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그 궁극의 만남] 21세기, 물리학
초끈 이론 Superstring theory과 의상義相의 화엄 사상法性界

一中一切多中一 하나 중에 일체 있고 일체 중에 하나 있으니
一卽一切多卽一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라
一微塵中含十方 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 세계 머금었고
一切塵中亦如是 일체의 티끌 속도 또한 다시 그러해라
- 의상(義相) 대사의 법성계 (法性界) 중에서
이번 호는 {하나의 먼지가 우주와 같고 우주가 하나의 먼지와 같다}는 화엄 사상의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먼저 물리학의 세 가지 관점에서 {큰 세계와 작은 세계가 동일할 수 있다}는 말을 살펴봅시다.
1. 소립자와 블랙홀은 동일한 것인가?
1970년대 초 펜로즈와 스티븐 호킹 등은 블랙홀과 소립자가 동일한 존재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블랙홀은 질량, 전하, 스핀(자전 상태)이 같다면 물리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소립자도 이와 똑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둘 사이에 유사성이 존재한다는 거죠. 이후 {블랙홀 = 소립자}라는 가정 하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스토로밍거, 모리슨, 브라이언 그린 등은 끈 이론을 통해 블랙홀과 소립자가 동일하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여기서, 끈 이론의 중요 개념을 정리해 보죠.
1995년 스트로밍거는, 블랙홀은 끈 이론에서의 {3차원 구형을 둘러싸고 있는 3-브레인}으로 볼 수 있다고 발표했는데, 아래 그림은 블랙홀을 편의상 2차원 구형을 2-브레인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위의 3-브레인(블랙홀)을 공간 찢기(플럽 변환: flop transition)을 시키면 하나의 점이 되는데,이는 블랙홀의 질량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는 것이죠. 또, 공간 찢기 과정에서 위 네모 상자 안의 도넛이 공 모양으로 변화되는 과정처럼 구멍이 사라지게 되는데, 이는 끈 이론 입장에서 본다면 진동 패턴(입자)이 하나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블랙홀은 공간 찢기 과정을 통해 점점 작아져 광자와 같은 질량이 없는 소립자가 된다}는 것이죠. 시공간 찢기(수학적으로 코니폴드 변환: conifold transition)라는 마술을 통해 어마하게 큰 블랙홀이 먼지보다도 작은 소립자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즉, 소립자는 블랙홀의 다른 모습일 뿐인 것입니다.
2. 팽창하는 우주와 수축하는 우주는 같은 것인가?
1984년 일본의 야마사키와 카카와는 아래 그림과 같은 호스에 끈이 연결되어 있을 때 {굵기가 플랑크 길이(10-36cm)보다 가는 상태에서 계속 가늘어지는 원형 차원이 있다면, 굵기가 플랑크 길이보다 긴 차원에서 계속 굵어져 가는 원형 차원에서의 물리적 현상과 동일하다}고 발표했습니다.
끈의 에너지는 진동 에너지와 감김 에너지의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진동 에너지는 반지름 R에 반비례하고 감김 에너지는 R에 비례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반지름 R이 커지면 진동 에너지는 작아지고 감김 에너지는 커지지만 반대로 R이 작아지면 진동 에너지가 커지고 감김 에너지가 작아져, 결국은 R이 증가하거나 감소하거나 간에 총 끈의 에너지는 변화가 없어 R이 커지는 현상과 작아지는 현상은 물리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팽창하는 우주와 수축하는 우주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거죠.
3. 홀로그래피, 하나의 점에 우주를 담을 수 있는가?
홀로그래피는 본질적으로 파동의 간섭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하나의 레이저에서 나온 빛이 두 개의 빔으로 갈라져 하나는 피사체에 반사되어 감광판에 도달하고 또 하나는 피사체를 통과하지 않은 채로 감광판에 도달하여 두 빛이 간섭 패턴을 만드는 것입니다. 현상판을 통해서 레이저를 비추면 원래 물체의 완전한 3차원 입체 영상이 나타나는데, 이 홀로그래피 영상을 움직이면서 일반 사진에서 볼 수 없는 숨겨진 면을 모두 볼 수 있는 거죠.
홀로그램의 놀라운 점은, 필름을 반쪽으로 잘라 거기에 빛을 비추면 사과의 완전한 모습이 나타나는데, 그 필름을 반으로 자르고 또 잘라서 아주 작은 조각이 되어도 사과의 전체상을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공간 3차원의 세계를 홀로그램을 통해 2차원에 그림자로 압축했는데, 끈 이론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3차원의 세계가 공간 4차원 세계의 그림자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10차원은 9차원에, 9차원은 8차원에......1차원은 0차원(점)에 압축된다면, 하나의 먼지 속에 우주의 전체상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의상 대사의 법성계로 돌아가서 위의 과학적 현상과 비교해 봅시다.
一中一切多中一 하나 중에 일체 있고 일체 중에 하나 있으니
一卽一切多卽一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라
一微塵中含十方 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 세계 머금었고
一切塵中亦如是 일체의 티끌 속도 또한 다시 그러해라
블랙홀과 소립자, 팽창하는 우주와 수축하는 우주 ,홀로그램의 피사체와 감광판의 무늬, 일체와 하나, 시방 세계와 한 티끌. 어때요,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하나 중에 일체가 있고 일체 중에 하나가 있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법장과 측천 무후의 일화를 들어 보죠. 측천무후가 법장에게 {一中一切多中一} 등의 법계의 원리를 드러내 줄 실례를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법장은 황후를 인도하여 거울로 도배된 방에 들어갔죠. 그 방은 천정, 바닥, 사면은 물론 네 귀퉁이마저도 거대한 거울로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때 법장은 불상과 함께 횃불을 방 한가운데 놓았습니다. 그러자 방안은 거울과 거울이 서로 무한히 반사하는 장엄한 파노라마로 가득 찼습니다. 황후는 순간 소리쳤습니다. {이렇게 환상적일 수가! 놀랍군요!} 그러자, 법장은 조용히 입을 열어 법계의 비밀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호는 지면 제한 때문에 이번 호 주제를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계속해서 법장의 설법을 통해 {一中一切多中一}라는 화엄 사상의 핵심 원리를 알아보고, 이를 끈 이론과 연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글 | 조현학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지구 물리 전공) EBS-TV에서 물리,화학, 생물, 지구과학등의 강의를 진행한 바 있는 과학강사이다. 서양의 과학이론들이 동양의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점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자료수집과 정리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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