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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두
야, 자냐?
선영
(코맹맹이 소리로) 아니~~오빠.
하며 봉두에게 요염한 포즈로 안기는 선영. 뿌리치는 봉두
봉두
까불지 말구....너 말야, 니가 만약에 이 학교에 선생으로 왔다면..
선영
선생? 내가? ...고등학교 중퇸데?
봉두
아니 예를 들자면 ...선생으로 왔어. 근데 이런저런 엿 같은 사정 때문에 이 학교가 폐교 될 때까진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거야 응? 그럼..너 같으면 어떡하겠냐?
선영
어떡하긴...그냥 선생 안 하면 되지?
봉두
아니..그게 아니라 어떡하면 이 학교가 빨리 없어지겠냐구?
선영
불을 질러버려.
봉두
그럴 줄 알았다. 니 대가리가 그럼 그렇지...
선영
아니면...폭탄을 설치하는 건 어때?
봉두
자빠져 잠이나 자라.
선영
칫, 자는 사람 깨운게 누군데 웃겨 증말?
하더니 휙 돌아눕는 선영. 봉두도 잠이 오는지 돌아눕는다. 또 다시 정적이 흐르는 방안.
선영
(혼잣말로 궁시렁거린다) 학교를 없애면 폐교가 되나? ...애들이 없어야 폐교되는거 아닌가?
그 순간, 뜻 없이 중얼거린 선영의 말에 시체가 일어나듯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봉두. 왜 여태 그걸 몰랐을까? 하는 표정이다. 선영을 보더니 서서히 다가간다.
선영
(과장되게 이불을 여미며) 어머~~ 오빠, 이러지마...싫어~
봉두
(뚫어지게 바라보다 씨익 쪼개며) 기.특.한.새.끼.
선영
...???
와락 선영을 껴안는 봉두.
# 62 숙소 밖
창가에 쭈그려 앉아 귀를 기울이는 그림자, 춘식이다. 춘식, 못마땅한 얼굴로 귀를 기울이다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 63 교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엄숙하게 지시하는 봉두.
봉두
오늘 가정방문을 해서, 부모님들과 면담을 할 계획이다....각자 뛰어가서 , 부모님들에게 알리도록. 이상.
하며 힘차게 교과서를 “ 팡” 덮는 봉두. 괜히 긴장하는 최노인.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표정이 어두워지는 소석.
# 64 애순의 집(밤)
호들갑스럽게 봉두를 방으로 맞이하는 애순의 부모. 애순모, 직접 재배한 과일을 쟁반 가득 들고 들어온다.
-시간경과-
봉두의 진지한 얼굴이 화면 가득 잡힌다.
봉두
(비통한 표정) 가르키는 선생으로서 참...애순이의 재능이 아까울 뿐입니다.
봉두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꼴깍 삼키는 애순의 부모.
봉두
전교생이 한 교실에서 수업하다보니 ..애순이 실력에 맞춰 진도를 뺄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한데 말이죠...흠...더 늦기 전에 지도만 잘해주면 애순인 천재끼가 있어서 뭐가 돼도 아주 크게 될 앤데....
애순부
(걱정스럽게) 그럼...무슨 방법이...
애순부의 물음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 봉두.
봉두
도시 학교들에선 영재발굴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아주 잘 갖춰져 있습니다. 뭐 , 아까운 제자를 잃어 서운한 일이긴 하지만...애순이의 미래를 위해서.....!
애순부모
......???
봉두
도시로 보내십시오!!
# 65 남옥 , 남진의 집.
놀란 눈으로 화면을 향해 고개를 갸웃하는 남옥부.
남옥부
도시요?
봉두
(고개를 끄덕이며) 네..어차피 남옥인 내년에 졸업 아닙니까?...서울에 삼촌도 계시는데 이 기회에 미리 서울로 전학 보내서...도시에 적응도 시키고 서울 중학교 실력에 맞추려면 미리 학원도 보내고 그래야 되잖습니까?
남옥모
선생님 말씀이 맞는 말씀이긴 한데...
봉두
(강하게) 어머님!! 중학교 3년 동안의 성적은 6학년 여름겨울 방학들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렸어요 , (남옥부를 보며) 아버님!!!
# 66 성만의 집
걱정스런 얼굴로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성만의 부모.
성만부
그런데...학원비 그것두 만만치 않을텐데....
봉두, 가방에서 성만이 그린 염소 그림을 꺼내 쓱 내민다. 이어서 다른 아이들 그림을 꺼내 비교하며...
봉두
이걸 보십시오. 이렇게 공간감각과 창의력이 뛰어난 앤 첨 봅니다.....성만인 제 말만 믿고 미대에 보내십시오.
어쩔 수 없이 쫒겨나 다른 각도에서 홀로 그린 성만의 그림이다.
성만모
(좋지만) 에구..이제 겨우 1학년 꼬만데요 뭘..
봉두
그건 잘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재능은 어렸을 때 90프로 이상 길러집니다. 조기교육이란 말도 바로 예체능 분야에서 젤 먼저 나온 말입니다. (표정이 굳어지며) 지금 , 성만이 재능을 썩혀두면....
성만부모
.....?
봉두
성만인 두고두고 평생 부모님을 원망할지도 모릅니다.
잠시 말없이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성만의 부모.
성만부
아무래도...좀..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봉두
(일어나며)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성만모
(따라 나오며) 어쨌든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봉두
(씨익 웃으며 그림을 다시 가리킨다) 어후....저거..어후.
하며 과장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봉두.
# 67 소석의 집.
봉두 , 집 앞에 들어서는데 쭈빗대는 소석.
봉두
(머릴 쓰다듬으며) 왜 ? 엄마 안 계시냐?
소석
아뇨.
봉두
그럼?
소석
저...선생님. 다음에 오시면 안돼요?
봉두
오우..무슨 소리야 다음이라니? 우리 소석이 장래에 관한 상의를 하러 온건데.
소석
아파요..엄마.
봉두
으응? 그래? 그럼 더 잘됐네...선생님이 병 문안 온 셈이잖아. 들어가자.
소석
(가로막으며) 그게 아니라...암튼 안돼요.
봉두
원..녀석하곤...(큰소리로) 어머님!! 소석이 어머님!!
하는데 문이 열리며 나오는 소석모. 헝클어진 머리에 눈을 치켜 뜨고 헛소리를 해댄다. 정신이 나간 모양이다. 고개를 떨구는 소석. 당황하는 봉두에게 달려드는 소석모.
소석모
아이구..당신이래요? 왜 이제 왔드래요..(하다 갑자기) 이런 썅노무새끼...니가 날 버리구 가면 잘 살줄 알아? 이 개눔의 새끼야...(하다 또 갑자기 울며) ....잘못했드래요...내가 잘못했드래요...
하며 횡설수설하는 소석모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봉두. 고개를 떨구고 있던 소석, 창피함인지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인지 눈물을 흘리며 갑자기 집을 뛰쳐나간다. 당황한 봉두, 소석모의 손길을 뿌리치고 소석을 쫒아 뛰어간다.
# 68 개울가(밤)
흘러가는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만이 나는 개울가. 봉두와 소석이 나란히 앉아 있다.
봉두
음....(아주 상냥하게 위로하듯) 소석이 선생님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니?
소석
(고개를 끄덕인다)...네.
봉두
개울가에서 물수제비 만들 때 말야..
소석
네 기억나요.
봉두
그때 선생님은 다 봤어요. 보고도 못 본 척 한 것뿐이에요.
소석
.....
봉두
너 혹시 김병현이 아니? 미국 프로야구 선수. 올스타 두번..응?
소석
네.
봉두
걔 별명이 핵잠수함이잖니. 언더스로우...
소석
......???
봉두
사실 이런 얘긴 안할려고 했는데 그 김병현이가 내 아주 친한 친구의 동생이야.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병현이 어릴 때 별명이 뭔 줄 아니?
소석
아뇨.
봉두
바로 물수제비였어. 물수제비. 어찌나 물수제비를 잘 던지던지....한번은 강가에서 물수제비를 만들었는데 날아가던 새가 진짜 수제빈줄 알고 먹을라구 달려들다 그 돌에 맞아 죽은 일이 있었지.. 그렇게 새 잡던 애가 지금은 양키놈들을 삼진으로 잡을 줄 누가 알았겠니?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너무도 진지하게 해대는 봉두.
