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오이에서 37번 국도따라 내려가다보면 만나게되는 미치노에키 아프타라고 있습니다.
あぷた....아프타.....아프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칼쌈 잘하는 우리의 종사관 나으리께서 목에 뭔가가 걸린듯한 목소리로 채옥에게 했던...
제 가슴도 덩달아 뛰게 만들었던 그 말이 귓가에 생생히 들리는 듯하군요.
예...... 저 드라마 홀릭입니다. 현빈따라 해병대도 갈 뻔 했다는...-_-;
일본에서는 휴게소를 미치노에키(道の驛)라고 하는데...
아프타는 아이누어로 '낚시 바늘을 만드는 강'이랍니다.
북해도는 이렇게 지명이 아이누어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누족의 옷과 도구들을 전시해 놓았네요.
한쪽으로 바다를 내려다보며 식사를 할수 있도록 꾸며놓은 공간이 있는데
그런 줄 알았음 좀 더 참고 와서 여기에서 식사를 해도 될 뻔했습니다.
이렇게 직접만든 빵이라던가 주변의 농가에서 직접 기른 농산물들을 내다놓아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 같은 곳이었습니다.
역시나 근처 목장의 우유로 만들었다는 아이스크림이 너무나 먹고싶었습니다만...
그냥 우유 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정말 고소하고 맛있어요~
보이시나요? 저 심상치않은 먹구름이...
이제부터 우리가 가야할... 아니, 가지않으면 안될 방향입니다.
그런데..... 문득 쓰나미가 연상이.................떽!!!
북해도의 날씨는 변덕스럽기 그지없다더니 그 실체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눈물이 날만큼 너무나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주는가하면
순식간에 한치앞도 안보이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하는등.....
자연의 달콤함과 무서움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사진의 상태는 너무나 양호해 보입니다만 하코다테까지의 여정은 정말 목숨을 담보로 한 험난 그자체였습니다.
길은 미끄럽고... 날은 금새 어두어지고... 오가는 차도 없이
(북해도에선 일기예보에 폭풍설이 뜨면 아예 밖에 나오질 않는다네요. 그만큼 위험하다는...)
중간중간의 안내판만이 붉은 불빛을 괴기스럽게 반짝이며 여기저기 도로 통제 소식을 알려줍니다.
요 산자락만 돌면 괜찮겠지... 오샤만베까지만 가면 괜찮겠지....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 오샤만베를 지나며 부터는 오히려 북해도의 폭풍설과 제대로 만났습니다.
전광판에선 고속도로의 경우 오샤만베까지 교통통제가 이루어졌는데
급기야 하코다테 행 고속도로의 끝인 모리까지 전면 통제라고 알려줍니다.
심지어는 열차 운행도 중지되었다네요.
국도의 경우 통제는 이루어지지않았지만
폭설도 폭설이지만 북해도의 눈은 가벼워 바람까지 불 경우 바람에 날리는 눈까지 가세해
말로만 듣번 화이트아웃(앞이 온통 하얗게 보이는 상황)을 경험하면서부터는 과연 하코다테까지 갈수있을까?
아니, 이런 상황에서 하코다테까지 갈 필요가있을까? 정말 고민되더군요.
하지만 다른 길로 빠졌다가 잘못하면 그대로 길에 고립돼 눈에 파묻혀버릴 것같아 그냥 갈 수밖에 없었고
우리 멤버들이 100% 절 믿어주고 함께 편안하게 이야기도 해가며 갔으니 가능했던 일이었을 겁니다.
그 순간만큼은 북해도에 사시는 분들이 겨울 드라이빙은 결코 권하지 않는다던 그 마음이 절실하게 와 닿더군요.
모리(森)를 지나면서부터는 비로소 차들이 좀 다니는군요. 폭설도 좀 가라앉고요...
중간중간 신호가 걸리거나 언덕길 등에서는 아무리 스노우타이어라지만 조금씩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럴땐 엔진브레이크를 함께 적절히 활용하거나 풋브레이크를 짧게짧게 나누어 밟아주어야합니다.
급 브레이크, 급회전, 급발진 주의!!!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하코다테에 입성한 시간은 오후 7시 30분,,,, 시라오이에서 꼬박 6시간 만이군요.
그야말로 감개가 무량한 하코다테입니다. 엉엉 ㅠㅠ
오늘 우리가 묵을 하코다테 로열호텔에 짐을 내려놓고는 바로 바닷가 아카렌카 창고군으로 달려갑니다.
택시비 690엔 나왔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헉!!!
뼛속까지 파고들어오는듯한 밤 바닷가 바람에 엄청난 눈보라까지....
