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5차 경북 칠곡 영암산(2024.11.14.)
오늘은 경북 칠곡의 영암산을 다녀왔습니다. 날씨도 전형적인 가을 날씨여서 산행하기 더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중리 저수지 부근에서 출발하여 북봉과 영암산을 거쳐 안부삼거리로 내려오는 코스였습니다.
김정기 부회장님의 산행 안내에서 산악인들이 별고 가지 않는 산, 시간이 얼마 걸릴지 잘 모르겠다는 말씀으로 추측해 보건대 별 볼 일 없는 산으로 생각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초입에 들어서니 골프장 건설한다며 톱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길에는 밴 나무들이 넘어져 있어서 좀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도 올라가는 길은 험하지 않아서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단풍들을 보며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며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중턱에 이르러 진짜 산행이 시작되면서 완전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가파른 것은 물론이고 암능들이 연이어 나타나 우회로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험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는 아무런 등산 시설도 없었는데, 그래도 회장님은 인공적인 시설이 없으니 더 좋다고 하시더군요. 자연 그대로의 산을 밟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좀 계단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편 생각해 보니 회장님의 말씀도 산악인으로 당연히 할 만한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어 올라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영암산(鈴岩山)을 글자 그대로 보면 방울바위산이라는 뜻인데 정상 근처의 암능들이 방울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까지 시야가 훤하게 트인 것이나 울긋불긋 단풍들을 보는 재미 기암절벽에서 사진을 찍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힘들여 올라온 뒤에 보는 경치라 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분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내부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상에 올랐을 때의 기분이 경치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산악인은 다 알 것입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는 경치이기에 더욱 멋지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땀흘려 얻은 것이 공짜로 얻은 것보다 값진 것이듯이 말이예요.
‘이게 왠 떡이야!’라고 할 만큼 오늘은 숨어 있는 명산을 다녀왔습니다. 내려와서 회장님은 김정기 부회장님께 “정말 명산이었다”며 좋은 산은 선정해서 고맙다고 인사하시더군요. 김 부회장님도 기분이 좋았는지 그 특유의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미소를 지어 보이더군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기는 행운이 더욱 반갑고 값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산이 바로 그랬습니다. 다음 주에는 영암 월출산을 간다고 해서 크게 기대하고 있는데 기대에 부합되기를 기도합니다.
다 내려와서 길을 잘못들어 동네 한가운데로 와버려서 차를 불러 타고 오는 작은 해프닝은 있었으나 정말 멋진 가을 산행이었습니다.
잠깐 제 개인사를 얘기해도 될까요?
저는 지난 두 주를 빠졌습니다. 불가피한 일이기는 했지만, 저도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벌이라도 받았는지 이번 주 초에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이틀 동안 꼼짝 못 하고 집에 있다가 오늘 겨우 나왔습니다. 그래서 산이 험하면 역산행을 할까 했는데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김정기 부회장님에게 속아서 정상까지 갔지 뭡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산행을 하니 아픈 허리도 아프지 않고 오히려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만 그럴까요? 제 생각입니다만, 무릎과는 달리 허리는 아래로 누르는 압력으로 인해서 문제가 생기는데, 같은 자세로 오래 있으면 척추의 연결 부위가 지속적인 압력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구부렸다 폈다 하는 행동이 척추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등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평지를 오래 걷거나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픈데, 등산을 하면서는 허리 아픈 것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등산이 허리에는 정말 좋은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해 본 얘기입니다.
이렇게 오늘도 정말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다음 주는 정말 이름난 명산 영암 월출산을 갑니다. 한 주 잘 보내시고 월출산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모두모두 안전산행하심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김정기부회장님의 시간에 너무 구애받지 말자는 말씀에 앞으로는 많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총장님 힘드실텐데 이렇게 빠르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늘 건강하시고 우리산악회의 자랑이되어주세요.
초입엔 우왕좌왕했으나 암산을 오르는 묘미가 제법 짭짜롬했고
명산못지 않은 산행에 즐거움이 컸지요.
숨박꼭질하듯 정상이 묘하게 숨겨져 있어서 가파르게 오르고 보며 또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헜던 정상이였지만 ...
오늘의 가을산행은 최고였습니다.
총장님
산행일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