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이 옛 그림을 보고 이 방으로 옮겨 추억합니다...
간밤의 북소리와 기타, 피아노 소리에 깨어 눈을 뜨니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늘어지게 자는 이 방학의 아침은 선생 직업을 가진 자들의 차별적인 하품이고 우쭐한 기지개죠. 가슴츠레한 창문의 빗살을 퉁퉁 부은 눈으로 열고 또 뒹굴다 카페에 앉았습니다. 광주에서는 이영희샘과 대학생 딸, 김양순 기자님과 초등생 두 딸, 나병후 김장임샘 내외, 저 내외가 갔고, 광양에선 월주 강인숙샘, 강물 김금자샘, 솔바람소리 박숙영샘, 바부 백두선샘과 아들 이렇게 오셨답니다.
된장 항아리가 가득한 집에서 '점저'를 먹었습니다. 오후 5시 반이니 우리가 보통 퇴근하면서 가장 배고픈 때이기도 하죠. 그 집 '대표님?'의 정성스런 한식 밥상은 우선 도자접시가 친근감이 들었고, 전병류, 전류들이 색깔과 모양을 갖추고 곱게 펼쳐 있었어요. 나야 단연 알이 통통히 밴 병어조림이었지만 정작 그 집 된장 맛은 모르고 나왔습니다. 무잎에 보리밥을 볼이 터져라 밀어넣어도 될 자리였는데...
자리를 유스호스텔로 옮겨 곧 프로그램이 시작 되었죠. 내나름 프로그램의 핵심은 세 가지. 하나는 이병채샘의 수궁가 한 대목, 둘은 창작 4H노래 발표, 셋은 조르바 정태석!!
몇 주 전 우리(양순, 태석, 진수)는 진월동 독도참치에 앉아 이 4H에 대한 '심도 있는' 조르바의 브리핑을 듣게 되었는데, 동안 아이들과 학교에서 텃밭을 일군다, 브러스밴드를 지도한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레임 합창단'을 만들었다 하는 알만한 이야기들 뒤로 10월에 있을 '전국 4H 경연대회'에 관한 것이었죠. 말하자면 그 예산을 받고 그 준비를 하여 전국무대에 나가 떳떳히 입상하는 씨나리오 말이죠. 조르바가 대체로 단정하고 조용한 사람인데 그 근성이나 오기?도 만만찮은 친구라 서두를 때는 또 많이 설치고 노대죠. 제게 4H 창작노래 가삿말을 지어달라는 주문! 난 여름방학이나 지나 어언날 지어주면 되겠지 싶었고 또 조르바가 조르는데 거절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오늘 하는 거 보고 결정하겠다'로 슬쩍 넘기려고 그랬는데...
급기야 이 <문화 한마당> 일 주일 전에 지어 보냈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고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해가 뜨네요 달이 뜨네요 둥글게 둥글게 (아리랑 아라리요) 별이 뜨네요”
우리 생각 하나 되어 시냇물 흐르면
그대여 돌아와요 복사꽃 언덕길
그대 눈매 푸르러 산이 드높고
우리 이마 드넓어 들이 새롭네
아지랑이 일어나 논밭을 갈면
봄비야 온 세상에 단잠을 깨우네
“해가 뜨네요 달이 뜨네요 둥글게 둥글게 (아리랑 아라리요) 별이 뜨네요”
우리 가슴 하나 되어 당산나무 아래
그대여 돌아와요 찔레꽃 새하얀 길
그대 꿈 소박하여 지시랑 맞대고
우리 삶 따뜻하여 인정이 넘치네
소나기 산모롱이에 안개집을 짓고
무지개 핀 하늘가에 뻐꾹새 날으네
“해가 뜨네요 달이 뜨네요 둥글게 둥글게 (아리랑 아라리요) 별이 뜨네요“
우리 기쁨 하나 되어 손에 손잡고
그대여 돌아와요 밀밭 사이 추억의 길
그대 어깨 부지런히 땀을 흘리고
우리 다리 굳세게 이 땅을 지키네
단풍잎 새빨갛게 한잔 술에 취해도
풍년의 착한 소망 집집이 노래하네
“해가 뜨네요 달이 뜨네요 둥글게 둥글게 (이리랑 아라리요) 별이 뜨네요”
우리 농촌 하나 되어 들바람처럼
그대여 돌아와요 눈부신 고향길로
그대 몸 사시사철 소나무처럼
그대 혼 고갯마루 돌장승처럼
눈보라 흩날리는 차디찬 대지에 서서
다시 올 축복의 봄 두 손으로 맞으리
이렇게 보냈죠.
세상에 그 사이에 유승현님이 작곡을 하고 아이들이 한번 연습하여 마침내 어제 무대에 올려진 것.
곡도 가사도 잘 갈무리하여 조르바의 계획대로 관악기도 넣고 완성하면 가을에 참 좋은 결실이 맺어지리라 믿으며(왼쪽 기타 반주는 작곡가와 정태석샘의 큰 아들)...... 기념으로 사진 한방 찍었죠.
이병채!