봉두
선생님은 그래서 그 날을 잊을 수 없단다. 소석이가 ...키햐..언더스로로 돌을 던져서 멋지게 물수제비를 만드는 폼이....어릴 때 병현이 하고 너무도 똑같앴어요. (진지하게) 소석아?
소석
네?
봉두
넌 무조건 야구선수가 돼라.
소석
야구선수요?
봉두
그래 야구선수. 훌륭한 선수가 돼서 돈 많이 벌어 갖구 엄마 병원에도 보내 드리고 집 나가신 아빠도 찾아야 되지 않겠니?
하지만 고개를 떨구는 소석. 봉두, 기묘하게 위하는 척 하며 소석을 꼬신다.
봉두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되지?
소석
......
봉두
야구부가 있는 도시로 하루라도 빨리 전학을 가야지. 친척은 있을 거 아냐?
소석
(가로저으며) 없어요.
순간, 표정이 싹 굳어지다 이내 다시 다정스럽게..
봉두
.......그럼 이 선생님이 도와줄께...어때? 너두 야구 하고 싶지?
소석
네.
봉두
(일어나며) 우리 물수제비 한번 해보까?
하며 돌을 집어 물수제비를 날리는 봉두. 그러나 잘 될 리가 없다. 지켜보던 소석이 일어나 멋지게 물수제비를 만든다. 과장되게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봉두. 그렇게 선생과 제자가 개울가에서 물수제비를 날리는 모습이 달빛에 반사돼 평화롭게 보인다.
# 69 마을 회관(밤)
화면 가득 분노에 찬 춘식의 얼굴이 보이고
춘식
(단호하게) 그건 절대 안된대요.
보면, 춘식과 몇몇 학부모들이 모여서 술잔을 나누며 얘기들을 하고 있다.
춘식
애들이 없으면 젊은 사람도 없는 거구..젊은 사람이 없다는 건 마을이 없어지는 거나 같은 거래요.
남옥부
그래도 아이들 장래를 위해선 선생님 얘기가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여.
춘식
뭐가 틀린말이 아니래요? 진짜루 애들을 위하는 선생이라면 맨날 자습이나 시키고 ...룸싸롱 기지배 학교로 불러들이고 애들 전학 보낼 궁리한대요? 생각해 보시래요? 상식적으루 말이 되나...
애순부
거...자네 말이 좀 심하지 않나? 김선생님은 그럴 분이 아녀.
다른 학부모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한다.
# 70 회관 밖.
후레시를 들고 걸어오다 회관에 불이 켜져 있자 들어가려던 봉두. 안에서 자기 얘기가 나오자 멈칫하더니 벽에 몸을 기대고 귀를 쫑긋댄다.
소리
(춘식의) 참나...제가요..이런 얘긴 정말 안 할려구 했는데요..김봉두 그 사람...서울에서 학부모들한테 돈 받아먹다 걸려서 어쩔 수 없이 여기 왔대요.
소리
(성만부의) 어허...이 사람 이거 취했어? 누가 들으면 어떡할라구 그런 막말을 해..
소리
(춘식의) 글쎄 제가 다 들었대니깐요 형님..
소리
(애순부의) 이 사람 이거 안되겠구만...그만 가서 자게.
소리
(춘식의) 두고들 보세요, 두고 보면 알 거 아니래요?
놀라서 얘기를 듣던 봉두,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어떤 결심을 한 듯 숨을 크게 한번 쉬고는 사라진다.
# 71 몽따쥬.
-학교-
까악~~함성을 지르며 , 술래잡기를 하는 봉두와 아이들. 술래인 봉두를 놔두고 곳곳에 숨는 아이들.교실, 어딘가 숨어 있는 애순. 조심조심 다가와 덥썩 애순의 뒷덜미를 나꿔채는 봉두. 꼼짝없이 붙들린 애순, 봉두와 나란히 앉아 어려운 수학문제집을 푼다.
-운동장-
비료부대를 접어 만든 글러브로 소석의 공을 받아주는 봉두. 오버스로우로 던지자, 그게 아니라 언더로 던지라고 시늉하는 봉두. 김병현 같이 언더로 공을 던지는 소석. 잘 던질 리가 없다.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공. 멍하니 있던 봉두, 그래도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라고 칭찬해준다.
-밭-
배추밭에서 배추 따는 걸 도와주는 봉두.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연신 웃으며 일을 거든다. 배추를 잔뜩 들고 트럭으로 가던 봉두, 기우뚱하더니 와르르 넘어진다. 그런 모습에 좋아라 웃는 마을 사람들. 무지 아프지만 웃으며 일어나는 봉두.
-동산-
아이들, 그림을 그리고 있고, 성만이 옆에서 지도해주는 봉두. 성만, 나무들을 빨간색, 하얀색, 초록색으로 그리자 꿀밤을 메기는 봉두.
봉두
빨간 나무가 어딨어 이놈아...단풍이니까 잎만 빨갛게 그려.
성만
(떠듬떠듬) 이 나무는요....여름에 너무 더워서 온통 빨갛게 익은 건데...
봉두
(옆에 하얀 나무를 가리키며) 그럼 이건 왜 하얀건데?
성만
음...이건요..음..겨울나문데...더운걸 눈으로 덮구 식히는거에요.
봉두
(파란색 나무를 가리키며) 그럼 이건?
성만
겨울에 너무 추워서...파랗게 질린거요..
봉두
(성만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며) 넌 ...차라리 시를 쓰는 게 낫겠다.
-교실-
남진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봉두. 시키는 대로 안하고 엉뚱한 짓만 하는 남진. 봉두, 서울 학교에서 압수한 게임시디를 남진에게 주는 봉두. 새로운 게임시디를 보고 너무 좋아하는 남진. 그런 모습을 보며 씨익 쪼개는 봉두. 이때 성만이 들어와 소리친다.
성만
형아야...비석치기 할건데 빨랑 나와.
그 말에 시디를 팽개치고 신나서 뛰쳐나가는 남진. 매우 허탈해 하는 봉두. 6학년인 남옥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봉두. 아직 학교에 안 다니는 다영에게 유치원 선생님처럼 춤추고 노래하고 아양을 떠는 봉두. 삐진 듯한 얼굴로 홀로 교실에 남아 나머지 공부를 하고 있는 최노인.
- 계곡-
아이들과 어울려 고기를 잡는 봉두. 고기를 잡다 어느새 물장난이 시작되고 집중적으로 물세레를 받는 봉두. 웃으며 대충대충 하다 어느 순간 날라 온 물을 먹고 컥컥대는 봉두. 순간, 신경질이 나는지 눈이 벌개지며 달려들어 아이들을 물 속으로 쳐 박는 봉두. 그래도 좋다고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옆으로 지나가는 래프팅 행렬. 그렇게 봉두와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멀리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춘식
# 72 숙소
수돗가에서 물에 젖은 옷들을 빨래하는데 다가오는 최노인. 최노인 자기만 빼고 놀러간 것에 삐졌는지 퉁명스럽게..
최노인
나 , 인제 ...가도 되는가?
봉두
네...(학생에게 하듯) 숙제 꼭 해오세요. 안 해오면 맨 날 나머지 공분거 아시죠?
최노인
아..알았어..근데..숙제 그거 너무 많은거 아냐? 난 눈도 침침하고 할 일도 많은데...
봉두
할 일 뭐요?
최노인
(둘러댄다) 화..화초에 물두 줘야하구...
봉두
어르신! 어르신이 전교에서 국어 꼴등이에요. (완강하게) 요령 피우지 말고 숙제 꼭 해오세요.
입을 삐죽이며 봉두를 흘겨보던 최노인, 무슨 생각이 났는지..
최노인
(부끄러운 듯) 저..근데..난 가정방문 같은 거 안 오나?
봉두
(어이가 없다) 어르신은 정식 학생이 아니잖아요.
그 말에 매우 서운해하는 최노인. 봉두, 최노인의 표정을 보더니...안됐는지..
봉두
알았어요. 오늘 저녁에 찾아뵐게요. 마침 담배도 떨어졌구..
최노인
(금방 희색이 돌며 어린애처럼) 알았어 그럼...저녁 먹지 말구 와.
