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여왕을 알현하다 "서울 장미 여행" 알아보기

[주시완]

가정의 달, 더불어 봄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 화영 연화의 순간을 선사하려 서울 곳곳에 봄의 여왕님께서 자태를 뽐내고자 모습을 드러내셨다. 사람이 만든 피조물 그 위에 자연이 움트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서울 곳곳으로 퍼져 여왕님을 알현코자 바삐 움직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래섬 주변을 노랗게 물들었던 축제의 종료와 함께 잊혀 갈 때, 자연스럽게도 다음 차례에 등장한 장미. 얼마 남지 않은 봄의 아쉬움을 알기라도 하듯 그 자태에 취해 쉽사리 시선을 돌릴 수 없을 정도였다.

서울의 그 크기가 상당한 만큼, 집에서 멀지 않은 곳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까지 가 볼 만한 장소들이 매우 다양했다. 작년에 다녀왔던 곳들을 배제시킨 뒤 몇 곳을 추려 선택과 집중을 꾀했다. 모두 다 돌아보고 싶었지만 한정된 시간 동안 지정된 장소에서 사진과 더불어 충분히 만끽하고 싶었기에 가까스로 욕망을 제지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마주했던 그 자태는 명불허전임을 스스로가 증명해 내고 있었다. 유난히 맑았던 어느 날, 빛을 머금고 찰나의 순간을 황홀케 해줬던 그때를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강하게 남아 있다.

1. 양화한강공원

선유도역과 당산역 사이, 이곳은 한강공원 한가운데 편의점을 뒤로한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선유도역으로 선유도공원 쪽으로 가던 와중에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햇빛을 머금은 채 그 화사한 자태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는 공간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핑크빛 장미 넝쿨이 외벽과 내벽을 가득 채울 때 드문드문 피어있던 색색의 장미가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줬다. 이미 도착하기 전부터 그 자태에 홀린 사람들로 주변이 웅성 거릴 정도였다.

핑크빛 장미 주변을 활용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부터, 돗자리를 깔고 각종 소품을 활용해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들까지 무더위를 이겨내는 그들의 열정에 나도 자극을 받기 시작했다. 한창 주변을 오가며 장미를 담고 있을 때, 저 멀리서부터 번쩍거리는 반사판을 든 사진작가와 모델의 등장은 그 열정에 방점을 찍어 버렸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오직 그 더위를 식혀주고 있을 뿐이었다.

ㅊ가까이서 바라본 그 자태는 주말에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그 아름다운 모습이 사그라드는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사람마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스마트 폰을 통해 순간을 담는 모습에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찰나의 순간을 보낸 뒤, 맑은 하늘 아래 장미의 화려한 모습에 얹어진 짙은 노을빛 한 스푼의 그 느낌이 쉽사리 잊히질 않았다.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듯, 그날의 SNS에는 일몰의 따스함이 한 스푼 올라간 장미 사진을 통해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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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현산 장미원

중랑구 또는 올림픽공원 장미광장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그곳들 못지않은 빼어난 공간이 성동구 주민들의 휴식처로 자리했다. 행당역 4번 출구로 나와 20분 정도 오르다 보면 서울 한가운데 서울 같지 않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제 막 장미가 올라오기 시작한 곳 주변 벤치에는 사람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검색 결과 이곳에 대한 정보가 많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베일에 쌓여 있다는 게 의아할 정도로 그 모습이 참으로 수려했다.

녹음 사이로 둘러싸인 공간에 꽤 많은 장미들이 식재돼 있었고, 어떻게 바라보든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뷰 파인더를 통해 마주할 수 있었다. 이곳을 찾았을 때 장미가 만개하지 않았으나 둘러싸인 나무들 주변에 앉아 보냈던 잠시의 휴식은 정말 세상과의 단절감을 선사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공간이라 마치 보물을 선점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벅찬 감정이 복잡 다양하게 얽히고설켜 시시각각 다가왔다.

