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산은 높을수록 경관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도 동석산(240m)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산을 결코 낮은 산이라고 깔보지 못할 것입니다. 해발 300m급의 산중에서도 홍성의 용봉산(381m)이나 홍천의 팔봉산(309m)은 산세나 조망이 1,000미터 급의 고산보다도 더욱 멋집니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파주의 월롱산(229m)은 앞의 산처럼 지명도가 높지 않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무명의 산입니다. 멀리서 볼 때는 구릉같이 보여 사실 산 같지도 않는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남쪽의 조망과 마치 그랜드 캐년 축소판 같은 바위암벽은 파주의 숨은 보석과 같은 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소재 월롱산은 대중교통인 경의선 전철로도 접근이 가능하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산행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날 정도로 지역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산입니다. 평소 평일 수도권 근교의 산을 가면 거의 대부분 산행 내내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거든요.
산행 들머리는 월롱산 동쪽의 경의선 월롱역입니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전철을 타면 45분이 소요됩니다. 월롱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우측 횡단보도 맞은편에 월롱농협이 보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농협 앞에서 좌측으로 몸을 돌려세우면 서울금촌방향 도로이정표와 현대오일뱅크 주유소가 나옵니다. 몇 걸음 더 가면 우측 코너에 월롱파출소가 있습니다. 도심에서는 파출소를 치안센터로 변경했는데 여기는 파출소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네요. 파출소 옆 우측 차도로 들어서면 월롱산 가는 길의 반은 찾은 셈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좌측의 월롱면사무소를 뒤로하고 계속 직진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월롱역
횡단보도를 건너 월롱농협 앞에서 좌측으로 감
서울금촌 방향으로 조금 진행
우측 코너에 있는 월롱파출소
파출소에서 우측 도로로 들어서면 만나는 월롱면사무소
교회를 지나가면 공사중인 도로의 굴다리를 통과하게 됩니다. 자동차 정비업소를 지나면 Y자형 삼거리에 월롱초등학교 300m 이정표가 걸려 있으므로 이를 보고 좌측으로 진입합니다. 한참을 가노라면 우측에 월롱초등학교가 있는데, 시골이라 그런지 드넓은 운동장이 마음에 듭니다. 초등학교 앞 맞은편 도로로 약 50미터를 가면 우측으로 용주서원 0.2km 이정표를 만납니다. 용주서원은 조선 선조 때인 16세기에 건립된 서원인데, 지방을 다니며 향교를 더러 보았지만 서원은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서원 좌측으로 들어가면 여러 공장이 나오는데 맨 안쪽 대임정밀 공장 우측의 길이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월롱초등학교
용주서원
6.25전사자 유해발굴 현수막 뒤에 월롱산 이정표와 정상으로 가는 통나무계단이 있습니다. 완전히 알이 찬 도토리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군요. 용상사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거리가 1.7km에 불과하네요. 돌탑을 지나자 남쪽으로 조망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북쪽으로는 LG의 파주LCD단지가 하얀 건물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멀리 북녘 땅 개성 송악산의 능선도 희미한 산그리메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남쪽으로 인수봉을 비롯한 북한산 정상의 모습도 아련하게 보일 정도로 날씨가 좋습니다.
용상사 갈림길
북쪽 LCD단지와 송악산 능선
남쪽 조망
갈림길에서 좌측의 통나무계단을 오르니 헬기장인데, 그 옆에는 월롱산 성지(城址)를 알리는 안내문이 서 있습니다. 월롱산성은 삼국시대 백제가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국가를 건국한 4세기에 임진강과 한강의 하구유역을 통제하던 백제의 주성이라고 합니다. 자동차가 다닐 정도의 넓은 도로를 따라가면 용산사 0.45km, 정상(체육공원 0.2km)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를 보고 가던 길로 직진하면 넓은 잔디광장인 체육공원이 나오고 앞쪽의 약간 높은 곳으로 들어서면 정상표석이 있는 조망대입니다.
헬기장 가는 길
헬기장 옆 월롱산 성지 안내문
월롱산 정상표석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바로 월롱산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남쪽으로 살짝 삐어져 나온 기암절벽이 마치 딴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동쪽에서 바라볼 때 존재감이 없어 보이든 밋밋한 능선에 이런 보석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글쓴이가 일부터 월롱산을 찾은 것도 이 풍경을 미리 사진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암벽 위 붉은 깃발이 펄럭이는 곳으로 가면 서쪽으로 낮은 산에 군부대의 모습이 보이고 멀리 북한산의 능선도 아련합니다. 호사가들은 이곳의 멋진 풍광을 미국의 그랜드캐년에 비교하지요. 사실 그랜드캐년은 이름그대로 대협곡이라서 드넓은 평원이 지하로 꺼져 만든 장관인데 비해 월롱산 기암절벽은 땅에서 솟아오른 것이어서 그랜드 캐년과는 생성방법이 다릅니다. 그렇지만 한쪽의 바위사면만 두고 보면 유사한 점도 있어 글쓴이도 이런 제목을 붙였습니다.