하곤 아이같이 신나서 걸어간다.
# 73 최노인 집(밤)
막 잡은 듯....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다리를 뜯어, 한입 베어무는 봉두. 최노인, 흐뭇한 표정으로 봉두를 바라보고 있다.
봉두
키햐~~맛있네...기가 막힌데요?
최노인
많이 먹어.
봉두
어르신도 드세요?
최노인
난..이빨이 아파서 됐어.
봉두
어우..그래요? 이거 혼자 먹긴 많은데...
하며 자기 앞으로 냄비를 끌어당기는 봉두. 봉두의 눈치를 보던 최노인, 장롱에서 쭈글쭈글하고 빛 바랜 편지를 잔뜩 꺼낸다. 그 중에 하나를 집어 편지를 꺼내 봉두에게 내미는 최노인.
봉두
이게 뭐에요?
최노인
응..미국사는 손주놈이 편지 보내온건데..뭔 말인지 모르겠는게 있어서..
하며 편지지의 한 구절을 가리킨다. “....걸프렌드” 라고 적혀있는 부분.
최노인
(부끄러운 듯) 다른 글자들은 다 알겠는데 그게 뭔지 좀...
봉두
아~~걸프렌드요? 이거 여자친구란 뜻이에요.
최노인
여자친구?
봉두
예..영어에요.
최노인
그럼 ...손주 며느리 얘길 하는 거였구먼.
봉두
아이참...여자친구라구 꼭 결혼하나요?
최노인
결혼했어...3년전에..
하며 흐뭇해서 다시 편지를 들고 읽어보는 최노인. 닭을 뜯다말고 뜨악해서 쳐다보는 봉두
봉두
그럼 그 편지 3년전 거에요?
최노인
응.
봉두
그걸 지금 읽어요?
최노인
응. 요즘 이거 읽는 재미에 밤새.
멍하니 최노인을 쳐다보는 봉두.
# 74 교실
칠판에 “도시의 생활 ” 이란 글씨를 써놓고 수업을 하던 봉두.
봉두
니들..솔직히 말해봐 . 도시에 가고 싶지?
아이들
(합창하듯) 네~ 가고 싶어요~~
봉두
(씨익 웃으며) 왜 가고 싶은데?
소석
놀이동산 있잖아요.
남진
피씨방도 있어서 좋아요.
애순
백화점도 있구...에레베타도 있어요.
흐뭇하게 웃던 봉두, 다시 묻는다.
봉두
그럼...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들 도시로 전학 가고 싶지?
아이들
(합창하듯) 아~니요.
봉두
(표정이 굳으며) 뭐?...방금 도시에 가고 싶대며?
아이들
(또 합창) 전학 가기 싫어요~.
봉두
(흥분해서) 왜 가기 싫은데? 왜?
흥분한 봉두의 모습에, 자못 당황하는 아이들.
남옥
그냥..도시는 공기도 안좋구...개울도 없고...
봉두
(다른 애들에게) 그리구..또 뭐?
아무말도 않고 서로 눈치를 보는 아이들. 그런데 이때, 1학년인 성만이 번쩍 손을 들고 말한다.
성만
그디구요...전학가면...턴탱님도 못 보고, 우디 학교에도 못 오자나요.
아이들
(합창하듯) 맞아요.
할말을 잃은 듯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는 봉두. 드디어 말문을 여는 아이들.
소석
깡패두 많데요. 돈 다 뺏기구..칼로 찔러 죽인데요.
봉두
(어이없지만) 누가 그래...니들이 잘못 아는거야.
애순
춘식이 아저씨가 그랬어요. 자기두 죽을뻔 하다 살았대요.
봉두
춘식이?
아이들
네. 전학가면 다 죽는데요.
봉두
.......
# 75 춘식의 집
마당에서 경운기를 손질하고 있는 춘식. 씩씩대며 들어오는 봉두.
봉두
나랑 얘기 좀 합시다.
춘식
(힐끗 보더니) 뭔 얘기요..난 할 얘기 없드래요.
봉두
(흥분을 참으며) 아니... 다 큰 어른이 그게..응..애들한테 할 소립니까?
하는데 요란스레 경운기 시동을 켜는 춘식. 뭐라고 떠드는 봉두를 놔두고 경운기를 몰고 나가는 춘식. 따라가며 계속 주절거리는 봉두. 알피엠을 높여 더더욱 소리를 내며 가는 춘식.
봉두
어이!! ...야!!!....야 이자식아!!!
들은체도 않고 속도를 내서 가버리는 춘식.
봉두
(혼잣말로) 개새끼...저거..
약이 잔뜩 오른 봉두. 두고 보라는 듯이 이를 악다문다.
# 76 교실 안
아이들과 학부모들까지 모여 있는 교실 안. 칠판에 커다랗게 써 있는 글씨 “꿈은 이루어진다” 어디서 본 듯한 문구를 써놓고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연설을 하는 봉두.
봉두
여러분들이 지금 조바심으로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 고민을 할 때 저는 이미 10년 후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코흘리개 산골 아이들이지만 저의 판단을 믿고 재능을 맘껏 겨룰 수 있는 유럽으로...아니 도시로 아이들을 전학보낸다면 아마 10년 후엔 이 애들이 세계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연설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학부모들. 그러나 이내 다음 연설에 고개를 끄덕인다.
봉두
여러분들의 대수롭지 않은 이기심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치명적인지 한번쯤 고민해 보신 적 있습니까? 여러분 , 꿈은 꼭 이루어집니다.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보란 말이 있듯이 크게 보십시오. 하루빨리 큰물로 내보내라 이겁니다.
목에 핏발을 세우며 열변을 토하는 봉두.
# 77 읍내식당(저녁)
석쇠에 구워지는 고기들. 읍내 식당에서 교육청 간부들과 회식을 하는 봉두. 간부, 봉두에게 정중히 술을 따라주며 마주 앉은 사내에게 인사시킨다.
간부
저...인사해요. 이분은 서울에서 레져사업을 하시는 분입니다 김선생.
봉두
아 예 그러세요...(하며 인사를 한다)
사내
(명함을 건네주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봉두
예? 뭘요?
간부
(급히 나서며) 학교를 매입해서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만들려고 하는데....지금으로선 사실 쉽지가 않잖습니까?
봉두
학교를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만든다구요?
사내
예..지금 강가에서 래프팅 사업을 하는데....거기에다 서바이벌 게임까지 곁들인 관광상품을 추진 중입니다. 그렇게 되면 마을에도 부수적인 수입이 생겨 서로 좋은 일이죠.
간부
사실 내년에 폐교하기로 결정을 했었는데 김선생님이 오시구 나서 마을사람들이 마음이 바뀌었잖아요. 저..김선생...
하는데 알아들었다는 듯이 말을 가로막는 봉두.
봉두
올해 안에 다들 전학 갈 겁니다. 걱정 안하셔두 돼요.
사내
예? 그럼 자연스럽게 폐교 되겠네요?
봉두
(고기를 먹으며 끄덕인다)
사내
어이구 이거 잘됐습니다. 김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자십니다.
간부
그럼요...애들도 통학하기가 좀 힘들어서 그렇지. 교육환경은 나을 겁니다.
사내
힘들긴...어린 놈들이 좀 고생면 어때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하하
간부와 사내가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을 치며 호탕하게 웃자 고기를 먹다 물끄러미 두 사람을 바라보는 봉두. 웃던 두 사람, 봉두를 보곤 어색하게 화제를 바꾼다.
# 78 식당 밖
차에 타려는 봉두에게 허겁지겁 다가오는 사내.
사내
저 ..김선생님..이거 얼마 안되지만 담배값 하십시오.
하며 봉투 하나를 건넨다. 봉두, 너무도 오랜만이라 한 동안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다. 사내, 당황스런 눈빛으로 봉두를 바라보다 또 한 개의 봉투를 꺼내 두 개를 준다.
사내
그리구 이건..기름 값이나 하시죠.
잠깐 정신이 나갔던 봉두, 서서히 희색이 돌며 봉투를 넙죽 받아든다.
