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49
천자문166
동봉
0577빌릴 가假
0578길 도途
0579멸할 멸滅
0580나라 괵虢
지아투미에구오假途灭虢jiatumieGuo
-진헌공은 길을빌려 괵을멸하고-
(진문공은 천토에서 맹세모으며)
구오虢Guo나라와 위虞Yu나라를
정복하려는 야심을 가졌던 진晉Jin나라가
위虞나라에 길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이를 핑계로 구오나라를 무너뜨린 뒤
위虞나라까지 멸망시켰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군사 계획의 의도를 특수 기밀로 삼아
구체적 수단으로 쓰는 계책입니다
일본이 우리 조선에게 요구했던
'가도입명책假道入明策'이 문득 생각납니다
0577빌릴 가假
거짓 가/멀 하/이를 격으로도 새깁니다
이 빌릴 가假 자에 담긴 뜻은
거짓, 가짜, 임시, 일시, 가령, 이를테면
틈, 틈새, 빌리다, 빌려 주다, 용서하다
너그럽다, 아름답다, 매우 크다 따위입니다
멀다고 할 때는 '멀 하假'로서 '하'로 읽으며
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이르다
'오다' 라고 할 때는 '이를 격假'으로 새깁니다
의미값에 해당하는 부수 사람인변亻을 뺀
가叚의 소릿값은 '가'와 '하'가 맞습니다
그러므로 발음이 '가'와 '하'인 것은 모르겠는데
'이를 격假'으로 읽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튼 이는 형성문자며
사람인변亻에 돌이킬 반反 자를 쓴
거짓 가/돌이킬 반仮 자의 본자입니다
빌릴 가叚 자는 '층계 단叚'이라 새기듯
언덕에 발판을 내어 걸어놓고
손으로 잡고 한 칸씩 오르는 모양입니다
따라서 '층계 단段' 자와 많이 닮아 있는데
단段과 단叚이 손又으로 짚어가며
가파른 계단叚을 오르는 모습입니다
해인사 대적광전을 뒤로 돌아
팔만대장경각을 오르려면 계단이 가파르지요
그야 젊은이라면 모르겠지만
어르신들은 손으로 돌계단을 짚고 오릅니다
안 그러면 구를 위험성이 있으니까요
1976년도 해인사 강원에 있으면서
장경각과 고려대장경 안내를 맡았을 때는
왜 그리 가파르게 계단을 설치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2010년 11월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참배하고 나서야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렸습니다
부처님 앞에서는 공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가르침 앞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과 가르침은 생명의 질서인 까닭입니다
본디 텅 빈空 세계인 줄 알았으나
거짓假으로 된 계단을 오르는 사이에
빔과 거짓을 뛰어넘는 중도中에 이릅니다
이 가叚 자가 붙는 글의 뜻으로는
오르다, 타다, '먼 곳에 가다'라는 뜻이 있으며
또 손又을 빌리는叚 데서
임시의 뜻이 있고 거짓의 뜻이 있습니다
나중에 사람인변亻을 붙여
'사람이 무엇무엇을 꾸미다' 가 되었습니다
다른 형태 같은 뜻의 글자로는
仮 : 거짓 가/돌이킬 반
徦 : 거짓 가/이를 가/멀 하 자가 있고
같은 뜻을 가진 글자로는
佯 : 거짓 양
僞 : 거짓 위/잘못 될 와 자가 있으며
반대 뜻을 가진 한자로는
眞 : 참 진 자가 있습니다
0578길 도途
형성문자로서
칠할 도塗 자와 같은 자입니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과
소릿값을 나타내는 동시에 보행의 뜻인
나 여余 자로 이루어졌습니다
보행하는 길이고 도로의 의미입니다
책받침辶은 쉬엄쉬엄 갈 착辵/辶자입니다
다른 형태, 같은 뜻으로는
塗 : 칠할 도/길 도
涂 : 칠할 도/길 도
같은 뜻을 가진 한자
巷 : 거리 항
