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어라, 그날이 다가온다.” 2004년에 개봉한 기후재난영화 <투모로우>의 포스터에 실린 문구이다. 한눈에 보아도 경고성이 짙다. 무엇에 대한 경고일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지난 몇 주간 우린 배웠습니다. 자연의 분노 앞에 인간의 무력함을…. 인류는 착각했었습니다. 지구의 자원을 마음껏 써도 될 권리가 있다고. 허나 그건 오만이었습니다.” 많은 기후 전문가들의 예견대로 이 영화의 경고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으며 실제로 세계 각국이 심각한 기후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때아닌 눈이 내리고 우박이 떨어지며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으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이상기후의 주요 요인으로 지구의 온난화와 해수면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는 점을 꼽는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공동의 집 지구의 생태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하는 일종의 반증일 것이다. 지구의 위기는 인류 공동체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결단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전 지구적 차원의 지속 가능한 공동의 대응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생태위기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이번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세계는 이미 코로나19 감염이 일개 국가의 국지적 문제가 아님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팬데믹 선언을 바라보며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환경의 위기가 인류 전체를 순식간에 실존적 위기로 몰아갈 수 있음을 교훈으로 얻었다. 바라건대, 현재의 바이러스 사태로 국제사회에 일고 있는 공동의 위기의식이 지구 생태의 위기를 다 함께 극복해 보자고 하는 공동체적 대응 행동으로까지 이어져 갔으면 좋겠다.
따라서 이번의 위기를 다 함께 극복하자고 하는 우리의 노력 안에는 단순히 일상으로의 복귀뿐 아니라 보다 광의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위기에 처한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나의 일상과 생활 습관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숙고해 보았으면 한다. 그럴 수 있다면 지금의 위기상황이 분명 전 인류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본다. 코로나의 역설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각국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엄격한 봉쇄를 선택하면서 항공망과 교통망이 막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이동도 멈추게 된 것이다. 이동에 대한 봉쇄는 자연스럽게 탄소 배출량의 감소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집에 머물고,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탄소 배출량도 상대적으로 급감한 것이다. 뜻하지 않은 결과로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미세먼지 없는 봄을 맞이했고 중국에서는 의도치 않게 파란 하늘이 모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인도 뭄바이 인근 샛강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홍학이 날아들어 분홍빛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 생태에 백신 역할을 한 격이다. 이번 상황이 환경에 대한 우리 자신의 행동을 깊이 각성하고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 후손들에게,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회칙, 「찬미받으소서」 160항). 누구에게 뭐라고 하기 전에, 물을 아껴 쓰고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실천, 나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우리의 풍요로운 삶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 후손들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반올림해 보자. 이번 코로나 교훈이 우리의 일상도 되찾고 지구의 생태도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는 상생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김창해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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