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화요일 그린비님이 진행한 한
양도성 혜화문-돈의문 걷기는 성곽길을 따라 혜화문-숙정문-창의문-돈의문터 까지 걷는 여정이었습니다. 한양도성은 총 18.627km(표지판은 21Km, 기록은 25Km)를 걷는 길인데 이번에는 북악-인왕을 오르고 4대문중 숙정문-돈의문, 그리고 4소문중 혜화문-창의문을 순례하는 코스입니다. 한양도성중 절반을 차지하고 지역적으로는 현재 서울 종로구 일대입니다.
한양도성일주는 산도 그렇고 4대문, 4소문을 생각하면 엄청 복잡합니다. 그런데 한 나라의 수도를 세우고 수도에 걸맞는 방어 및 기반시설 조성이라는 것은 당시 최고의 건축기술과 조성원리, 철학적 기반이 전제가 돼야 하는 일이지요.
한양 설계의 총책임자는 삼봉 정도전입니다. 지금 한양의 구성과 조성은 정도전에서 나오고, 그 근본 원리는 유교 통치이념의 구현입니다. 조선 초 한양을 수도로 정하고 조성을 할 때 정도전과 무학대사 간 치열한 논쟁이 일어났죠. 정도전은 북악을 주산으로 낙산과 인왕산을 좌청룡 우백호로, 남산을 배치하는 안을 주장합니다. 무학대사는 인왕산을 주산으로 북악과 남산을 거느리게 하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무학대사의 안에 따르면 임금이 동쪽을 바라보는(동향) 형상이 됩니다.
정도전은 임금은 북쪽에 위치해서 신하를 내려봐야(남면)하고, 신하는 북두칠성을 바라보듯 북향(북면)해야 한다고 주장, 결국 정도전 주장대로 합니다. 정도전을 대표하는 신진사대부들은 이 땅에 유교적 이상 국가를 건설하는데 꿈을 꾸었고, 그것을 한양 건설에 반영합니다. 그렇다고 유교이념만 반영된 것은 아닙니다. 한양도성은 4개의 산과 조화를 구현하며 축성해 나가 성곽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 됐습니다.
인왕산 성곽. 단지 성곽만 쌓은 것이 아닌 주변 산세와의 조화까지 추구한 건축술이 놀랍다.
한양도성의 건축원리,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북악=북대문=숙정문(지)
인왕=서대문=돈의문(의) 낙산=동대문=흥인지문(인)
남산=남대문=숭례문(예)
창덕궁 옆 길바닥에 전시된 한양도성도 배치. 한양건설도 유교통치이념을 구현하는 기제로 쓰였음을 알 수 있네요. (자료사진)
한양도성 4대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유교의 핵심이념인 인, 의, 예, 지, 신이 있습니다. 다만 북대문인 숙청문은 지(智)의 위치에 해당하지만 문 이름에 지(智)가 들어가지 않았는데 속설에서는 지(智)가 들어가면 백성들이 지혜롭게 되어 정치하기가 힘들어져서 그 글자 대신 청(淸)를 넣어 정화. 개혁의 의미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시절이나 지금이나 백성을 우습게 보는 우민정책은 집권자들의 전통이죠.
중종 때는 이 지역이 음기가 있다하여 문을 열어두면 부녀자들이 음란해진다하여 항상 문을 닫아두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이곳은 조용해야할 곳이란 의미에서 고요할 정(靖)을 써 숙정문이 됩니다. 이보다는 반역을 막기위한 경호목적이 더 큰데 부녀자들 핑계를 대니 좀 우습죠. 문을 열어두면 부녀자가 음란해진다? 상상초월입니다.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는데 고상한 유학자들은 문을 열어두면 부녀자가 음란해진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후에 숙종 때 한양도성 북쪽에 접해 있는 탕춘대성(지금의 세검정 일대, 홍지문은 상명대 입구 홍제천 위에 설치)을 축성하면서 탕춘대성 정문의 명칭을 홍지문(弘智門)이라 명명하여 지(智)의 공백을 메웁니다.
가장 최근에 복원된 홍지문. 홍지문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씌여져 있음.
동대문인 흥인문도 재미있습니다. 동대문이 연결되는 낙산은 해발 97m. 산이라고 하기에는 중량감이 없죠. 낙산은 낙타산이다 해서 여러 이름이 있는데 낮은 산이라 해도 역시 중요한 산이었습니다. 낙산에 올라가보니 서울 시내가 다 보이더군요. 산이 낮아 모자라는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동대문의 원이름 흥인문을 <흥인지문>으로 ‘지’를 하나 더 넣어서 균형을 이루고 성문을 이중으로 보호하기 위한 옹성을 쌓았습니다. 이를 보면 공간의 조화를 자연스럽게 추구하는 선조의 지혜를 볼 수 있습니다.