隅 : 모퉁이 우
逵 : 길거리 규
道 : 길 도
街 : 거리 가
衢 : 네거리 구/갈 구
路 : 길 로/울짱 락 자가 있고
모양이 비슷한 한자로는
余 : 나 여/남을 여
徐 : 천천히 할 서
敍 : 펼 서/차례 서
除 : 덜 제/음력 사월 여
餘 : 남을 여 자가 있습니다
0579멸할 멸滅
형성문자이며
꺼질 멸/멸할 멸이라고도 새깁니다
삼수변氵부수와 소리값을 나타내는 동시에
'없어지다'의 뜻을 지닌 멸烕로 이루어졌습니다
물이 다하여 없어지다의 뜻이며
멸망하다의 뜻입니다
또한 이 멸할 멸/꺼질 멸 자에는
불이 꺼지다, 끄다, 멸하다, 멸망하다
없어지다, 다하다, 빠지다, 빠뜨리다
숨기다, 죽다, 잠기다
열반 등의 뜻이 들어 있습니다
㓕 : 꺼질 멸/멸할 멸
灭 : 꺼질 멸/멸할 멸
灭 : 꺼질 멸/멸할 멸
烕 : 없앨 혈, 꺼질 멸/멸할 멸
멸할 멸滅 자가 열반을 뜻한다 했습니다
열반涅槃Nirvana이 '끄다'의 뜻이지요
나에 대한 고정관념我相
남에 대한 고정관념人相
중생에 대한 고정관념衆生相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壽者相을 비워버리고
생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침입니다
멸滅을 통해서 사상四相을 비웠다면
탐욕貪欲과
분노憤怒와
우치愚癡를 녹여버립니다
삼독번뇌三毒煩惱를 녹여버렸다면
나고 죽음을 뛰어넘고
더럽고 깨끗함을 뛰어넘으며
늘어나고 줄어듦마저 뛰어넘는 것입니다
각설却說하고
멸할 멸滅 자에 담긴 뜻을 볼까요
여기는 중국 역사 공부도 아니고
불교교리 공부도 아닌 천자문 공부니까
우선은 한자와 관련해서 살펴볼 일입니다
멸할 멸滅 자는
첫째 창戈으로 일어난 자 창으로 망합니다
둘째 남자丁 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셋째 중심戊은 블랙홀Black hole 세계입니다
넷째 개戌는 일식日蝕 월식月蝕을 일으킵니다
다섯째 한점의 불火이 천하를 태웁니다
여섯째 불火을 끄기 위해 뭔가를 덮음灭입니다
일곱째 큰물氵이 나서 다 휩쓸어갑니다
여덟째 멸滅 통째로 소멸의 뜻입니다
멸할 멸滅 자 여섯 번째가 두드러집니다
불이 타오르는 데는 동기가 있고
불이 꺼지는 데도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소화기로 불을 끄는 과학적 원리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곳에서
산소酸素Oxigen를 질식사 시키는 것입니다
어째 말이 너무 무시무시한가요
아무튼 산소를 차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불이 났을 때 취해야 할 게 있는데
첫째는 인화물질을 멀리 떼어 놓는 것이고
둘째는 발화점의 온도를 낮추는 일이며
셋째는 산소를 막아 질식시키는 것입니다
어제는 기도가 끝나고 촛불을 끄다가
문득 소화의 원리가 생각났습니다
긴 담뱃대처럼 생긴 꼬두머리를 촛불에 씌우면
꼬두머리가 덮일 때 그 안에 갇혀 있던
미량微量의 산소가 함께 타면서
산소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고요
산소酸素가 질식窒息했는데
우리말로 풀면 산소가 숨息이 막혔窒는데
산소를 먹고 사는 불이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멸할 멸滅 자에도 들어있지만
간체자 멸할 멸灭 자를 보고있노라면
옛날 사람들의 일상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우리는 불이 나면 어떻게 합니까
작은 불이라면 우선 신발로 짓밟아 끕니다
좀 더 커지면 웃옷을 벗어 덮어버립니다
웃옷으로 안 되면 어찌하나요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두들겨댑니다
물이면 물 흙이면 흙 뭐든지 뿌립니다
그러다 잘못하여 일을 더 그르치기도 하지요
아무튼 불 위에 뭔가를 덮고 뿌려
