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말부터 이란 정부는 수입품을 10개 등급으로 나눴다. 9월부터는 외환거래소를 설치해 환율을 정부 고시환율, 외환거래소환율, 시장환율 세가지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수입품목을 10개 등급으로 구분하여 3중환율제를 실시하면서 지난해 9월 24일부터 연말까지 이란에서는 원화결제 8개 시중은행과 수입 바이어간에 수입대금 정산문제를 놓고 한바탕 분쟁이 발생했다.
먼저 10개 수입품목군에서 1~2등급은 최우선 수입 품목군으로 정부 고시환율이 적용된다. 수입우선품목군인 3~5등급은 시장환율보다는 낮은 외환거래소 환율이 적용된다. 6~10등급 품목군의 수입시에는 시장환율이 적용된다.
현재 이란의 환율은 정부 고시환율이 1달러당 1만2260리얄, 외환거래소환율은 2만5000리얄, 시장환율은 3만5000리얄 수준이다. 시장환율은 2010년 7월 서방의 금융제재가 본격화된 이후 3배 수준으로 올라있다.
바이어와 이란은행간 분쟁(紛爭)으로 수출대금 입금지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이란 수출대금 지연사태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9월 24일부터 외환거래소가 설치돼 3중 환율제가 시행되면서부터다. 3~5등급 수입품목군에 속하는 철강재와 합성수지 등 원자재 품목의 경우 현지 바이어들은 9월 24일 이전에는 정부 고시환율(1달러당 1만2260리얄)을 기준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9월 24일부터는 외환거래소환율(1달러당 2만4000~2만5000리얄)을 전신환(T/T)으로 송금하거나, 신용장(LC) 개설에 따른 대금을 현지 결제은행(8개 지정은행)에 입금해야 했다. 바이어들은 현지 화폐 기준으로 2배나 많은 수입대금을 입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바이어 입장에서는 T/T송금의 경우 결제부담이 갑자기 2배로 늘어나 제 때 수입대금을 송금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대금지급이 늦춰질 수 밖에 없었다. LC 거래의 경우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바이어들은 LC개설은행에 수입대금의 100%를 예치(Deposit) 해뒀는데 현지 결제은행이 바이어에게 2배의 대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한국의 원화 결제은행인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게 LC 대금을 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서게 된 것.
올들어 이란의 수입대금 결제지연 문제는 없어져 KOTRA 테헤란무역관의 이병우관장은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해 9월 24일이후 연말까지 우리나라의 대이란 수출대금 결제 지연사태가 확산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지난해 4/4분기 전에 불거졌던 이란 바이어와 8개 은행간의 수입대금 결제관련 분쟁의 여파로 지금까지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대금결제 지연문제가 간간히 이어져 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올들어서는 대금결제 지연문제는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올부터 이란의 8개 결제은행이 이란 중앙은행으로부터 외환을 배정받은 후 LC를 개설하거나 T/T 송금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변동으로 인한 대금결제 분쟁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란 수출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들어 8개 은행중 일부 은행이 현지 이란 바이어가 수입대금으로 은행에 지불한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결제를 해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같은 소문에 대해서 KOTRA 테헤란 무역관은 확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
최근 미국의 2013년도 국방수권법(NDAA 2013, IFCPA 1241~1255조)이 오는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이슈와 관련, 이병우 관장은 “영향이 우려되는 품목과 거래를 중심으로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란 수출은 안된다는 식의 과잉 대응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리스크는 반드시 수반된다 이병우관장은 “이란과의 비즈니스에는 이란 리스크(Risk)가 반드시 뒤따른다”고 전제하고, “이란의 테자렛은행(Tarjart Bank)이 제재를 받으면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과 국내 결제은행이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처럼 예기치 않은 수출차질이 발생하는 사태는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시장동향은 물론, 서방의 경제제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에 대비해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이란 수입이 감소하면서 수출도 감소세를 나타나고 있다. 대이란 수출은 △서방의 경제제재 여파로 인한 이란 경기침체 △리알화 가치 폭락에 따른 수입가격 급등 △원유수입 대금 감소에 따른 외환 부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감소하고 있다.
이같은 요인으로 이란의 정부 발주 프로젝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폭 감소하고 있다. 철강과 합성수지 등은 이란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원자재나 부품이다. 따라서 철강과 합성수지 등의 수출은 당분간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테헤란 무역관의 분석이다.
수출 네트워크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원화결제시스템이 지속되는 한 비제재대상 품목의 대이란 수출은 계속될 것이다. 9~10등급 수입품목군의 수입이 금지되었으나 최근에는 9등급의 수입이 다시 허용됐다. 물가와 환율이 폭등해 수입여건은 악화되어 있으나 새로운 수출기회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란은 유럽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우세한 시장이었다. 제재강화로 유럽과 미국 기업들이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게는 수출네트워크를 넓혀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기업들이 물러난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수출기반을 잘 닦아놓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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