봉두
감사합니다. 사업 잘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하며 정중히 인사를 하곤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봉두의 차. 혀를 끌끌 차며 바라보던 사내, 뒤돌아 서는데 어느새 다가와 킁킁거리며 밤하늘에 별을 세는 간부. 사내, 품에서 또 하나의 봉투를 꺼내 간부에게 찔러준다. 말없이 받아 넣는 간부.
# 79 읍내시내
멀리서 다가와 급하게 서는 봉두의 차. 봉두,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봉투를 꺼내 열어본다. 각자 백만원짜리 수표 한 장씩 두 장이다.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이는 봉두. 다시 출발하는 차. 저만치 가다 다시 서는 봉두의 차.
# 80 교실.
아이들에게 잔뜩 선물을 나눠주는 봉두. 6학년인 남옥에겐 영어회화 테입과 예쁜 카세트플레이어를 5학년인 소석에겐 가죽으로 된 야구 글러와 야구공을 5학년인 애순에겐 예쁜 티셔츠를 3학년인 남진에겐 장난감 로보트를 1학년인 성만에겐 그림물감과 크레파스를 학교 안 다니는 다영에겐 곰인형을.. 선물을 받을 때마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이들. 최노인 , 킁킁대며 자긴 뭐 없나하며 부러워한다. 그런 최노인에게 전해지는 그림동화책.
봉두
(웃으며 바라보다) 어때 좋지?
아이들
(신나서) 네~~~~~.
봉두
도시에 가면 이런 거 많이 있고 좋겠지?
아이들
네~~~~.
봉두
(흐뭇하게) 자..우리 오랜만에 새 공으로 축구할까?
아이들
네~~~~~.
떠나갈 듯 한 아이들의 함성.
# 81 운동장.
봉두,다영,최노인 대 아이들....3 대 5 의 축구. 새로 산 축구공으로 축구를 하는 봉두와 아이들. 소석이 공을 잡고 드리블해 오자 달려들어 소석의 옷을 잡아당기며 넘어뜨리고 공을 뺏는 봉두. 봉두가 공을 잡자 방어를 하느라 우르르 달려드는 아이들. 그러나 어른답지 않게 아이들을 손으로 밀치며 신나게 드리블해 슛을 날린다. 골인이 되자 과장된 골세레머니를 펼치며 좋아하는 봉두. 양손을 치켜세우고 괴성을 지르며 아이들에게 달려드는데 봉두에겐 관심 없고 일제히 교문을 바라보는 아이들. 머쓱해진 봉두,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교문을 보면...짚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게 보인다. 차에서 내리는 도시풍의 젊은 부부와 아이. 의아하게 쳐다보는 봉두.
봉두
.....???
# 82 교무실
놀란 눈을 한 채 화면 가득 보이는 봉두.
봉두
예? 전학이요?
봉두와 마주 앉아 있는 도시 풍의 학부모.
남자
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봉두
아니 왜 일루 전학을 와요?
남자
그게 좀...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자 여자가 나서서 거든다.
여자
애기 아빠가 건강도 좀 안좋구... 여기에 들어와 살면 정착금도 지원해 준다 그래서요.
봉두
누가요?
여자
이 학교 동문인데...서울에서 돈 좀 있는 사람인 것 같애요. 학생들이 없어서 학교가 없어지게 생겼다고 누구든 애만 있으면 된다구 그랬거든요.
그 말에 눈이 팍 풀리는 봉두. 아무 말도 못한다. 이때 남자가 여자에게 눈짓을 하자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는 여자.
여자
(돈봉투를 꺼내 내밀며) 저..그리고 이거...
내미는 돈봉투를 멍하니 바라보는 봉두. 자리에서 일어나는 부부.
여자
저 그럼 선생님 가 보겠습니다.
하며 인사를 하고 나가는 부부. 아무말도 없이 일어나 인사를 하고 다시 의자에 풀썩주저앉는 봉두.
# 83 교실
청소하는 아이들. 교실 이곳 저곳을 보며 촌스러운지 연신 콧방귀를 뀌는 전학생(준석). 다른 아이들은 아무 말도 못하는데 보다 못한 애순이 나선다.
애순
야 넌 청소 안 해?
준석
쳇...
애순
이름 적는다.
준석
적어라.
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갖고 온 게임시디를 밀어 넣는다.
# 84 교무실.
책상 서랍을 뒤지더니 명함을 찾아 꺼내드는 봉두. 명함을 보고 이를 갈며 전화를 하려는데 걸려오는 전화
봉두
여보세요.....예 교장선생님. (떨떠름하게) 방금 왔습니다....
교장의 얘기를 힘없이 듣다가 갑자기 놀라는 봉두.
봉두
예? 앞으로 더 올거라구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전화를 끊는 봉두. 충격에 한동안 입에 거품을 물며 숨도 쉬지 못하는 봉두.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
남옥
선생님 청소 다했는데요.
다가와 히죽거리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보는 봉두. 똘망똘망하게 봉두를 바라보는 아이들. 전부 꼬질꼬질 하고 헤진 옷을 입고 있다. 갑자기 아이들이 거지같이 보이는 봉두. 그동안 못 느끼고 지냈던 부분들이 새삼 봉두의 눈에 띤다. 봉두, 아이들을 보며 짜증이 슬슬 올라오는데...
소석
선생님 ! 저희 계곡으루 가재 잡으로 갈건데 같이 가실거죠?
봉두
내가 니들 친구냐? 같이 가게?
아이들
............
봉두
그리구..무슨 청소가 벌써 다 끝났다는거야? 다시 해. 오늘 대청소다.
# 85 교실.
시무룩하게 청소를 하는 아이들. 준석이만 청소를 안하고 컴퓨터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 못마땅하게 여기던 아이들 , 그러나 새로운 게임을 보고 슬금슬금 모여든다. 이때 들어오는 봉두, 아이들을 보고 소리친다.
봉두
이눔 자식들..청소 안하고 뭐 하는 거야?
화들짝 놀라 뿔뿔히 흩어져 청소를 하는 아이들. 그러나 준석은 멀뚱히 봉두만 쳐다보고 있다. 그런 준석을 바라보다 아무 말도 안하고 교실을 나가는 봉두. 청소를 하는 시늉을 하던 아이들. 준석을 쳐다보며 신기해한다. 준석,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며 피식거린다.
준석
(게임을 가리키며) 한번 해볼래?
망설이다 우르르 달려드는 아이들.
# 86 교무실(밤)
빈 종이에다 구구절절 사연을 쓰고 봉투에 담는 봉두. 긴 숨을 한번 내쉬더니 봉투에 사인펜으로 “사직서” 라고 쓴다. 사직서를 한참 내려다 보다 다시 집어 신경질적으로 찢어버리는 봉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 87 운동장(밤)
미친놈처럼 운전을 하는 봉두.
봉두
(운전을 하며 고래고래) 그래 씨발...여기서 살자 살아. 좋잖아 공기도 좋고... 으아아아아~~~~~~아부지~~.
소리소리를 지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봉두의 모습이 안쓰럽다.
# 88 교실 (다음날)
자습을 시켜 놓고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며 한숨만 쉬는 봉두. 눈치를 보던 남옥이 말문을 연다.
남옥
선생님. 수업 안 해요?
봉두
(짜증스레) 자습하라구 그랬잖아.
애순
두시간 지났는데요.
봉두
더 해.
아이들
(동시에) 수업해요 선생님 네? 선생니이임~~~
수업하자고 찡얼대는 아이들의 성화에 갑자기 성질을 내는 봉두.
봉두
(벌떡 일어나며) 자습하래면 하지 어디서 말대꾸야. 이놈들이 선생님 알기를 우습게 알어?
갑작스런 봉두의 행동에 다들 주눅이 든 아이들.
봉두
전부 일어나 손 내밀어.
기가 죽어 슬금슬금 일어나는 아이들. 봉두, 매를 들고 다가가서 한 명씩 손바닥을 내려친다.
봉두
(내려치며) 똑바루 내밀어.
인상을 찡그리며 손바닥을 맞는 아이들. 준석, 자기 차례가 오자 자긴 안 때리겠지 하는 표정으로 짐짓 여유롭다. 그런 준석에게 다가와 더욱 세게 때리는 봉두. 고통보다 놀라움에 눈이 동그래지는 준석. 한쪽 구석에서 내심 난감해 하는 최노인. 봉두, 너무 하다 할 정도로 아이들의 손바닥을 계속 내려친다.