4대문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인, 의, 예, 지, 신 중에 신이 빠집니다. 신(信)은 방위로는 중앙을 의미합니다. 조선 말 고종이 태조 때 지은 종루 자리에 다시 세운 종각에 보신각(普信閣)이란 이름을 붙인 후에야 인의예지신이 완성되게 됩니다. 나라는 망해서 빈껍떼기만 남아도 유교적 명분에 매달리는 왕조의 황혼을 보게 됩니다.
여기서 언급해야 할 것이 한때 남대문 동대문이 일제에 의해 폄하된 명칭이니 숭례문 흥인지문 등으로 불러야 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태조 이성계가 한양도성 만들때부터 편의상 남대문 동대문으로 불렀습니다. 일제와 관계없는 고유의 역사적 용어죠.
4대문이 유교적 이념을 구현한다면 4소문은 방위각에 충실하고 백성들의 출입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양 동북쪽의 혜화문, 동남쪽의 광희문, 서남쪽의 소의문, 서북쪽의 창의문을 냅니다. 이중 서대문인 돈의문과 소의문은 흔적도 없습니다.
한양 서북쪽 문인 창의문. 광해군을 쫒아낸 인조반정이 시작된 곳.
혜화문을 시작으로 숙정문, 북악산을 가볍게(?) 종주하고 창의문에서 점심을 하고 윤동주시인의 언덕을 넘어 인왕산 성곽으로 올라갑니다. 약간 흐린 날씨, 성곽길을 걷기에는 딱좋은 날씨입니다. 그런데 한양도성 4산 중에 주산이자 가장 험한 북악산을 넘고 인왕산을 오르니 힘이 드나 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인왕성곽길을 따라 강북삼성병원(예전에는 고려병원) 이곳은 예전 돈의문이 있던 자리까지 가야 하는데 무악재쪽으로 내려가 독립문에서 여정을 멈췄습니다.
쓰다보니 후기가 쓸데없이 재미없게 길어졌네요. 서울 600년, 10여 Km, 서울 2개 산을 빙돌아 걸은 길.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조우하고 엄청난 시간과 공간이 축적된 만큼 어찌 할말이 없겠나요? 역사의 길 따라 길에서 부닥친 수많은 인물들, 그리고 이름없는 민초들의 삶까지 생각하면 단 하루에, 서너 쪽의 글로는 극히 일부분만 피상적으로 스쳐 지나간 느낌입니다. 그래도 흐뭇합니다. 도심속 시간여행 속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새롭게 생각하고 확인한 그 작업이 참 좋았습니다.
깃발 들어주신 그린비님과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같이 걸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더 많은 상상력이 생기더군요.
낙화는 유수처럼
남산 입구에 있는 한양도성 축성형식. 태조대 세종대 숙종대 축성방식의 변천을 알려준다.
혜화문
혜화문에서 와룡공원 가는 길. 한양도성이 경신고등학교 담벼락으로...
아주 재치있는 술집입니다. 덕분에 마전터 유래도 알게됐네요. 성북동은 물 맑고 경치가 좋지만 돌과 바위가 많아 농토가 없고 시장이 멀어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영조 때 한양내 각 시장에서 파는 포목의 마전권을 이곳 주민에게 주어 생활토록 배려했다고 해서 마전터가 된 것이라고 하네요.
와룡공원 입구. 서울우수조망명소인 북악산 '말바위'를 내려와 성곽길을 따라가면 와룡공원이 나오고 삼청공원, 창경공원, 북악산 도시자연공원이 인접해 있는 곳으로 용(龍)이 길게 누워있는 형상을 하여 와룡동이라고도 한다.
성곽길을 조성
군데군데 걷기좋은 숲길을 걸으며...
와룡공원 위로 가다가 성북동 쪽으로 나갑니다. 성문에서 더 가면 만해 한용운 선생의 거처인 심우장이 나옵니다.
성북동 성곽의 위용
새해를 맞아 달아놓은 등이 이쁘고...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성곽
성곽 보호위해 우회로 가라고 했는데...
