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생경 제 311화 푸치만다 나무의 전생 이야기
올리브나무로 태어난 부처님
박춘근
인도의 어느 마을 묘지 근처에 아름드리 올리브 나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나무는 나무의 정령이라고 믿어도 좋을 만치 키도 크고 가지도 넓게 뻗어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짐승들이 쉬어갔습니다. 그리고 열매도 많이 열려 사람들은 이 나무 열매를 수확해서 기름도 짜고 간장에 졸여 반찬으로 먹으며 나무를 칭찬했습니다.
“이 올리브 나무는 우리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나무입니다.”
“귀한 기름을 내주어서 우리가 튀김음식을 해 먹게 해 주고, 열매로 반찬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매년 선물을 주고 있습니다.”
“하늘이 주신 선물입니다.”
사람들의 칭찬을 듣다보니 올리브 나무도 자기가 하는 일이 복을 짓는 일이라 생각하고 더욱 뿌리를 깊이 내리고, 열매도 많이 맺게 해서 성 마을 사람들이 넉넉하게 따서 쓰도록 하였습니다.
하루는 험상궂고 살인마로 유명한 도둑이 마을로 찾아들었습니다.
도둑은 두려워하지 않고 마을의 유명한 재상의 집 담장을 허물고 비싼 보석과 돈을 훔쳤습니다.
“살인마가 왔다. 살인마가 재상을 집 담장을 허물고 재물을 훔치고 있다!”
“누가 저 도둑을 쫒아줄 수 있지?”
동네 사람들은 재상의 집을 도둑이 털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해코지나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어서 도둑이 이 마을 떠나주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을의 덕 많은 원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둑은 훔친 물건을 어깨에 메고 천천히 원로의 집이 있는 언덕에 이르러 나무 밑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도둑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뻔뻔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마을사람들이 자기를 쫒아온다고 해도 마을에서 존경받는 원로가 자기를 두려워해서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뭐라고 도둑이 우리 집 앞 언덕의 나무아래에서 자고 있단 말이냐?”
“예. 어르신, 도둑은 장로어른이 집에 계시느냐고까지 물었답니다.”
“뭐, 내가 집안에 있느냐고? 그래서 뭐라고 했느냐?”
“장로어른이 알면 크게 노하실 것이니 어서 떠나라고 했지만 장로님이 자기를 보호해 줄 것이라며 빙글거리며 웃더랍니다.”
“허허, 그 놈이 미쳤나? 내가 제 놈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했다고? 허허, 자칫 내가 도둑놈이나 비호하며 마을사람들의 재물을 훔치며 사는 어른으로 알겠구나. 허 허, 이런 고약한 일이 있나?”
원로는 겁이 났지만 도둑을 어서 마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둑질을 하다가 벌써 여러 명을 죽였다는 소문이 있어 자칫 나쁜 마음을 먹은 도둑이 자신을 해치지는 않을까 두렵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마을의 어른으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마구간에서 말을 한 마리 끌고 도둑이 쉬고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도둑은 인기척을 느끼고 날카로운 칼을 꺼내들고 원로를 겨누며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집 재물을 훔친 적도 없거니와 당신의 논과 밭에 과일 하나라도 훔친 적이 없다. 나를 잡아 저 화살나무로 나무로 만든 꼬챙이에 꿰어 죽이거나 꼬챙이로 찔러 죽이는 죄를 묻는다면, 나는 당신을 이 자리에서 칼로 죽이고 달아날 것이다.”
원로는 하인들을 물러서게 하고 도둑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벌하거나 관가에 고발하여 벌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대는 배고픔이나 생활이 곤궁해서 재물이 많은 집의 필요한 물건을 잠시 빌렸을 것이다. 당신은 본래 선하게 태어났으니 분명 앞으로 갚을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고 여유가 생기면 갚을 것이라 믿는다.”