불을 잠재우기에 멸할 멸灭 자가 나왔습니다
내친김에 더 얘기를 이어가야겠습니다
불을 끄는 소화기의 역할은
아산화탄소二酸化炭素나 질소窒素를 뿌려
불을 질식사시킨다고 했는데
질식 중 가장 힘든 질식은 탄생 순간입니다
아기가 엄마의 산도産途를 통과할 때
(본디 産道로 쓰는데 나는 産途로 표기)
상상초월 숨막힘窒息의 고통을 겪습니다
산모도 신생아도 똑같은 고통입니다
엄마들은 곧잘 얘기합니다
"내가 너 낳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자녀들도 똑같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엄마에게 어떤 댓거리도 할 수가 없습니다
산도에는 골산도와 연산도가 있는데
옛사람들은 연산도를 질膣이라 불렀습니다
질膣은 육달월변月에 막을 질窒입니다
우리말 새김은 '보지 질膣'이지요
이 '보지 질膣 자'를 파자하면
인간의 몸月에서 가장至 소중한 혈穴입니다
질형膣形, 자궁형은 최상의 명당입니다
산 자에게나 죽은 자에게나 최고 명당이지요
그런데 이 질膣 자에는 명당名堂 외에
막힘窒이란 뜻도 있습니다
막힘窒이란 좁은 산도膣란 의미입니다
비유를 들면 웜홀Wormhole과 같습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엄마의 고통 못지않게 자녀도 힘이 들지요
태내에 있을 때는 탯줄로 숨을 쉬었지만
태어난 뒤는 완벽하게 다른 삶의 시작입니다
엄마의 자궁과 바깥세상과의 연결고리
웜홀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입니다
하나의 우주에서 다른 우주로 건너갈 때
그 두 우주를 잇는 점은 웜홀입니다
이 우주에서 살던 삶의 체계로
다른 우주에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웜홀은 두 우주간의 괴리를
완벽하게 잊어버리도록 하는 장치지요
그러려면 그만큼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막혀 있는 엄마의 산도를 벗어날 때
아기는 자궁 내에서의 삶을 깡그리 잊습니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 호흡에서부터
모든 삶의 방식이 세상에 맞게 적응됩니다
아기 삶은 모태 중 삶의 연속이 아닙니다
'막힐 질窒' 자와 '보지 질膣' 자는
결코 다른 글자가 아니고
다른 역할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하나의 의미를 제공할 뿐입니다
0580나라 괵虢
범 발톱 자국 괵虢 자로 새기기도 합니다
범 발톱 자국
나라 이름
저우周 성姓을 가진 이들의 나라
구오虢Guo나라는
저우 시대周代 제후국의 하나입니다
본디 구오虢Guo나라는
씨구오西虢Xiguo와
동구오東虢Dongguo가 있었습니다
씨구오는 지금의 산시성陕西省Shanxisheng
바오지시宝鸡市Baojishi 동쪽에 있다가
나중에 허난성河南省Henansheng
산씨엔陕县Shanxian
동남쪽으로 천도하였습니다
그리고 동구오는 지금의 허난성
잉양荥阳Yingyang에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지아투미에구오假途灭虢jiatumieGuo는
사자성어로 알려진 유명한 말입니다
길을 빌린다는 명목이지만
실제로는 길 빌려 준 그 나라 그 집단을
집어삼키고 멸망시키는 책략을 가리킵니다
이 세상은 하나의 모태母胎Womb입니다
우리는 세상이라는 모태 내에 살면서
이 세상 밖의 더 넓은 세상을 잘 모릅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 길이 좁아 고통스러웠듯이
지금 태내의 삶을 언젠가는 마감하고
드넓은 세상으로 태어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린 또 얼마나 좁은 길로 갈 것인지요?
07/03/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