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자작나무숲]

사랑은  호르몬 이상분비로 인하여 빚어지는 일종의 병리현상이다
사랑은 정신 착란에서 오는 무모한 현상이다

도덕과 윤리와 규범 따위의 틀을 만들어 놓고 벗어나면
불한당으로 치부하는 세상이다
물론 다 지키고 사는 게 민주 시민이겠지만 그건  구속이고  속박이다
그런 세상에선 예술 작품을 생산할 수 없다
거부하고 탈선하는 불륜의 현장에서 명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는가
예술은 도덕과 윤리와는 거리가 멀다 지킬 수 없다

일본 온천 여행에서 영선은 일행과 떨어져 온천 변두리를 돌아다녔다
모찌집, 도자기 상점, 군밤가계, 아기자기한 잡화점
골목마다 고즈녘하고 편안했다
때마침 안개비가 내려 더욱 거리가 수은등 아래 포근했다
온천탕은 말 그대로 관광객을 한꺼번에 탕에 집어넣고
서로의 오물들을 공유하는 것 같아서 끔찍했다
사람들이 비위도 참 좋다고 생각했다

정우는 겨울 삿포로가 벌써
네 번째 여행이다
눈에 덮인 청하호수와 코끼리 계곡을 보러 가는 길이다
버스는 폭설이 쏟아지는 국도를 잘도 달린다
버스의 스노타이어는 특수 제작된 홋카이도 만의 유일한 것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줬다
언덕이고 꼬부랑 길이고 미끄러지지 않고 달리는 것이 신기했다

치토세 공항을 빠져나오자 설국이 펼쳐졌다
전망대나 우체국이나 삿포로 타워 앞에서 설국 사진을 찍었다
눈발을 헤치며 달려가는 홋카이도 레일 철도의 창밖 풍경은
쾌적하고 아름다웠다
삿포로의 겨울은 춥지 않고 온화했다

그해 겨울을 못 잊어하는 것은
잘못된 호르몬 이상 분비와 정신 착란에서 오는 병리 현상으로
그 겨울 여행은 정신병에서 기인된 허구였을 것이다

나는 지금 벌써 십 년째 정신 병동에서 지내고 있다
사랑은 그렇게 애써 제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