도둑은 큰소리로 꾸짖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장로로부터 자신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말을 듣고는 무릎을 꿇고 울며 말했습니다.
“아, 당신은 정말 말로 듣던 대로 현명한 선인이십니다.”
마을 원로는 도둑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고 말고삐를 손에 들려주었습니다.
“자, 어서 가시오, 내가 주는 이 말을 타고 왔던 길로 떠나시오. 소문을 듣고 관가에서 군사들을 이끌고 이 마을로 올 터이니 잠시도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나는 누구든 화살나무 꼬챙이에 찔려 고문을 받거나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도둑은 이 나라에서 나쁜 짓을 하다가 잡히는 사람은 누구든 화살나무 꼬챙이에 찔리는 벌을 받거나 몸이 꿰어 고통을 주는 벌을 주어 그동안 도둑이 없고 싸움이나 다툼이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예. 은혜 감사합니다.”
도둑은 마을 원로가 내어 준 말을 타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올리브 나무 숲 사이로 멀리멀리 사라져버렸습니다.
잠시 후, 말을 탄 군사들이 마을로 도둑의 발자국을 따라 찾아왔습니다. 군사들은 도둑이 존경받고 있는 마을 원로의 집 언덕위에 올리브 나무 밑에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원로와 도둑이 그곳에서 만난 사실까지 발자국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아, 원로님이 도둑을 벌주셨구나. 그리고 도둑을 용서하고 말을 주어 이 마을을 떠나게 하셨구나.”
도둑을 잡으러 왔던 군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 가 버렸습니다.
군사들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떠나자 올리브 나무가 가지를 흔들며 화살나무에게 말했습니다.
“너 겁 먹은 아이들처럼 왜 그렇게 떨고 있니?”
화살나무가 휘파람소리를 내며 말했습니다.
“아, 다행이다. 난 그 도둑이 여기에서 잡혀서 내 가지를 잘라 꼬챙이를 만들고 몸을 꿰는 지지대를 만들까 가슴이 두 근 반 서 근 반 두려움에 떨었어. 그래서 도둑의 몸 위에 나뭇잎을 떨어트려서 깊은 잠이 들지 않게 하였지.”
올리브 나무가 말했습니다.
“너도 그 험상궂은 도둑이 두려 워서 떨었던 거야?”
“도둑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상하게 될까봐 걱정을 했어.”
“도둑이나 추장님을 걱정하거나 두려워 한 것이 아니네?”
“내 몸이 상할까봐 걱정을 했다니까.”
세월이 흘러 부처님이 제자들과 죽림정사에 머물고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으뜸제자인 목련스님이 부처님을 찾아와 왕사성 근처에서 어떤 도둑이 그 마을 재상의 집을 허물고 재물을 훔쳐가지고 달아나다가 자신이 수행하는 초막집에 이르러 하룻밤 재워줄 것을 청해 두려움 마음에 먹을 것을 주어 도망가게 했다는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부처님은 목련스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련아, 두려워 할 것을 두려워한 것은 그대분만이 아니라 옛날의 현인들도 그러했느니라.” 하시며 올리브 나무와 화살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부처님은 올리브와 화살나무의 전생이야기를 들려주시며 ‘그때의 화살나무는 사리불이며 올리브 나무는 나였다’ 고 하시며 화살나무가 부르던 게송을 다시 외워 보이셨다.
두려워 할 것은 두려워하고
오지 않은 두려움은 막아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두 세계를 볼 때
오지 않은 두려움을 먼저 보나니-.
☞생각 키우기
이 설화는 본생경 제 31화 ‘푸치만다 나무의 전생 이야기’ 중에 부처님이 목신으로 태어나 가르치던 시대의 우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이 설화에서 부처님은 나무도 사람처럼 자기가 해침을 당할 때 두려움을 느끼고 보호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 우주만물이 모두 하나의 뿌리라는 천지동근(天地同根)의 마음을 일러주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두려움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마음은 자신감과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이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