다들 그대로 택시타고 호텔로 돌아가자고 하고싶었다네요.
캐나다 자매도시에서 보내줬다는 거대한 전나무에 화려한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만 배고픈 우리 눈에 들어올 리가 만무.
감탄사를 터뜨리기전에 우리가 해야할 일은 밥부터 먹어야겠습니다.
눈보라는 치지요... 날은 정말 춥지요.... 식당은 보이질 않지요....
모두들 짜증이 정수리 꼭대기까지 급물살을 타고 몰려올라올 즈음......
신의 계시처럼 나타난 이곳... 추위도 피할겸 일단 들어가고봅니다.
앗, 이곳은 하코다테 비어홀.... 사람들이 모두 여기 들어와 있었던가 봅니다. 와글와글....
우리도 홀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으니 비로소 입가에 미소들이 번지는군요. ㅎㅎ
저 흑맥주는 누구 거게요? 딩동댕~~~ 바로 제거입니당.
이번 멤버들은 다 좋은데 유일한 단점이 술을 전혀 못하신다는 점.
저 혼자 마시는 맥주가 맛있겠느냐구요. 근데...................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히~~^^;
각자 주문.... 다 다른메뉴입니다. 대체적으로 금액은 적절한 편...
재미있는것이 여행 마무리 프린트를 뽑다가 하코다테 할인쿠폰을 몇개 뽑았는데
마침 여기 것이 들어있어 엉겹결에 10% DC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준비성이 철저해야 해~~ㅋㅋ
대체적으로 맛이 다 괜찮습니다.
도란도란.... 오늘의 무용담을 안주 삼아 식사를 할 수있게 됨에 새삼 감격...
정말 못오는 줄 알았다니까요? -_-;
배가 부르니 추위도 가시고 비로소 반짝반짝 야경들도 눈에 들어오는데
다들 삿포로 야경보다 예쁘답니다.
고럼~~~ 어떻게 온 하코다테인데....
여긴 그래도 젊은연인들도 많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조금 나네요.
좀 더 여유롭게 돌아보고 싶었지만 배가부르니 이번엔 빨리 자고싶은 마음 뿐입니다.
얼른 호텔 가서 뜨거운 탕에서 피로를 풀고 푹 자야겠습니다.
일본적인 느낌보다는 서양의 느낌이 더 많이 나는 이곳 베이에이리어는 일종의 복합 공간입니다.
카네모리 창고군 http://www.hakodate-kanemori.com/
메이지칸 창에 장식된 조명도 예쁘네요.
그제사 혼자 크리스마스를 즐기겠다고 나온 사실을 떠올리며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드는군요.
"이해해라. 엄마가 즐거워야 가정이 평화로운 거란다. 애들아~~~"
하코다테 로열호텔은 삿포로의 뉴선루트호텔보다 아주 조금 더 넓습니다. 24평미
하지만 조금 더 촌스럽게 느껴지는 건 저 알록달록 이불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근처에 온천이 있음 다녀오려고 했는데 전차로 15분정도 이동을 해야한다기에
오늘도 어제처럼 걍 탕에 물 받아놓고 입욕제 풀어 온천인 양 피로를 풀어주었다는....
오늘도 쟈스민님의 향기로운 녹차 접대를 받고 엄청났던 하루를 마감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첫댓글 옆에 같이 있는것 처럼 조곤조곤~~ 재밌게 해설해서 함께 다니고 함께 먹는것 같고 같이 자는것 같은 느낌이에요. 여전히 맥주 마시기를 좋아하는 우먼파워님~~~ㅎㅎㅎㅎ
재미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글이 넘 많아서 지루하심 어쩌나 했거든요.^^
아니요!
설명이 재미 있어서... 우먼파워님 책 으로 한권 어때요!
감사합니당~~~ 나중에 책 나오면 한권 보내드릴게요. (농담입니다 ^^;)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긴듯합니다..
정말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였어요.^^
이 날의 우먼파워님은...쟌 다크?...평생에 한번도 보기 어려운 풍광...그러나 공전의역경이 있어야 가능한 일....으와..그 날이후,당신은 나의영웅....알 라뷰...
운전하는 사람만큼... 어쩌면 더 많이.... 옆에 앉은 사람이 더 힘들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지요. 고생하셨습니다.ㅎㅎ
지나고나면 다~추억이 되는것도 여행중 고생담 이지만 정말 아찔하네요~ 감사합니다~무사귀환~~~
그러게요~ 지나고나니 짜릿한 스릴감만 그리움의 향기와 더불어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