펄럭이는 깃발
깃대에서 바라본 남쪽 조망
깃대에서 본 정상표석
서쪽의 군부대
남쪽 조망
아스라이 보이는 북한산 능선
깃발 아래로 내려가 본 모습
정상에서 무려 40분간을 지체하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립니다. 낮에는 무척 덥지만 하늘은 이미 천고마비의 계절이 다가온 듯 눈이 시리도록 파랗습니다. 도로 상의 길림길에서 용산사 0.45km 이정표를 따라 우측으로 가다가 곧이어 좌측의 숲으로 들어섭니다. 침목계단을 지나면 용상사 일주문이 나오는데 여기서 도로를 따라 위로 오르면 용산사입니다. 용산사는 대웅전과 명부전 그리고 산신각뿐이어서 전각은 겨우 3채에 불과하지만 대웅전은 상당히 웅장한 절 집입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용상사 일주문
일주문으로 되돌아와 밖으로 나오니 삼거리 갈림길인데 여기서 좌측으로 올라갑니다. 이름이 없어 용도를 알 수 없는 큰 시설물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 주차장 우측 코너 부문에 위로 오르는 샛길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 위 묘지 쪽에는 길이 없습니다.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묘지 아래 우측으로 오솔길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들어갑니다. 송전철탑을 뒤로하고 솥우물 1.2km, 정상 2.1km 이정표를 만난 것은 행운이자 불운이었습니다. 행운이라는 것은 잠시동안 길을 헤매다가 정상적인 등산로를 만난 때문이며, 불운이라는 것은 글쓴이가 솥우물 1.2km 이정표를 따라 가는 바람에 가야하는 월롱역과는 너무 멀게 가게 된 것입니다. 글쓴이는 남쪽의 솥우물 방향으로 가다보면 동쪽의 월롱초교 방면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솥우물에 도착할 때까지 남쪽으로만 하산로가 연결되었던 것입니다. 이쪽으로 가는 길목에는 각개전투훈련장을 비롯해 군사시설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만난 사람에게 월롱역으로 가는 길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있기는 하지만 매우 멀다"면서 난감해 하더군요.
이름 모를 시설물
솥우물 이정표(여기서 정상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솥우물로 가는 바람에 많이 걸었음)
각개전투 훈련장
조금 전 만난 이정표에서 솥우물방향이 아니라 정상 방면으로 갔더라면 중간지점에서 오전에 오른 월롱초교(용주서원) 방면으로 가는 길을 만났을 테니까요. 솥우물로 내려와 등산로 종합안내지도를 보니 솥우물은 제1코스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솥우물에는 수질검사에 합격한 약수터가 있어 시원한 약숫물을 마음껏 마신 점입니다.
솥우물 등산 안내도
솥우물 표석
이제 좌측의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갑니다. 굴다리를 통과해 논과 공장을 바라보며 걷다가 공사중인 큰 도로로 들어섭니다. 도로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이 있지만 이 길이 월롱역으로 가는 지름길로 생각되어 경고문을 무시하고 들어갑니다. 월롱면사무소로 가는 이정표를 만났으니 이제 길은 제대로 찾은 셈입니다. 도로 출구로 나가니 오전에 지났던 굴다리입니다. 여기서부터 월롱역까지는 아는 길이어서 눈을 감고도 갈 수 있었습니다.
고개 숙이는 벼이삭
공사중인 도로로 진입
월롱면 사무소로 나감
오늘 산행에 4시간이 걸렸습니다. 정상에서 40분간 머물렀고, 솥우물 방향으로 잘 못 하산해 한참을 돌았지만 산의 규모가 작아 빨리 하산한 것입니다. 비록 해발고도는 낮지만 월롱산을 글쓴이가 답사한 산의 숫자에 기꺼이 포함시키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9월 16일 (화)
▲ 등산 코스 : 월롱역-월롱파출소-월롱면사무소-굴다리-월롱초등학교-용주서원-대임정밀-목제계단
-능선삼거리-돌탑-조망대-헬기장-체육공원-정상-용상사-이름모를 시설물-능선갈림길-남부능선
-솥우물-동쪽 도로-공사중인 도로-굴다리-월롱역
▲ 등산 거리 : 약 10km(남부능선으로 가는 바람에 거리증가)
▲ 소요 시간 : 4시간(충분한 휴식 포함)
▲ 함께 한 이 : 없음(나 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