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을 뚫고 집에 들어오면 생강 먹고 몸을 따뜻하게 만들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집에 끓여놓은 생강차 한 잔 마시고, 저녁에 먹을 채소볶음에는 생강가루 넣어 먹을 상상.
적은 양으로도 강렬한 맛을 내는 생강 덕분에 겨울 추위가 두렵지 않습니다.
예년만큼 추운 겨울이 아니다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손발을 동동 하고 있으려니 정말이지 따뜻한 생강차 한잔 호호호 불어가면서 마시고 싶어지는 그런 겨울입니다.
김치와 식혜, 또 회를 먹을 때 등 생강은 주변에 참 많죠. 한의학적 치료에서도 빠지지 않는 강삼조이의 주인공! 생강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생강은 원산지는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으로 추정되며 고온 다습한 열대나 온대지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1세기 초부터 생강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하고요. 보통 5월에 뿌리를 심어서 8~11월에 수확합니다.
생강은 추위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서 15도 이후에서는 생육이 정지되고 10도 이하가 되면 부패합니다.
제가 사는 전주에서 가까운 봉동에는 유난히 토굴이 많은데, 이는 겨울철 생강을 보관하기 위한 선조들의 과학적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생강은 수분 함량이 80~90%이며, 당질이 12% 정도, 섬유질이 2g 정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비타민과 무기질은 비교적 적게 함유되어 있고요.
한의학에서는 강삼조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생강 3쪽과 대추 2알이라는 뜻으로 한약 처방에서 주로 들어가는 조합입니다.
한의학에 있어 각각의 처방은 음양의 조화로움을 이루는 방식이라고 배웠는데, 좀 어렵게 말하면 영기와 위기를 조화시키고 비위를 조리하는 이중의 효과라고 배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뭐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만큼 한의학과 한약의 처방에서 생강의 쓰임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하는 대목일 것입니다.
한의학 교과서적으로는 ‘生薑(생강)은 辛溫(신온)하며 消散(소산)하는 作用(작용)이 있어서 體表(체표)에 있는 寒邪(한사)를 疏散(소산)하므로 風寒感冒(풍한감모)로 인한 頭痛(두통)·鼻塞(비색)을 치료하고, 中焦(중초)를 따뜻이 덥혀 濕(습)을 제거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濕痰(습담)을 遂出(수출)하여 咳嗽(해수)를 그치게 하며, 濕濁(습탁)을 제거하여 脹滿(창만)을 치료한다.
또한 上逆(상역)하는 氣(기)를 疏散(소산)시켜 嘔吐(구토)를 그치게 하므로 "嘔家(구가)의 聖藥(성약)"이라 칭한다.
이는 中焦(중초)를 따뜻이 덥혀주기 때문에 胃寒(위한)으로 인한 嘔吐(구토)·感氣(감기)로 인한 消化不良性 嘔吐(소화불량성 구토)에 상용한다는 말이다.
그 밖에도 半夏(반하)·天南星(천남성)·생선 및 蟹·鳥類肉(봉, 조류육)의 중독을 해독한다‘라고 나와 있는데요.
한문은 각자 해석해보시기로 하고 [중약대사전]에서 말하는 생강의 효능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기·구토·기침·결핵 치료에 쓰이고, 고열 감기 후의 위장약화 개선, 가슴과 옆구리가 답답하고 그득한 창만과 유행성 학질·대머리·치아동통의 치료, 식욕부진·타박상 개선 등의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또한, 중의학 임상 보고에 의하면 허리 다리 통증·위, 십이지장궤양·학질·급성 세균성이질·회충성 장폐색·급성 고환염∙또한 중독의 응급치료에 대한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필자도 임신성 구토, 즉 입덧이 심한 임산부 환자분들에게 생강을 위주로 한 처방으로 구토를 멈추고 건강한 임신생활이 가능하게 했던 사례가 정말 많습니다.
전문한약의 처방 복용을 통해서 심한 입덧이 개선되고 나중에 출산까지 잘 했다는 연락을 종종 받게 되는데,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개인적으로 임신 중에 안전한 전문한약을 복용하는 것만큼 좋은 것 또한 없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도 좋고 태아도 좋고요).
또한 생강은 대장암을 억제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대장암뿐 아니라 각종 암 예방에 양배추, 마늘 등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생선회나 초밥을 먹을 때 생강 절임은 단순히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닙니다.
상큼한 뒷맛을 지켜 주어 식욕이 증진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병원성 균들, 특히 콜레라균이나 타푸스균을 살균하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생강이 뇌출혈의 좋은 음식으로 보고된 기사도 보셨을 것입니다.
추위를 이기는 데 이로운 대표적인 것이 또 생강이죠. 생강 성분 가운데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진저롤과 쇼가올은 말초 혈관의 혈액순환을 도와 몸을 덥혀준다고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생강을 건조한 건강(乾薑)이 주요한 본초 중의 하나인데요. 여성환자분들이나 장염, 비염 등의 질환에 다용되면 정말 좋은 약재입니다. (건강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각종 자료에서 나온 생강의 효능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해독작용
2. 여성 우울증∙생리불순과 불임의 개선
3. 소화흡수를 돕고 위장을 튼튼하게
4. 어지럼증과 현기증 개선
5. 심장을 강화하고, 고혈압·뇌경색 등을 예방
6. 강력한 항염증 작용으로 면역력 증진
7. 정상 체온 유지
8. 가래, 기침 개선
9. 각종 통증의 완화
10. 부종의 제거
11. 멀미와 임신 중 입덧 완화
12. 식중독 예방
13. 항산화 효과로 노화방지, 콜레스테롤 억제
하지만 이렇게 몸에 좋은 생강도 과유불급인데요. 생강이 열을 올리고 흥분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혈압이 높거나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강 하면 봉동 생강. 사실 충남 서산도 유명하지만 조선 시대에 임금께 진상되었다는 봉동생강의 명성 때문인지 각종 미디어에서도 봉동 생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생강 원고를 준비하면서, 봉동에서 직접 생강농사를 지으시며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하신 저희 환자분 덕분에 생강에 대해서 궁금한 것도 묻고 이런저런 뒷이야기까지 듣게 되어서 정말 살아있는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또 직접 만드신 편강(생강을 얇게 펴서 말린 것)까지 선물로 주셔서 행복감 가득했고,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생강은 또 사랑이네요. 그것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그런 사랑 말이죠.
사랑은 눈과 추위, 얼음도 녹인다는 겨울왕국의 교훈처럼 이 겨울 생강차나 생강요리를 나누면서 서로 사랑 속에서 따뜻해지는 그런 시간 되시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