# 89 하교 길.
멀리서 아무 말도 않고 시무룩하게 걸어오는 아이들.
남진
(맞은 손바닥을 입으로 불며) 난..자습하는 게 좋았는데..
애순
이상해. 갑자기 왜 그러시지?
소석
니가 말대꾸 했잖아?
애순
넌 안 했어?
소석
니가 두시간 지났는데요 했잖아.
애순
이게 증말...
하며 달라붙는 소석과 애순을 떼어놓는 남옥.
남옥
됐어 그만해...다 내가 잘못한거야.
그제야 떨어지는 소석과 애순.
남옥
선생님이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던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선생님 말씀 더 잘 듣자 알았지?
아이들, 고개를 끄덕이며 걷는데 기다리고 있던 준석이 앞을 가로막는다.
아이들
.....?
준석
(씩씩거리며) 이씨...니들 땜에 나까지 맞았어!
애순
기가 막혀.. 그게 왜 우리 때문이야? 선생님이 화나서 그런건데?
준석
(빈정거리며) 촌놈들...화난다고 다 때리냐?
소석
선생님이잖아.
준석
(어이가 없는지) 선생님? 하여간...니들이나 선생이나 다 무식하긴....
소석
(발끈해서 달려든다) 뭐..이 개새끼...
순식간에 뒤엉겨 서로 치고 받는 소석과 준석. 남옥이 달려들어 말리지만 역부족이다.
소석
(패며) 이 새끼 ...서울에서 왔다고 재냐?
준석
(맞으며 소리를 지른다) 우리 엄만 돈 줬단 말야 새꺄....
그 말에 동작이 멎는 소석과 아이들.
아이들
.......
# 90 마을회관(밤)
아이들의 부모들이 모여 얘기를 하고 있다.
남옥부
뭐? 돈?
애순모
자긴 줬는데 맞았다구 그러드래요.
성만부
참나.... 서울하고 같애. 아..이런 촌구석에 그럴 돈이 어딨어?
잠시 아무 말도 않고 담배들만 뻐끔뻐끔 펴대는 사람들.
남옥부
아 뭔 고민들이여? 다 안주면 되는 거지.
애순부
(끄덕이며) 그지...여태까지도 그냥 잘 댕겼는데... 더 뭔 일 있겠어.
성만부
쓸데없는 고민들 하지말고 일찌감치 가서 주무십시다.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사람들.
# 91 교무실(밤)
또 사직서를 쓰는 봉두. 그러나 이번엔 진지하다. 사직서를 써서 책상에 올려놓고 바라보던 봉두.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한다.
봉두
(신호가 가고 잠시 후) 605호요.....저에요 아부지........예.....먹었어요.....힘이 없긴요..졸려서 그래요......저..아부지 ..조만간 올라갈게요. 예..예...아니에요 가서 말씀드릴께요. ........네 쉬세요...
전화를 끊고는 착잡한 심정으로 일어나 교무실을 나간다.
# 92 관사(밤)
학교에서 나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봉두. 잠깐 멈춰 서서 학교를 바라본다.
# 93 봉두의 회상.
-초등학교 교실-
한창 수업을 듣고 있는 초등학생 봉두. 문득, 창문 너머로 바라보면 ...소사인 봉두부가 고장난 의자들을 고치고 있다. 무심결에 봉두와 눈이 마주치는 봉두부. 봉두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는 얼른 공부하라는 시늉을 손짓으로 해보인다. 짝궁이 바라보자 얼른 고개를 돌리곤 모른채 하는 봉두. 이때 , 봉두 담임 선생의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담임의) 니들 자꾸 헛생각하고 공부 안 하면...저~기 햇볕에서 일하는 아저씨 보이지? 니들도 저렇게 돼.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해 알았냐?
소리
(아이들) 네~.
담임의 호통에 얼굴이 시뻘개지는 봉두.
-다른 날 교실-
빈 교실. 칠판에 손을 대고 선 채 엉덩이에 매를 맞는 봉두. 초등학생인데도 살벌하게 매를 휘두르는 담임.
담임
(패며) 부모님 오시라고 한지가 언젠데 안오는거야? 왜 너만 안오냐구 이 자식아.
갖은 욕설을 퍼부으며 봉두를 패는 담임. 이를 꾹 다물고 고통을 참는 봉두.
# 94 관사
멍하니 누워 잘 나오지도 않는 TV를 보고 있는 봉두. 코미디 프로가 나오지만 웃지도 않고 무표정이다. 이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봉두
(TV소리를 줄이고) 누구세요?
소리
접니다 선생님.
봉두, 일어나 문을 열자 삐죽 고개를 내미는 성만부.
성만부
아직 안 주무셨드래요?
봉두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스럽지만) 아 예...어쩐 일이세요.
성만부
뭐...성만이 전학문제도 있구...또 기냥 뭐...
봉두
들어오세요.
우물쭈물 하는 성만부를 방으로 안내하는 봉두. 방으로 들어와 앉아 기웃기웃대는 성만부.
성만부
요즘 힘드시죠?
봉두
힘들긴요 ..다 그렇죠 뭐.
성만부
선생님 저...이거..
하며 슬그머니 비닐에 싼 약초를 꺼내 놓는다.
성만부
푹 과서 하루 세번 한고뿌씩 드시면 몸이 확 달라 질거래요.
봉두
(멍하니) 아 예...고맙습니다.
성만부
(일어나며)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봉두
아니...성만이 얘기는요?
성만부
나중에 하죠 뭐....나오지 마시래요.
하며 나가려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
선생님 주무신대요?
봉두가 문을 열러 가자 내심 불안해하는 성만부의 얼굴에 들리는 소리.
봉두
(소리) 남옥이 아버님 아니세요?
순간, 눈을 질끈 감는 성만부. 인사를 주고받고는 들어오다 성만부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남옥부.
남옥부
어? 자네 여기 웬일긴가?
성만부
(퉁명스레) 흠흠..그러는 형님은 웬일이래요?
남옥부
(당황하며) 나야 뭐...선생님 심심 하실까봐 말동무나 해 드릴려구 왔지.
성만부
저두 그래요.
봉두
(냉랭한 두 사람을 보다) 서 있지들 마시고 앉으세요.
뻘쭘히 앉는 두 사람. 서로 천정만 쳐다보며 어색한 정적이 흐른다.
봉두
(남옥부에게) 무슨 일이세요?
아무 말도 못하던 남옥부 , 갑자기 일어나며 성만부를 잡아끈다.
남옥부
자네..잠깐 나 좀 봐.
하며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 느닷없이 두 사람이 나가자 황당한 봉두. 잠시 후 두 사람이 티격태격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
자네 선생님한테 돈주러 왔지?
소리
아이구 참..돈이 어딨다구 돈을 줘요. 형님이야말로 돈주러 온 거 아녜요?
소리
뭐? 내가 미쳤어...너 그럴 돈 있으면 꾼 돈이나 갚어?
소리
내가 형님한테 꾼 돈이 어딨대요?
소리
작년 겨울에 화투칠 때 꿨잖아
소리
하이구...그까지 2만원 꾼거?
소리
2만원은 돈 아냐?
소리
알았어요 알았어...치사해서 씨발 것 준다.
소리
뭐 이 새끼가 근데....
등등 말싸움이 격해지다 싸움을 하는 소리를 듣는 봉두. 말리지도 못하고 착잡하기만 하다.
# 95 교무실(아침)
교무실 청소를 하는 아이들. 이곳 저곳을 쓸고 닦는 아이들, 소석이만 안 보인다. 특히 봉두의 책상을 열심히 정리하고 닦는 남옥. 문득, 책상에 놓인 사직서를 본다. 망설이다 열어보는 남옥. 사직서를 보고 표정이 굳는 남옥. 다른 아이들도 다가와 뭔가 하고 본다.
# 96 교실
시무룩하게 수업준비를 하는 아이들. 밤새 잠을 못 잤는지 꺼칠한 봉두가 맥없이 들어온다. 아이들을 바라보던 봉두, 소석과 준석이 안보이자
봉두
소석이 하고 준석인 아직 안 왔냐?
아이들
(힘없이) 네.
남진
(일러바치듯) 둘이 싸웠대요..히히.
