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해 연말 이었다
공장 회식이 있었고 죽자고 마시며 놀았다 한국식으로 무식하게,
고급 횟집에서 어느 이름없는 돌돔은 아름답게 몸이 발리고 썰리어 주둥이를 뻐끔 거리고 있었고, 잔인하고 무식한 공돌이들은 썰린 몸통을 한점 한점 젖가락질로 못생기고 냄새나는 두틈한 입속으로 찍어 넣으며 행복해 했었다
당연히 2차 갔겠지
눈 둘곳 없는 삭막한 주변 환경 속에서 나름 눈길 머무는 피사체가 있었다 유난스럽게 예뻐 보이던 보조개의 기쁨조,
화질 좋은 기쁨조 끼고 음질 좋은 기쁨조 들에게 팁 뿌렸다
육질 확인할 시점에 이르러 속이 안좋다며 화장실 가는 나를 따라나왔던 화질 좋은 기쁨조 증언에 의하면 (후일 설계실 박과장의 진술에 따르면) 먹은걸 게워내고 확인한 후에 말리는 자신을 밀쳐내고는 주차장 가서 차를 타고 붕~날랐다 한다
어찌 됐을까...
누군가가 차창을 거세게 두드렸다 동지섣달 늦은 여명에도 불구하고
이미 날 밝은지 오래됐으니 대명천지 덕천 교차로 한 가운데서 싸이드 제동을 하고 자고 있었다
차 문을 열고 내리니 제복 경찰이 음주 측정기를 입에대고 불으라 했고, 난 힘차게 불었다 가오있게,
결과는 안좋았고 난 근 이년을 힘들게 살았다 교훈? 맞다 교훈을 얻었고 그후론 음주운전 안했다
해서 내인생 더 나아졌을까?
글쎄다 초기조건의 출발점에서 짐수래 끌고 나선놈이 무신...
더 나빠지진 않았으리라
불가촉 천민으로 살아감에 있어, 음주운전 안한 정도로 위안이 되는건 교도소 안가서 전과없는 정도겠지...
서럽고 치사한 인생에 있어 작고 보잘것 없는 한뼘의 굴레를 벗어날수 없었다
고지서가 날아 들었다
자동차세 독촉장과
과속운전 스티커다
내야할 세금이고 내야 마땅한 범칙금이기에 불만없이 은행에 들러 납부 하려 했는데, 자동차세는 지방세로 무난했는데 범칙금은 또 은행이 정해져있고 깨알같은 계좌번호가 기입 돼있었다 아뿔싸~안경이 없어 보이질 않는다
담에 납부하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고, 그길로 해반천 길을 세시간쯤 걷고 집에 들어와 쉬고 있는데 누군가가 현과문을 두드린다
열어보니 제복 입은 남자가 서류 하나를 내밀며 이름적고 사인 하라한다 뭐냐 물으니 지도 잘 모른다한다
풀묻은 서류를 열어보니 운전 면허증 반납하라는 협박증이다
일식 일찬하는 나의 작은아들
올리버 트위스트...
지적 호기심도 없고 모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도 없어 보이던 이녀석은 또...웬 음주운전 질일까
퇴근후 집 나설때마다 음주운전 하지마라 신신 당부를 했건만
저녁에 내가 녀석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출퇴근 시켜주까?
했더니 염려 마시라 한다
회사차로 출퇴근 하니 아무 문제 없다면서
과연 그럴까 일년이상을 버텨야 할텐데 싶었지만 뒷말은 안했다
녀석과의 대화가 길어지면 늘 끝이 안좋았기 때문이다
녀석과 나는 많이도 닮아서 쌍둥이 처럼 멍청하기 그지 없다
궂이 구분을 하자면
녀석은 신가다 쪼다고
난 구가다 쪼다다
아프다 쪼다 부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