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들기 시작한 주말 아침이었다. 새소리가 잠을 깨운다. 약속이 없는 여유로운 날이었지만 더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언제부턴가 그랬다. 마당으로 나왔다. 가지를 치고 풀을 뽑다가 창고 앞 맨홀을 확인했다. 쥐덫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배수구가 연결되어 있어 쥐들이 제집마냥 들락거리는 곳이다. 큰놈 한 마리가 걸려든 채, 말똥거리고만 있었다.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처리하기 싫었다. 네가 살려면 발목을 자르는 수밖에 없겠지 하며 그대로 덮어 버렸다. 그러고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똑같은 일을 하다가 쥐덫이 조여져있는 걸 발견했다. 밖으로 꺼내보았더니, 잘린 한쪽 발이 매달려 있는 것이다. 내 생각을 읽은 것일까? 쥐가 밤 말은 듣는다고는 했어도 관심법까지 있을 줄이야, 경이로웠다.
다시 쥐덫을 세팅하고 하나를 더 놓았다. 그 후로도 반복하는 일이지만 봄이 다 가도록 다녀간 흔적을 찾지 못했다. 먼지만 쌓여간다. 그날이후 그를 상지라 부르고 있다. ‘상이 쥐’라는 의미다. 그들 사회에서 영웅이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탈출과정을 자랑하며 베테랑 대접을 받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당했던 그곳은 절대 가선 안 된다는 교육을 시키고 있을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알기나 하듯, 새끼 때부터 습관을 들이게 하니 지금껏 걸려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후대엔 반복하지 않게 하는 능력이 사람보다 낫다. 사람은 좀 변덕스러울 때가 많다. 그 인성은 타고 난다지만, 실은 세 살 전에 다 갖추어진다 한다. 엄마 손맛을 최고로 치는 이유가 젖먹이 때부터 길들여진 입맛이라는 거다. 나이를 먹어서도 고쳐지지 않는 잠재력이다. 그만큼 유아 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쯤이면 출산휴가를 3년쯤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상지를 다시 만나런지 모르겠다. 절뚝거리면서도 당당해할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그렇지만 사람의 생각을 넘게 해서는 안 된다. 만물을 구성하는 3재(三才)는 하늘과 땅, 인간이면 족하다. 그럼 우리의 현실도 보자.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가상현실(VR), E스포츠를 말하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앞으로 펼쳐질 미래사회가 두렵기도 하다.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전라남도는 이 땅에서 서해와 남해를 끼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해안선과 갯벌, 섬이 제일 많기로는 세계적이다. 하지만 이제껏 2, 3차 산업에서 소외되다 보니 경제력과 인구가 타 지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편이고 모든 지표에서 낙후와 열악하다는 표현을 써야만 했다. 이제는 그만이다. 미래가치를 만드는 거다. 의식주를 함께 하는 건강 산업을 육성하는 일이다.
건강 산업은 진단, 운동, 식품, 멘탈헬스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질병의 원인을 찾아 예방하고 유전체를 조사하면 족집게 치료도 가능하다. 운동은 재활치료와 스포츠까지 겸하게 트레이너를 도입한다. 전 세계 식품시장은 점차 커 가는데도(현재 500조, 자동차 1400조, 반도체 600조) 국민소득 3만 불 국가에서 농업을 이토록 홀대한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중국의 친환경 농산물 시장이 년 70조나 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멘탈헬스는 마음치료, 명상, 필라테스, 요가로 불린다. 베트남 탁릿한 스님의 플럼빌리지는 오전 내내 숲길을 걷게 하고 점심 후엔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물을 뿐인데도, 1인당 1200만원 패키지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건강과 관광을 묶으면 웰니스 산업이다. 매력, 가치, 이미지, 인적자원, 접근성, 서비스가 함께해야 한다. 서남해안 갯벌은 오랫동안 히말라야에서 내려온 퇴적토가 쌓인 특별한 자원이지만 전 세계 0.17%에 불과한 천일염도 인정을 못 받고 있다. 생산량을 늘리기 보다는 가치를 높이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은퇴가 없는 도시를 만들어, 대도시 사람들이 새 터를 잡고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풀어먹게 한다. 이들을 관리 할 청년 전문가도 양성한다면 먹고 사는 일자리가 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해외여행 인구가 1억 5천만을 넘는 등 동남아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매년 500만씩 찾아온다 해도 30년이 걸린다. 현재 우리의 국제공항 능력으로는 다 받을 수가 없다. 미리 대비하는 국가계획 등 그들을 맞이할 채비를 차근차근 해야 한다. 하지만 안락한 2박3일 관광 상품과 마지막 밤의 추억을 쌓게 될 쾌적한 잠자리조차 아직은 부족하다.
스마트사회로 가면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비하여 배터리, ESS 전기저장장치, 송전기술의 효율을 높여야 하고 신재생 에너지벨리 특화단지도 필요하다. 드론은 인공지능과 함께 미래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5년 안에 1.5억 원대 출퇴근 비행이 가능해지고 농업, 배달, 국방, 산불감시, 응급 수송 등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바다를 잇는 크루즈 여행도 보자. 21C 최고의 관광 상품인 그들이 들어 올 항구를 개발하고 미래 선박산업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그리스 산토리니, 프랑스 니스와 같이 멋진 해양풍광이 연출될 수 있도록 섬 전체를 특색 있게 개발해 보자. 환경보존만 말하지 말고 아만리조트처럼, 아무도 생각지 못한 시설에서 상상도 못할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다. 최근 개장한 여수 예술랜드도 작지만 큰 변화를 시도한 사례다. 자연과 함께하며 이용할 줄 아는 인간의 힘이다.
지리산 케이블카와 흑산 공항을 만들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많다. 그곳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소위 전문가라는 외지인들의 발언권이 더 세다. 좀 편리하게 하고 먹고 사는 일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도 반대가 심하다. 환경보존도 좋고, 철새를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 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현지인들의 애환을 무시하지 말라는 거다. 그 땅의 주인은 서울, 광주 등 대도시 사람과 ‘섬은 섬다워야지’하며 어쩌다 한번 가는 사람들이 아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우리의 문명 생활이라는 게 파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다만 상호 보완적이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끔 법과 제도 하에서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옛 사람들도 사는 일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BC 700여 년 전 춘추시대 제나라 관중은 '백성이란 근심과 고생을 싫어하니, 즐겁게 해줘야 한다. 가난과 비천함이 아닌 부유하고 귀하게, 위험이 아닌 안전하게, 장수를 누리게 하면서 후대를 잇게 해야 한다.' 했다. 그는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게끔 유곽까지 늘렸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고 생각하면서 실천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도자는 순간의 판단능력과 신뢰받는 행동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하찮은 미물에 불과한 쥐가 가르쳐준 지혜와 여시재 이광재 원장의 생각을 융합시켜 보았다. 나만의 행복이다. 언제부터 생긴 버릇이다.
첫댓글 쥐 이야기는 짐작이니까 빼고 전라남도의 미래만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