봉두
.....
남옥이 남진의 옆구리를 찌르며 눈짓을 한다. 금새 시무룩해 하는 남진.
봉두
(바라보다) 무슨 일인지 남옥이가 말해봐.
남옥
(우물쭈물하며 말을 못한다)
봉두
또 말 안 듣는다.
아이들, 남옥의 눈치를 보며 말하라는 시늉을 한다. 남옥, 어쩔 수 없이 어렵게 입을 열려는데 문이 거칠게 열리며 들어오는 준석모와 준석. 어리둥절해서 보는 봉두. 얼굴에 시퍼렇게 멍든 준석을 봉두 앞에 세우며 씩씩대는 준석모.
준석모
선생님 얘 얼굴 좀 봐요..이럴 수 있는 거에요?
봉두
.......?
준석모
아니...전학왔다구 이래도 돼요? 이래서 마음놓고 학교에 보내겠냐구요?
봉두
애들끼리 치구박구 한건대요 뭐..
준석모
뭐에요? 기가 막혀서 정말...잘 부탁한다고 특별히 부탁도 했는데 응...그리구...다른 애들이 잘못한거 가지구 우리애까지 때렸다면서요 선생이 그래서 애들이 뭘 배우겠어요?
봉두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수업중이니까 나가주세요.
준석모
나가라니? 이런 촌구석에 왔다구 무시하는 거에요 지금?
봉두
여긴 학굡니다. 학교에선 제가 알아서 합니다.
준석모
알아서 한다는게 학생들이 수업하자는데 이유도 없이 패요? 뭘 알아서 해요 뭘?
봉두
(단호하게) 나가세요.
준석모
(아이들에게) 니들 말해봐...정말 니들이 잘못해서 맞았어?
봉두
아주머니.
준석모
따져볼건 따져봐야지..(다시 아이들에게) 말해봐.
준석모가 강하게 윽박을 지르자 머뭇거리는 아이들. 봉두도 아이들을 바라본다. 이때 고개를 떨구고 있던 남옥이 일어나 말한다.
남옥
선생님은....잘못한 거 없어요. 우리들이 잘못했어요..
당황하는 준석모,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따지려는데 1학년인 성만이 울먹이며 말한다
성만
(울며) 턴탱님...가지 마세요...사표 하지 마세요 턴탱님...
봉두
......
느닷없는 성만의 말에 약간 충격을 받는 봉두.
아이들
(일제히) 잘못했어요 선생님. 가지 마세요.
하며 하나 둘 울기 시작한다. 한순간에 울음바다가 되는 교실. 어쩌지도 못하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봉두.
준석모
(바들바들 떨며) 뭐 이런 데가 다 있어...(준석에게) 가자..여기 있다간 아무 것도 안되겠다.
준석을 끌고 나가는 준석모. 자기편을 드는 아이들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듯 멍해지는 봉두.
# 97 소석의 집
힘없이 소석의 집에 들어서는 봉두. 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응시하는 소석모가 보이고 마당 한켠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는 이웃집 할머니가 봉두를 보고 일어난다. 인사를 꾸벅하는 봉두.
할머니
아이구...선상님 오셨드래요.
봉두
예...소석이가 학교에 안나와서요.
할머니
산에 갔어.
봉두
산에요?
할머니
응..약초 캐다가 판다구 동네 어른들 따라서 아침 일찍 갔는데?
봉두
애가 약초를 캐러 가요?
할머니
아 ..돈땜이지...지 엄마는 저렇지...돈이 어디서 나와. 동네 사람들이 쌀하구 반찬은 같다주는데 무슨 ...돈이 필요한가봐. 어린 게 안됐지 쯧쯧...
착잡한 심정으로 집을 둘러보는 봉두. 한쪽에 봉두가 선물해준 글러브가 곱게 보관돼 있는 게 보인다.
# 98 학교로 오는 길.
첫 출근때 소석이와 걸어오던 길을 혼자 걸어오는 봉두. 그때와는 달리 시골길이 따사롭고 정겹게 보인다. 걷던 봉두, 괜시리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는다. 이때 , 털털거리며 마주 오는 춘식의 경운기. 봉두 , 춘식을 보더니 옆 밭고랑으로 곱게 물러나 준다. 비켜선 봉두를 보며 지나가는 춘식. 저게 왜 저러지? 하는 표정으로 고갤 돌려 멍하니 봉두를 보는 춘식. 그렇게 봉두를 쳐다보며 운전하다 다시 앞을 보던 춘식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비명소리와 함께 옆 개울가로 푹 쳐박히는 경운기가 봉두의 뒤로 보인다.
# 99 교무실(밤)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학교. 숙제로 내 줬던 아이들의 편지를 책상에서 꺼내 읽어보는 봉두. 흐뭇하게 웃기도 하며 읽는다. 마지막으로 소석의 편지를 보는 봉두.
소리
(소석의) 선생님이 새로 오셔서 너무 좋다. 그런데 며칠 안돼서 살이 마르신 것 같다. 엄마한테 맛있는 감자를 싸달라고 하고 싶지만 난 그러지 못한다. 대신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겠다.
편지를 읽으며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두 가지 감정이 섞이는 봉두.
# 100 관사 앞.
우산을 쓰고 터덜터덜 숙소로 걸어오는 봉두.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틈에 끼워져 있는 봉투를 발견한다. 갸우뚱하며 봉투를 집어보는 봉두, 겉에는 “ 양 소 석 ” 이라고 삐뚤삐뚤하게 이름이 써져 있다. 봉투안을 보던 봉두 ,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는다. 천천히 꺼내보면 , 흙 때가 묻어 있는....꼬깃꼬깃한 것을 정성껏 핀...만원짜리 세 장이 들어 있다.
봉두
..........
# 101 소석의 집(밤)
흐릿한 백열전구가 비추는 재래식 부엌. 소석이 온통 흙투성인 옷을 입고 쭈그리고 앉아 라면을 허겁지겁 먹고 있다. 라면을 먹다 어느 순간 인기척을 느끼고 문쪽을 보는 소석. 봉두와 눈이 마주치는 소석, 아무 말도 못하고 쭈삣 댄다.
소석
.........
봉두
.........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흐른다.
봉두
소석이 선생님한테 잘못한 거 있지?
소석
.........
봉두
일어나! 종아리 걷어.
소석
(눈물이 맺히며) 선생님 잘못했어요.
봉두
얼른!!
먹다 만 라면그릇을 놓고 주춤주춤 일어나는 소석. 봉두 , 부엌에 있는 나뭇가지를 손으로 꺽더니 앉아서 종아리를 내려친다. 한 대, 두 대, 세 대, 계속 내려치는 봉두. 과거에 봉두가 그랬듯이 아픔을 참으며 소리도 내지 않는 소석.
봉두
누가 맘대로 학교에 나오지 말라구 그랬어? .....누가 그런 못된 짓 하라구 했어 응? 누가....선생님한테 그러라구 했어...
서서히 감정이 격해지는 봉두. 말도 제대로 못하며 매를 내려치는 봉두의 눈에 어느새 가득 고인 눈물. 소석이도 감정이 북받쳐 올라 울음보를 터트린다.
소석
(울며) 잘못했어요 선생님.....나...난...선생님이 학교 떠나는 거 싫어요...어..엄마땜에 난 전학도 못 가구...그냥...선생님이랑 학교 다니구 싶었어요..엉엉.
울며 흐는끼는 소석의 말에 더 이상 못 때리고 회초리를 내려놓는 봉두. 일어나 서럽게 우는 소석을 안아준다. 봉두의 품에 안겨 더더욱 눈물을 흘리는 소석. 그러나 계속 눈물은 고이고 쏟아져 나오지만 울지 않는 봉두.
-시간경과-
다시 라면을 새로 끓여서 먹는 봉두와 소석. 봉두, 자기 라면을 소석에게 덜어주며...
봉두
많이 아프냐?
소석
아뇨.
봉두
(빙긋이 웃으며) 오늘은 선생님하고 자자. 가서 약 발라 줄께.
소석
(좋아서 웃으며) 네에~.
봉두
짜아식~ 울다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
소석
선생님도 그러잖아요.
봉두
나? 난 안 울었어.
소석
에이~~거짓말.