서양음악 전공인 자가 고수를 앞세우고 부채를 펴든 것을 어떻게 볼까 내심 궁금하던 차 '수궁가 한대목'을 들었습니다. 한 20분 정도 되었어도 좋았을 것이 아쉽게 10여 분으로 끝났죠. 개콘('개그콘서트' 줄임말이라는데 백두선 아들이 아비의 귀에 속삭였던 말)적 현대 사설에 너무도 천연스럽게 깔고 전향한 톱톱한 목소리가 옛 '이병채'와 대비가 되었지요.
그가 중반의 자신을 황톳빛 붉은 생채기로 갈아 엎어 그 애닳은 흔적을 보이는데, 조금 야위고 조금 늙고 조금 더 강해진 느낌이랄까. 하여튼 그 황톳빛 착한 흙즙을 빚어 정말로 살 집을 지어 고운 마누라와 앞마루에 걸터앉았을 때 아, 두륜산자락을 달려 먼 들을 돌아온 저 믿어지지 않는 '토종' 말이죠!!
내가 그에게 뒷풀이를 청해 막걸리 한 사발의 소감은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으니까... 서양화 전공이던 내가 40 들어 모필을 잡고 한 씨름했을 때를 생각하면 끄덕거려지지 않은 바 아니지만 그러나 이건 토종의 조상적 피가 없고서 노력이 과연 무슨 소용이던가! 경애의 박수를 그에게 보냈다.
그의 아내는 미술교사 양은선. 아직 카페에 신발을 몇 번 벗진 않았지만 벚꽃 그림을 올려주었던... 한국화가죠. 옛날 그녀를 찔벅거려 '쑥대머리~' 깨나 얻어 들었죠. 말하자면 타령이든 소리든 국산은 안사람이 먼저였는데 지금 양은선샘은 보컬 리더싱어로 어디 밖에를 누빈다 합니다. 남편과 아내가 영락없이 그 영역을 맞바꾼 셈. 특이하죠?^^ 양은선이 쓸쓸한 척 보컬 반주에 앉아 마이크를 잡고, 칼칼한 남편은 북장구를 치며 얼씨구, 한 멍석을 까는 그림을 어디서 또 만나보겠습니까?
오늘의 밑천 조르바 정태석...
그의 발가락에는 보헤미아도 있고 노마드도 있어 떠돌기를 퍽 좋아하는 한 개 음악인. 높고 큰 산으로부터 맑고 깊은 물길을 잡은 오십 문턱. 음악이 좋아 그 오선지 행간 어디 또는 그 콩나물시루 되돌이표 어디 낮은 음자리표 하나 건져 늘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촛불의 순례자...
그에 대한 내 우정은 늘 쌉쌀하고 착하고 느슨합니다. 나를 처음 만난 날 '형님이라 부르겠소'를 밀어붙이더니 그 길로 오늘날 이와 같게 된 것이니, 달밤에 모닥불에 둘러앉아 구워먹으며 대화하고 한 소절 곁들이기도 하는 정서에서 이렇게 한 무대를 차려 목소리를 키워보고 싶어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착한 그의 테너는 정말 나이따라 썩히기 아까운 미성...
'환타지아'와 '쏘렌토로'를 들으며 앞으로 4H와 함께 할 그가 가을 경연대회까지 더위를 이기고 자신의 발바닥도 잘 넘어서 장도에 늘 행운이 뒤따르기를 빌어주었습니다.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먼데서 달려와 준 강인숙샘과 김금자샘, 백두선샘, 박숙영샘께 감사드려요. 코발트 불루 엷은 바탕에 원추리꽃을 어여쁘게 그려넣고서 네 분의 이름을 한자한자 가지런히 적은 '봉투'를 조르바는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어여쁜 귀걸이 목걸이 보석반지 니트 그리고 하늘하늘한 치맛자락의 아름다움을 뒷풀이까지 연장하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다음 기회에는 제가 꼭 되찾겠습니다. 광주서 함께 간 김장임샘 내외와 이영희샘 김양순샘 고마워요. 지금은 비록 모자라지만 우리가 판을 벌여 만나고 그것을 여러 번 더하여 마침내 모두 행복해지기를 우리 후반을 걸고 약속해요.[진]
첫댓글 옆에 피아노가 있었다면.. 금방 딩동그려 봤을텐데...전공분야가 아닌 새로운 장르에 관심을 돌려보고 열정을 쏟는 여러분들이 대단하시네요~~부럽습니다..가을에는 아름다운 하모니로 멋진 무대에 서시기를 박수 보낼께요~~^^
4ㅡH 복고풍입니까..? 사계가 대세네요~~ㅋ~
아직 덜 썼는데 금세 댓글을 달았네요.. 글 쓰다 은행 가고 글 쓰다 밥 먹고 이제야 마쳤네요. 가을은 실은 모르겠어요. 5주년을 금자샘의 유춘오에서 잘 하였으니 또 쉬었다 내년에나 할까 아니면 저내년 도담마을 준공에 할까 싶기도 하곰.. 10주년은 제가 직접 초대할 거에요. 멋진 테마 기대해주세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거야...." 다시 만나 뵐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여러 날 많이 행복했었답니다. 화려한 조명도 멋진 무대 장치도 없는 소박한 음악회였지만 선생님의 시가 노래로 울려퍼진 조르바선생님의 무대는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 동안 제 몸이 힘들었는지 다녀와서 꼬박 하루를 '시체'처럼 일어나지 못했답니다. 밤 길을 운전하는 솔바람에게 미안한 마음 그득하면서도 뒷 좌석에 누워버렸어요..솔바람...미안!! 오늘은 다시 사람이 되었네요...ㅎ.죄송!
