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올라온 삼선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24일째(11일 현재)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노숙투쟁 중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언론이 제대로 보도해주지 않아 자신들의 절박한 상황과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
직접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거대한 삼성 자본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위해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홈페이지 http://ssen.kmwu.kr/xe/
#1.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이야기
* 아래 글은 지난 6월 12일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미사에 함께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들려 준 이야기 입니다
저희들의 힘만으로는
이 거대 악질자본 삼성에 대항 하기가
너무나도 버겁습니다
억울합니다.
분통 터져 못살겠습니다.
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죽을거 같았습니다.
무시되는 노동력, 매우만족에 목숨 걸어야 했던 나날들...
9번이라도 뜨는 날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고 따가운 눈초리에 출근 하기 싫었습니다.
겨울이면 그 옛날 보릿고개 넘듯이100만원 남짓한 온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습니다.
돈도 많이 못 벌어다 주는 남편이 매일 늦게 들어오고,
주말 마저 당직이라 출근 하는 걸 밖에서 머하고 다니냐는
와이프의 핀잔에 속으로 울어야 했습니다.
"아빠 오늘도 출근해?" 하는 딸아이의 물음에 조그맣게
"응. 미안 아빠가 다음에 놀아줄께" 하며 다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름이면 아침 일찍 나와 점심도 못 먹은 채 밤12시가 되어야 겨우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빨리 안 오냐는 고객들의 성화,
오늘은 왜 10건도 처리 못했냐는 센터의 전화,
무엇보다도 여름에 돈을 벌지 못하면 혹독한 비수기를 넘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내 몸이 부셔지는 줄 알면서도 이를 악물고 주말 조차 쉬지 않고 일해서
손에 쥐어지는 300만~400만원...
그렇게 과로사한 동료들 또한 있습니다.
그런데 왜 참고 살았냐구요?
내년이면 좋아진다는 삼성의 말...
원래 싫은 내색을 하지 못하는,
절대 불만을 겉으로 표현 하지 못하게 금 교육 받은
우리는 서비스 엔지니어 들이니까요.
그런 동지들이 하나 둘씩 모여 그렇게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응 2013년 7월 14일 창립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죽을 거 같았으니까요.
그렇게 힘겹게 만든 노동조합은 우리에게는 목숨같이 소중한 희망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돌아갈 수도 포기할 수도 멈출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한발 한발 나아갈 뿐입니다.
나아가다 상처 받고 부셔지고 깨어질지언정 노동조합을 인정 받고,
호석이의 죽음을 사과 받고,
인간답게 살 수 있을 때 까지 우리는 결코 멈출 수 없습니다.
염호석 열사는 정말 살고 싶었을 겁니다.
간절히 노동조합을 인정 받고 싶었을 겁니다.
지회 임원들에게 조차 힘드시죠? 하며 뒤에서 안아 줄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여기가 진정 대한민국이 맞습니까?
민주주의 국가이며 법치국가인 대한민국 맞습니까?
정녕 2014년이 아닌 1970년대 군사독재시대로 회귀한 것 아닙니까?
법에 보장된 근로기준법 준수 하라.
법에 보장된 노동3권 인정 하라.
그것을 요구 하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이 시대는 아직도 열사들의 목숨을 요구하는 것입니까?
상식이 무너지고 인권이 무너지는 이 현실 앞에
저희는 맨몸으로 저항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호석이는 지회에 남긴 유서에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 까지 안치해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 곳에 뿌려주세요.”
아버지, 어머니께 남긴 유서에는
“제가 속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 때 장례를 치뤄주세요.
그리고 저의 유해는 남김 없이 해가 뜨는 이 곳 정동진에 뿌려주세요.”
이렇게 유서를 남기고 강릉에서 서울로 오는 엠블런스 안에서
‘호석아, 너의 뜻대로 해줄게.’ 하는 이 말 한마디에
그동안 꽉 쥐었던 주먹을 스스로 풀었습니다.
그러나 28년 전 광주 민주화 항쟁이 있었던
그 날 5.18일 일요일에 장례식장으로 쳐들어 온 무자비한 공권력에
온몸으로 저항했지만 호석의의 시신을 뺏기고
지회 수석부지회장 외 24명이나 구속 당하는
그야말로 상식이 무너지고 인권이 무너진 충격적인 하루였습니다.
그후 007작전을 방불케 하듯이 호석이를 화장하였고
어렵사리 찾아간 화장터에서 생모와 조합원들은
호석이의 유골만이라도 달라고 애원 하였지만
이미 삼성의 하수인이 된 경찰은
무자비한 방패와 최루액을 생모에게 마저 뿌려대며
그렇게 유골마저 빼내갔습니다.
지금은 호석이의 유골이 어디에 있는지, 뿌려졌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에 대항하여
저희는 지금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800여명의 조합원이 21일차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조그마한 힘이나마 저희에게 보태주시고 연대해주십시오.
저희들의 힘만으로는 이 거대 악질자본 삼성에 대항 하기가 너무나도 버겁습니다.
이 사태를 끝내고
저희 조합원들이 직장과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삼성을 바꿔서 이 세상을 바꿔주십시오.
절박한 심정으로 두서 없이 글을 적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