민 대표의 개발 제품을 사용하게 하고 싶다는 꿈도 있다.
"아직 회사 규모 면에서나 국내 매출 면에서 성장해야 할 부분이 큰 산이지만 해외 기계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능과 가격면에서 우리 제품이 뒤쳐지지 않으니 선진국 제품들과도 겨뤄보고 싶습니다."
문의 :032-501-3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