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여권을 들쳐보니 만료일이 몇 달 남지 않았습니다.
여유가 많아서 핑계김에 한국에 가서 갱신을 하고 오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기에 이곳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았지요.
이런 일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건만 요즘은 웬지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네요.
하여, 나이 먹어서 겸손해진다는 것은 바로 매사에 자신감을 잃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인터넷에 있는 주호주 대한민국 대사관 웹사이트를 방문하니 영사업무란에
설명이 있었고 자주 하는 질문란에도 호주 안에서 한국 여권을 갱신하는 방법이 아주
자세히 나와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자 캔버라에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시드니와 몇 군데 지역을
제외하고 호주내 나머지 지역의 재외공관 서비스는 캔버라에서 하더군요.
그 핑계로 캔버라로 전화도 한 번 해보고 싶었고 또 간혹 가다가 재외공관의 교민 서비스에
대한 불평을 들었던 터라 직접 확인해 보고도 싶었지요.
결국은 제가 참 할 일도 없다는 얘기지요.
전화 벨이 울리자 낭랑한 한국어로 응답을 하는 대사관 직원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습니다. 이어서 담당자를 바꾸어 주었는데 그 분 역시 아주 친절하게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알려주면서 제 메일 주소를 묻더니 준비할 서류 목록을 메일로 보내
주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여권 재발급이나 갱신은 워킹 데이로 5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조금 있다가 메일을 확인해보니 대사관으로부터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호주애들의 느려터진 일 처리에 진절머리가 나 있던 참에 발빠른 대한민국 대사관의
응답이 상대적으로 빛나게 느껴졌답니다.
저도 질세라 다음날 즉각 여권 발급 신청서, 구 여권, 여권 사진 3매, 구 여권의 사진란 및 최초 입국 날짜가 찍힌 면의 복사본 + 공증, 63불짜리 머니 오더(첵크도 가능) 그리고 우체국 플라티넘 익스프레스
반송 봉투를 동봉해서 보냈더니만 일 주일 후에 AU로 시작하는 새 여권이 집으로
배달되었답니다. 대한민국 만세입니다.
새 여권의 번호가 예전과 다르기에 이번에는 DIMIA에 가서 새로운 비자 라벨을 받았습니다.
비자 라벨을 새롭게 받는 일에는 한 푼도 들지 않았고 이 모든 일이 열흘안에 이루어졌습니다.
이젠 새 여권에 입국, 출국 도장을 쾅쾅 찍어 도배하는 일만 남았는데 그 날이 언제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담당자가 박병선씨 아니었나요? 최근에 저희도 여권을 바꿨는데... ㅋㅋㅋ 저도 감동 먹었습니다.
영어이름이 데이빗이었어요. 메일주소는 데이빗 박. 아, 감동 동지 생겨서 참 좋아요. 전 또 혼자서 오버했는 줄 알았거든요.
타국에 있으면 더욱 샘솟는 애국심~ 발레리아님 글 읽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재밌는지요~
소문에 캔버라는 엄청 친절하고 시드니 영사관은 엄청 불친절하다고 하네요.....제가 딱 한번 경험한 시드니 영사관은 아직 옛날 대한민국 동사무소 직원 같았습니다.. .그리고 텔스트라 직원도 친절하고 먼가 도움이 되어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딱 한 명 어떤 여자가 좀 무시하는 듯한. .그리고 신경질을 억지로 참는 듯한 여자가 하나 있더군요. 많이 바뀌고 있지만..아직 한국인들은 왕년의 동사무소 직원 같은 사람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피에쑤..왕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