하며 웃는 봉두와 소석. 그런 둘의 웃음소리가 잠자는 별들에게 따스하게 전해진다.
# 102 교실.
자못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봉두.
봉두
그동안 이 선생님을 괴롭히던 나쁜 놈이 있어서 힘들었는데 어젯밤 내가 그 악당 같은 놈을 아주 멋지게 해치웠다.
아이들
.......
봉두
(사직서를 꺼내며) 따라서 그놈이 써 논 이건 이제 필요 없다.
하며 사직서를 북북 찢는 봉두.
봉두
(장난스레) 어떠냐? 멋있지 선생님?
아이들
(환하게 웃으며) 네~~.
봉두
짜식들...니들 그렇게 여기가 좋으냐?
아이들
네~~
봉두
피씨방도 없는데?
애순
우린 비석치기가 더 재밌어요.
봉두
(물끄러미 아이들을 바라보다) 니들 이 선생님이 밉지 않니?
아이들
(합창) 아니요~~.
봉두
선생님은 니들이 싫은데?
아이들
(야유를 하며) 에이~~~
봉두
(웃으며) 우리...나가서 비석치기 한판 할까?
아이들
(신나서) 네~~~.
# 103 운동장
편을 짜서 비석치기를 하는 봉두와 아이들. 쩔쩔매며 실수를 연발하는 최노인.
소석
에이씨...편 다시 갈라요.
최노인
(화를 내며) 무르팍이 아파서 그래 이눔아.
소석에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비석치기를 계속하는 최노인. 멀리서 급식용 부식을 경운기에서 내리는 춘식.
애순
(큰소리로) 춘식이 아저씨!!! 일루 와서 같이해요.
춘식
(멀리서) 됐어 임마...내가 애들이냐?
하며 부식을 운반하는 춘식, 얼굴에 반창고 투성이다.
# 104 급식교실
옹기종기 모여서 밥을 먹는 아이들과 봉두. 비석치기때 티격태격하던 소석과 최노인.
소석
(최노인에게 엄포하듯) 할아부지 냉기지 말아요.
최노인
안 냉겨 이눔아...
소석
(쏘세지 반찬을 가리키며) 에이....쏘세진 안드실거면서...
최노인
안 먹긴 누가 안 먹어....
소석
그럼 다 드셔보세요.
최노인
먹으래문 내가 못 먹을 거 같냐 이눔아?
하며 쏘세지를 집어 우걱우걱 씹는 최노인. 먹던 최노인, 슬슬 표정이 굳어진다. 입맛에 안 맞긴 안 맞나 보다.
최노인
에잉...이걸 뭔 맛으로 먹는지 원....아나 너나 먹어라.
하며 남은 쏘세지를 소석에게 옮겨주는 최노인.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과 봉두. 이때 바깥에서 “선생님” 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급식담당이었던 애순모가 걸레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들어온다.
애순모
선생님!! 빨리좀 와보시래요...서울 병원서 전화 왔는데 급하대요.
봉두
(눈이 휘둥그래지며) 네에? 병원에서요?
하고는 부랴부랴 교무실로 뛰어나가는 봉두.
# 105 교무실
수화기를 다급하게 들어 말을 건네는 봉두.
봉두
여보세요? 저 김성환씨 보호자 되는데요......예? ......예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툭! 떨구곤 넋이 나가 멍하니 있는 봉두. 뒤따라 온 아이들과 최노인등이 그런 봉두를 걱정스레 보고 있다. 뭔가 심상찮음을 직감한 최노인 조심스레 봉두에게 다가가
최노인
무슨...안 좋은 일인가?
봉두
(정신을 차리고) 네....아버님이... 위독하시답니다.
최노인
아이고 이런....어쩌면 좋나 그래....저..여긴 걱정말고 ...얼른 다녀오게.
봉두 , 불안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봉두
(침착하게) 음...선생님이 급한 사정이 생겨서 ...아무래도 며칠간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다..나 없다고 떠들고 장난치지 말고 ..교실에서 조용히 자습들 하고 그래라 알았지?
아이들
(힘없이) 네에...
급하게 자리로 와 책상에서 차 키를 챙기는 봉두.
최노인
(걱정스레) 김선생...어제 비 땜에 차는 못 다녀. 이거 어떡하나...
그 말에 몹시 당황스러워 하는 봉두.
# 106 시골길.
움푹움푹 패인 길을 가는 경운기. 춘식의 경운기에 타고 가는 봉두. 진땀을 흘리며 운전을 하는 춘식.
# 107 달리는 기차 안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하염없이 먼 창밖만 쳐다보고 있는 봉두. 달리는 기차밖 풍경 사이로 ...지나간 아버지와의 회상이 서서히 떠오른다.
# 108 봉두의 회상(초등학교 앞)
첫 부임을 하는 초등학교 교문 앞. 말끔하게 양복으로 차려입은 봉두를 보며 흐뭇해하는 봉두부.
봉두부
(뿌듯해서) 어여 들어가 어여..
봉두
아부지도 이제 그만 들어가세요.
봉두부
교무실 들어가는 거만보고 갈 게. 어여 가.
봉두
참나....갈게요.
하며 뒤돌아서 걸어가는 봉두. 그런 봉두의 뒤에서 하염없이 봉두를 바라보는 봉두부. 화면, 서서히 전환되며 기차안의 봉두로 돌아온다.
# 109 교실.
아이들과 최노인만이 남아 있는 교실. 최노인,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문득 칠판 앞으로 쭈볏쭈볏 걸어나간다.
최노인
흠흠...에~ 김선생이 부재인 관계로 , 당분간 에...내가 여러분들에게 한문을 좀 갈켜볼까 하는디...흠...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아이들.
최노인
한문하문...에..대학, 소학, 논어, 맹자...등이 있지만...에 뭐시냐...우선은 천자문을 모르문 도통 이해가 안 갈거라서...에..천자문부터 가르쳐 보도록 하겄습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을 이어가는데 불쑥 소석이가 반론을 제기한다.
소석
에이~ 할아부지 뭔 한문공부요, 한문공부는? 한글도 어려워 디지겄구만...
남옥
한문은 중학교 가면 배운단 말에요,
아이들
맞아요....
최노인
(역정을 내며) 아..미리 배워두면 좋잖아.
소석
(실실 쪼개며) 그럼 ...차라리 영어 갈쳐 주세요~
아이들
(덩달아) 네에~ 영어 가르쳐 주세요~~
비협조적인 아이들의 반응에 당황하던 최노인, 버럭 소릴 지르더니 주섬주섬 자기의 책과 노트를 챙겨들곤, 삐진 듯 교실을 나가려는데...
소석
할아부지 어디가요?
최노인
(돌아보며) 집에 간다 왜?
소석
누구 맘데로 가요. 할아부지 가면 ..적어불꺼에요.
최노인
(화를 내며)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눔!! 니깟 놈이 내 이름 적으면...내가 뭐, 선생한테 맞을까봐 겁이라도 먹을줄 알았냐!!...이런 망할 눔!!
하고는 씩씩대며 교실 밖으로 휙! 나가버리는 최노인. 아이들, 최노인의 역정에 잔뜩 주눅이 든다.
남옥
(소석일 꾸짖으며) 왜 그런 농담을 해? 할아버지 열받았잖아?
소석
뭐가 농담이야?...(연필을 꼬나쥐며) 난 진짜루 적을 거구만!
하며 쪽지에 “6번 집에 감” 이라고 적는다. 아이들, 괜시리 심드렁해져서 ...묵묵히 책을 펼치는데..이때, 별안간 !!! “쾅!” 교실 문이 열리며 묵묵히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는 최노인. 내색은 못하고 키득키득 거리는 아이들.
# 110 병원 입원실.
흰 가운으로 덮어지는 봉두부. 그런 아버지를 아무 표정도 없이 바라보는 봉두. 그러다 서서히 봉두의 흐느낌이 서글프게 방안에 울려 퍼진다.
# 111 병원 영안실
검은 상복을 차려입은 봉두, 봉두부의 영정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앉아있다. 잠시 후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봉두 뒤편으로 자리하는 조문객들. 넋 놓고 앉아 있는 봉두의 귀에 낮 익은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소리
(아이들, 조그맣게) 선생니~임...