장미원 가장자리 쪽에도 이제 막 싱그러운 상태를 머금은 장미가 주변을 아름답게 꾸며줬다. 성동구에 자리한 대현산 장미원을 시작으로 길게 늘어진 산책 길 따라 응봉산에 이어 중랑천 장미축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길이 잘 조성돼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 편으로 떠날 시간에 찾아 산책길을 거닐며 한강과 함께 즐긴다면 계절의 여왕 그 바쁘고 아름다운 틈바구니 사이에서 가장 로맨틱 한 순간을 지닐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서울 곳곳에 장미 명소가 많은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 이곳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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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천호동 장미마을

 

주변에 문구류 거리도 유명했지만 이곳의 존재감은 차원이 달랐다. 천호역 1번 출구로 나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한 편의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한 골목이 자리했다. 색은 다른 곳들보다 다채롭지 않았지만 제한된 공간을 풍성하게 채웠다는 그 사실 하나로도 매력이 충분한 곳이었다. 개활지에 놓인 다른 공간들과 다르게 주택가 한가운데 하늘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단절된 공간. 슬며시 옆으로 지나가는 자전거과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더욱이 해가 슬슬 저편으로 떠나고 있던 순간의 골목은 더욱 따사롭게 느껴졌다. 장미 군락 그 뒤쪽으로 어렴풋하게 스며든 노을빛이 어둠으로 점철된 그 공간 사이의 한 줄기의 희망처럼 다가왔다. 실제로도 곳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어 그 적막감에 젖어 골목을 느끼고자 고요함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특별한 분위기와 함께 화려함에 얹은 노을빛의 따스함이 스며들어 골목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 줬다. 가히 5월의 여왕이라 할 만했다.

 

 

 

일몰 시간이 길어진 덕분에 이곳에서의 순간을 충분히 만끽하며 기록할 수 있었다. 강동구 주변을 좀 더 즐기고 싶다면,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강풀 만화거리도 함께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도보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해 있는데 몇 년 전 한 번 다녀온 결과 거리 곳곳을 수놓은 작가의 캐릭터들에 의해그 순간에 젖어들 수 있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게다가 주변에 TV에도 소개된 유명 식당들도 함께 나와 있으니 함께 즐겨 보는 것을 조심스레 권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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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올림픽공원 장미광장

 

서울에서 장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 더불어 올림픽공원 9경 중 한 곳으로 손꼽히며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들꽃마루의 양귀비와 함께 서울의 계절을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 장미광장이다. 카메라를 들기 시작하면서 매년 장미 시즌에 놓치지 않고 찾고 있는 곳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 이기도 하다. 규모는 다른 곳들에 비해 크지 않을지언정 집약적으로 심어진 그 장미의 종류는 무시하지 못할 만큼 다양했는데, 광장에 들어서며 마스크를 내리자마자 장미 내음이 주변을 감쌌다.

 

새로운 곳에 갔을 때는 순간을 담기 전 주변을 유심히 살피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공간은 아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찾았기에 그 감각을 찾고자 주변을 좀 거닐었다. 장미 터널은 물론이거니와 갖가지 포토 존을 감싼 장미의 그 자태는 완벽에 가까웠고, 장미광장 한가운데 놓인 포토존과 신전을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 주변 분위기에 젖어들게 만들어 줬다. 작년과는 또 다른 감각들을 활용해 오직 나만의 시선으로 이곳을 기록하고자 부지런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햇빛을 머금은 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훌륭한 배경지가 돼줬다. 더불어 장미의 상태는 다른 어느 때보다 좋아 보였고, 길 따라 기다랗게 놓인 장미들이 선 따라 훌륭한 그 자태를 뽐냈다. 장미의 싱그러움도 이미 절정을 향해 있었기에 중간중간 사람들을 피해 순간을 담을 수 있도록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천호동 장미마을에 이어 마지막으로 찾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던 마음 상태도 순간을 더욱 풍요롭게 향유할 수 있는 매개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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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정을 장미에 초점을 맞춰, 쉽사리 해외로 떠나지 못하는 이 시점에 일상 속 소소했던 순간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이에 맞게 장미도 그 순간의 선택에 만족스러울 정도로 응해줬고, 해가 저물어 갈 때 즈음 내 카메라에 담긴 결과물과 심리적 만족감은 고단한 피로감을 잊은 채 다음 작업들을 이어갈 정도로 뿌듯했다. 어느새 장미 그다음으로 서울에서 머리 떨어진 제주도에서부터 수국 소식이 바쁘게 들려오던데, 그 행복한 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했다.

 

더불어 굵직굵직한 장소들 말고도 찰나의 순간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많기에 이곳들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당시의 감상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어 너무 좋았다. 좋은 것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공유를 통해 그 가치를 최고조로 끌어낼 수 있다고 스스로 믿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에 따라 드넓은 서울에 숨겨져 있는 장소들을 찾아 종종 풀어봐도 좋을 듯싶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어느덧 서울은 단순히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자연과의 훌륭한 조화를 갖춘 도시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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