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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 이구동성 “어머니 있어 내가 있다!”영화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어머니 등 7명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수상무대 정면에는 어머니를 상징하는 대형 저고리가 걸려 있다. 그 주위는 저고리보다 큰 나비 문양으로 채워졌다. 이 예사롭지 않은 장면은 무엇을 의미할까? 문득 포근한 어머니의 품에서 잘 자라 세상을 향해 활기차게 날갯짓하는 자식이 떠오른다.
영화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의 어머니 오수덕 여사,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황금사자상 수상작 커미셔너 조민석 씨의 어머니 황봉선 여사, 파리국립오페라단에 입단한 동양인 최초의 남자 무용수 김용걸 한국예술종학학교 교수의 어머니 이강선 여사, 한국 최고의 서정시인으로 불리는 문태준 시인의 어머니 김점순 여사 등 총 7명이 자녀들과 손을 잡고 시상대에 섰다.
황수경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린 시상식은 수상자 소개, 수상자 선정 경과보고, 시상, 감사인사, 수상자 인터뷰 및 축가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영상으로 만난 수상 자녀들의 활동, 이날 무대에서 직접 선보인 국악인 남상일 씨의 소리 ‘사랑가’, 문태준 씨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시 ‘노모’ 낭송, 한국예술종합학교 남성중창단이 부른 ‘어머니 마음’은 시상식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자녀의 인생을 위해 희생해온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듬뿍 전해졌다.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은 매년 어버이날을 계기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녀를 훌륭한 예술가로 키운 어머니들의 헌신을 기리고, 이들을 예술 교육의 귀감으로 삼기 위해 제정됐다. 지난 1991년에 시작해 올해 25회째를 맞는다. 수상자들에게는 문체부 장관 명의의 표창과 금비녀 ‘죽절잠’이 수여된다. 2015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신대남 심사위원장은 “이 상은 올해로 138명의 수상자를 냈다. 올해 시상은 예술가들의 활동과 그들을 정성으로 길러주신 부모님들의 결과를 종합해서 심사했다. 한 분야에서 2명씩 총 14명의 심사위원이 최종 후보 27명 중 7명을 선정했다.”라며 “훌륭한 어머니들을 심사한다는 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심사위원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상을 꾸준히 발전시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대중예술 부문 수상자인 오수덕(76) 여사는 한국 영화감독 최초로 1천만 관객 영화 두 편(국제시장, 해운대)과 ‘1번가의 기적’, ‘두사부일체’ 등을 내놓은 윤제균 감독의 어머니다. 윤 감독의 아버지는 아들이 판검사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들의 마음을 읽었던 어머니는 엄한 아버지를 설득해 상대에 보냈다. 또 대기업을 그만 두고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아들에게 돈을 떠나 좋아하는 일을 하라.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가치는 훨씬 더 크다며 힘을 실어 주었다.
윤 감독은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가 영화감독이 되고자 했던 당시 영화감독은 춥고 배고프고 힘든 직종이었다. 그래도 흔쾌히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네가 행복하면 엄마도 행복하다.’라고 하셨다. 내 작품은 늘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 어머니로부터 비롯됐다.”라고 차분하고 나지막한 어조로 고백했다. 윤 감독은 이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제46회 대종상영화제 기획상(2009년), 제1회 서울문화예술대상 영화감독 부문 대상(2010년)등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다음은 오수덕 여사와 윤제균 감독과의 미니 인터뷰. -영화 ‘국제시장’은 아버지의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어머니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영화가 있는지요?
문학 부문 수상자인 시인 문태준 씨의 어머니 김점순(69) 여사는 “한 일도 없는데 농사 짓는 시골 할머니에게 이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러자 문 시인은 “지금 어머니는 김천에 살고 계신다. 평생을 자식 위해 사느라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셨다. 은덕으로 치면 수미산(불교의 우주관에서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거대한 산)보다 더 크다.”라고 표현했다.
문 시인은 “등록금을 내야 하고 책을 사고 학교에 가야 할 때면 어머니는 아침부터 이웃집들을 돌며 돈을 빌려오셨다. 문학하는 일은 외롭고 힘들고 바로 이득이 생기는 일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꾀 부리지 말고 정해진 길로 가라. 남에게 뭔가를 받으면 갚을 생각을 하며 살라’라며 쇠죽 끓이는 부엌에서 매질을 하신 어머니 덕분에 의지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들었다.’로 시작되는 시 ‘노모’를 낭송했다.
이 밖에 건축가 조민석 씨의 어머니 황봉선(84) 여사는 조행우 건축가의 부인으로 시어머니를 모시며 2남 2녀의 뒷바라지에 힘쓴 어머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자녀를 존중해주고 가진 재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조민석 씨는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 커미셔너로 활동하면서 역대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의 어머니 최현숙(55) 여사는 평범한 집안에서 어린 시절부터 딸을 성실히 뒷바라지해 온 음악애호가 어머니다. 피아노 레슨을 위해 딸이 여섯 살 때부터 원주-서울 간을 오가는 등의 노력을 통해 딸이 토종연주자로서 2011년 7월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2위 등 세계유수의 국제콩쿠르에서 수상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국악인 남상일 씨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있다.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이 세상에 제일 큰 부자는 부모님이 있는 사람일세’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라며 어머니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수상자는 물론 관람객까지 부자가 된 듯한 시상식이었다. 영국문화협회가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Mother(어머니)’가 1위로 선정됐다. 어머니는 영어권뿐만 아니라 아마 세계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게 느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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