예쁜 모습이야 전보다 더한데 기력은 약해졌나요? 강물의 '소리'를 듣고 싶어요. 호박꽃처럼...
으~~음 좋았겠다, 내 눈에 얼른 들어온 샘이 있어 좋다. 정태석 샘도 가슴 두근 거려겠다. 짝짝짝 모두에게 박수보낼게요, 수고했어요. 담엔 금요일 저녁에 하면 어떨까요?
제 마음 속에 언제나 여리고 작은 순수한 아가씨로 남아 계시는 ~ 그린님...담에 꼭 만나뵐께요..
첫사랑 처럼 가슴 안에 담고 있어요.역시 멋진 울 샘 여기가 반짝 거려요. 사진으로도 반가워요. 내내 건강 챙기시구요.
멀리서 맑은 바람의 띠가 훨~~날아들어 귓가에 앉습니다. 노랫말 아름답고, 굿거리 장단과 기타소리도 함께 들리네요..^^
음감은 좀 없다고 하나 본인은 정작 인정하지 않지만...(아침에 흥얼거리면서 밥하고 있는데...청음감 있는 울 딸아이의 말.."엄마는 정말 반음씩 내려갔다 올라갔다...그런데 그 반음에서 또 다른 시작이 되고"..ㅎ) 그래도 20대 한 때엔 사물놀이패에서 장구도 치고 있었는데...
40대 이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없이 씩씩하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도...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여자들이 혼자 흥얼거리면 남편들이 참 행복해 합니다. '평화' 라는 단어가 가슴 눈 귀 닭살에 꽂혀 아무데서나 잠들게 하는!! 반음 오르고 반음 내리는 선율이라면 더욱이 꿈길로 날아가는 에스컬레이터' 내지 그네뛰기'가 되는 것이죠.^^
아침에 조깅을 두 시간이나 해버렸어요.대흥사 입구에서 뛰다,걷다, 한눈팔다...6시5분에 씩씩하게 걸어나갔다가 8시10분에 기어들어갔습니다.하루 종일 종아리 당기고 발톱이 아파서 절둑절둑...지쳐서 쓰러져 자다 다시 일어나 밥묵고 또 자려구요.
해남에서의 1박2일 낼 구경시켜드릴께요.인생설계도 바꾸고 왔습니다.
'인생설계'? 절뚝거리다가 문득 떠오른?
진수샘, 샘쫌 짱인듯...
화가가 철철이 전시회 안 열어도,
시인이 해마다 시집 한 권씩 안 내도,
선생님 살아가는 인생반경의 시와 꽃과 그림이 카페를 채워가네요.
멋진 분들과 좋은 만남의 마중물이 되어주셔서 감삽니다.
꽃선생님
기자님은 별 말씀을... 양순씨가 바로 그 '좋은 만남'의 주인공이신 '멋진 분'입니다.
오신분들께!!! 눈물겹도록 고맙고 방가방갑고 행복^L^했습니다. 그 행복감은 3박4일 두선아우랑 함께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들 체험학습시키겠다고 문화한마당에 오신 두선이는 10년전 감회로 저와 3박4일만 더 바람의 띠 연결음을 가지고 채우고 가겠답니다. 다음날 아들은 아빠는 해남에서 더 계시다 오세요 차만 태워주면 혼자서도 순천에 갈 수 있다는 아들말과 표졍에 놀란 저^^ 현산두모리와 윤듀서공저가 있는 백포 그리고 화산관동리 바닷가 관두산을 돌아 토종닭과 막걸리로..고맙습니다. 정태석올림.
제가 관람한 공연 중 가장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해남에 출발하기 전 아침 산책을 하며 "알라딘- A Whole New World " 를 몇 번이나 계속해서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하루 종일 입가에 머물렀고 마치 알라딘의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지요. "....놀랍고 놀라운 곳으로 당신을 데려갈께요. 샛길과 그아래 그리고 그위를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말이예요..... ..아들 성욱이 셩현이 만나서 얼마나 또 반가웠답니다. 조르바선생님.. "맑은 바람"의 소리도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르바의 수첩이 꼭 담아 갈 강물샘의 덕담을 들으니 무언가 열 가지가 닫히고 꼭 백 가지가 열리는 듯 합니다. 다음 만남엔 "알라딘- A Whole New World "를 '몇 번이나 계속해서 큰 소리로' 제게도 불러주세요~!
.. 먼 길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8월 둘째주에나 진수형님! 양순님 졸라 졸라서..광양경유해서 여수 바람쏘이러 가고 싶습니다.카페에서 얼굴 안보여주시니..한 해에 두번정도는 찾아뵈오렵니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