짧지만 너무 멋진 숲길
숙정문을 통과하기 위해 말바위쉼터에서 잠시 검문~
북대문의 역할을 한 숙정문. 조선시대에도 쓰이지 않더니 1968년 1.21 사태를 맞아 2007년 4월 5일 개방될 때 까지 접근금지구역.
한양도성 주산인 북악산 정상 가는 길
1.21 사태의 흔적.
백악은 북악의 다른 말.
북악 정상에서 창의문쪽으로 내려오는 길. 사진 가운데가 백사실 계곡 가는 길의 산모퉁이 가는 카페임
한양 사소문 중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한 창의문, 일명 자하문.
창의문에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거쳐 성곽길로 올라감.
그림같은 인왕산 성곽 풍경
창의문에서
숙정문에서...
출발 전 신입회원 소개 시간. 처음 나오신 성진님과 봄봄님
로첸님과 만두맘님. 처음부터 끝까지 표정에 변화가 없으신 고수분들~
워니워니님과 봄봄님
요산님 매봉님 청능님
매봉님과 요산님의 우정과 애정(?) 사이가 요즘 장안의 화제입니다~~
말바위쉼터 가는 길에서..
그래님과 프란이님
문정나그넴 이백님 청능님
인왕산 정상에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창의문 근처 국수집. 국수와 각종 전으로...
인왕산 정상의 영광의 등산화~~
남성회원님들...
빵 셔틀을 담당하신 그래이거다님~
트레킹고수님
프란이님
불굴의 에비앙님~~ 투혼을 불사른 등반중에서도 v자를 잊지 않는 센스~~
샘님
수니님
엘리님
청능님
이백님
처음 나오신 성진님
요산님
검문도 당하고~
화요일의 남자~~ 그린비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 예전 한양도성 일주하고 나서 쓴 글을 손본 것입니다.
* 사진이 마음에 안드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 배경음악은 영화 'Wild'의 ost 입니다.
첫댓글 연휴 마지막날! 한가한 오전~ 찬찬히 공부하며 읽게 됩니다.
성곽 전체를 찍으셨군요. 제지가 많아 아쉬웠는데... 낙화님 사진에 제가 엄살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시는 길고긴 성곽!ㅋ
생각하면 웃음만 나옵니다. 키득키득~
그나마 여름이 아니어서 다행이었고~
횐님들과 함께여서 가능했던 길고긴 나와의 싸움에 승리를 거머쥔 날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양 도성과 4대문.4소문~ 덕분에 공부 잘 했습니다
깔금하고 완벽한 정리, 수고 많았습니다 ~
조각조각 알고 있던 성곽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주신 낙화유수님 감사합니다. 걸으면서 힘들어 비명을 지르면서도 낙화유수님의 카메라 앵글을 보면 자동적으로 미소를 짓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쭉 해박한 지식을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역쉬나.....
역사강의의 계속이네요.
숙정문에서의 강의와 차원이 다르네요.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와~~~우!!
너무 멋진 사진과 디테일한 역사 공부까지 .....
무슨 말이 필요하리요...
예사롭지 않은 포스에 적 잖은 기대를 했는데 ...역쉬나 !~~~
지난 화요일의 기억을 되살려 주심에 감사인사 드립니다
계단이 많긴 했네요 ㅎㅎ
멋진사진에 4대문과 서울도성의 역사공부까지 잘 보았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새가 몬 새인지 여전히 궁금하지만, 서진을 보니 그 무지막지한 계단이 생각납니다~
낙화유수님...
명절은 잘보내 셧는지요?..
멋진설명과 사진을보니 그날의 도보가
다시 생각이 나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낙화유수님 감사합니다 !!!!
역사의대한 공부 많이 하였습니다~
글과 사진 수고 많이하셨음을 보여주십니다
감사드립니다^*^
참석 동행은 못했으나.....?
후기 잘읽어읍니다~~~!!!
600년 고도의 많고 많은.....?
달빛에 바렌 ....스토리 텔링을.....?
멋진 후기를 접하니 그날 저희가 정말 역사적인 길을 걸었다는 감격이 더합니다~~
귀한 걸음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구경잘했습니다 사진이 더 리얼합니다. 이조 5백년 역사를 곁들인 설명이 공부를 제대로 하신 것 같아 든든합니다.
아는것만큼 보인다 합니다. 저도 이코스를 두번,세번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나누어 가보았는데, 참 좋았어요.
서울이 아름다운 것을 가슴 깊이 느낄수 있었슴니다. 날로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져가는 서울 ...
저는 서울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