문득, 뒤돌아보면, 어느새 와서는 봉두 뒤편에 서있는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 예상치 못한 조문객들의 방문을 받고는 반가워하는 봉두.
봉두
(반가워서) 이야~~ 독수리 오형제들....니들 학교 안지키고 여긴 왜왔어?
아이들, 봉두의 반가워함에 기분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봉두
(마을사람들에게) 아휴~ 바쁘신데 이렇게 먼 곳까지 오셨어요? 안 오셔도 되는데.
이장
아이고~~무슨 섭섭한 말씀이래요..선생님은 다 한 식군데요.
잠시, 감격에 겨워 말을 못 잇는 봉두.
최노인
아 뭐혀~~절부터 해야지.
영안실까지 와서도 역정을 내는 최노인. 마을 어른들, 나란히 서서 봉두부의 영정앞에 절을 올린다.그리곤 상주인 봉두와도 예를 갖추는 마을 사람들. 문득, 한켠에 뻘쭘히 서 있는 아이들을 보곤 오라고 손짓하는 봉두.
봉두
이리 와라. 너희들도 인사드려야지.
아이들, 어색한 모습으로 영정사진 앞에 나란히 선다. 상주자리에서 , 아이들 옆으로 다가와 나란히 서는 봉두.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 사진 앞에서 아이들을 소개한다.
봉두
아부지...아부지가 그렇게나 보고싶어 하셨잖아요...이 녀석들이 ..바로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이에요...얼마나 말들을 안 듣는지...꼭 어릴적 저를 보고 있는 것 같다니깐요. 아부지...이 녀석들이..나 위로 한답시고 이렇게 찾아왔네요...아부지 , 절 받으세요..(아이들에게) 얘들아 인사드리자.
봉두와 나란히 서서 봉두부의 영정사진에 절을 올리는 아이들. 아이들이 일어난 후에도...봉두는 내내 엎드린 자세 그대로 ..못내 흐느껴 운다. 봉두의 그런 모습에...따라 우는 아이들....마을 사람들....화면 서서히 어두워진다.
# 112 학교.
화면 밝아지면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학교의 모습. 다닐 수 있게 운동장 가운데만 길을 내 논 모습이다. 그 위로 들리는 이장의 소리.
소리
(이장의) 그럼 제 54회를 마지막으로 폐교되는 산내분교 졸업식 및 수료식을 시작하겠습니다.
# 113 교실
아이들과 온 동네 사람들이 모인 교실과 복도. 인근 본교의 교장과 최선생도 보인다. 가운데 난로에선 물주전자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이장
먼저 산내분교 분교장이신 김봉두 선생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박수가 이어지고 단상에 서는 봉두.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을 한번 바라보는 봉두.
봉두
(바라보다) 제가 선생이 된지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짧은 시간이었지만....이 산내분교에 와서 보낸 시간이 저에겐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지루해 했던 적도 있었지만요..
그 말에 모두 웃는 사람들과 아이들.
봉두
누구 말처럼 안녕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잠시 헤어져 있는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애순부
(불쑥 장난스레) 선생님 진짜루 히딩크 좋아하는가 보네요. 이젠 안 속는다니깐요.
다시 웃음바다가 되는 교실. 봉두, 겸연쩍게 웃으며
봉두
누구 말을 인용하든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암튼...그 동안 정말 감사드립니다. 특히, (아이들을 보며) 여기 있는 이 다섯명의 아이들은 평생 못잊을겁니다.
아이들을 한동안 바라보다 갑자기 목이 메이며...
봉두
제가 이 애들을 가르친 게 아니라 오히려 이 애들이 저를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에게) 너희들한테 이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 어른이 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순수하고 해맑은 마음을 간직하길 바라고 비록 이 학교는 없어지지만 어딜 가든 여러분 모두의 마음속엔 항상 이 조그마한 산내분교로 등교하길 바란다. 이상.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아이들.
이장
그럼 다음 순서로 후배들이 졸업생에게 전하는 송사가 있겠습니다.
졸업생인 남옥에게 소석이 쪽지를 들고 나와 낭독한다(추후추가) 이어서 남옥의 답사가 이어지고(추후추가) 졸업장과 그 외 상장들이 수여되고 마지막으로 졸업가가 이어진다. 최선생의 풍금 연주에 따라 울려 퍼지는 졸업가.
아이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아이들의 졸업가가 울려 퍼지자 엄숙해지는 교실의 분위기. 봉두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어서 남옥의 답가가 이어진다.
남옥
잘있거라 후배들아~~ 정든 교실아~~........
울먹이며 노래를 부르는 남옥의 답가에 한층 숙연해지는 교실. 나머지 아이들도 남옥을 따라 울기 시작한다. 바라보던 봉두, 애써 눈물을 참으며 밖으로 나온다.
# 114 운동장
홀로 나와 눈덮인 학교를 바라보는 봉두. 잠시 후 뒤따라 나온 최노인이 봉두에게 다가온다. 최노인,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서 봉두에게 전한다.
봉두
이게 뭐에요?
최노인
김 선생한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걷은 거야.
봉두
(거절하며) 이러지 않으셔두 돼요 어르신...
최노인
(꾸겨 넣으며) 괜찮아... 이건 받아도 돼.
봉두
됐대두요.
최노인
이 사람이 정말...그렇게 몰라?
봉두
.....
최노인
학교도 없어지는 판에 누가 잘 봐 달라고 주는 건지 알아? 딴데서 받는 그런 거 하곤 틀리니까 어여 받어.
강제로 봉두에게 봉투를 전하고 다시 들어가다 뒤돌아 서는 최노인.
최노인
김선생?
봉두
......?
최노인
고마워...나 이제 손주놈들한테 편지도 써. 자넨 멋있는 선생이야.
하며 교실로 들어가는 최노인. 빙긋이 웃는 봉두, 순수한 마음이 깃든 진정한 촌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런 봉두의 행복한 얼굴에 울려 퍼지는 졸업가가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바뀌며 카메라 서서히 떠오르며 그림 같은 학교의 모습이 한동안 보여진다.
# 115 에필로그 (서울학교)
활기에 찬 서울 초등학교의 모습. 빈 교실에 학부모와 앉아 있는 봉두. 가방에서 촌지를 꺼내 봉두에게 내민다.
학부모
선생님 ..우리 아이 잘 좀 부탁드려요.
빙긋이 웃으며 봉투를 바라보는 봉두의 손이 촌지로 향한다.
끝.
약속
Cast
공상두 박신양
채희주 전도연
엄기탁 정진영
오기량 조선묵
영해 서혜린
이세연 김세영
채필수 유순철
남정택 김명국
중우신 박지일
명보 박상욱
상차 조경훈
최풍세 임일찬
엄기탁 처 박신영
최풍세 처 오승언
김여진 이경선
고상균 최영래
나기철 황재식
김간호사 박희진
이간호사 문경희
사진기사 한성식
내과과장 이일수
약속
신 1 서울의 야경 ( N )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잡는 카메라.
밤이 깊어 차량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카메라 그 차량들 중에 한 대의 차량으로 접근한다.
빨간 경색 등을 요란하게 돌리며 달리는 앰브런스
케메 도로로 접근근하면 프레인 인 되는 앤블런스
케메라 계속 그 차를 따라 간다.
앤블런스 내부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상두.
병원에 도착하는 앰블런스
앰블런스에서 구급 대원이 내리고
상두를 침대로 옮기는 구급 대원들
응급실로 공상두를 급히 옮기는 대원들
신 2 응급실 복도 ( N )
침대에 실려 가는 상두
긴급한 상황이다.
응급실로 들어가는 상두.
의사가 문을 쾅 닫아 버린다.
신 3 아파트 전경 ( M )
희주 아파트의 전경이 보인다.
신 4 희주 아파트 현관, 주차장 - 실외 ( M )
희주가 계단을 내려오면 카메라 틸 다운하며 희주를 잡는다.
이세연의 차가 아파트 입구에 시동을 켠 채 주차해 있다.
이세연, 시계를 본다.
그때 채희주가 나오면서 차 있는 쪽으로 달려온다. 채희주, 차에 오른다.
채희주 - (헉헉거리며) 이선배, 안녕, 늦었어?
이세연 - 오분.
채희주 - 또?
차가 출발한다.
이세연 - 면허 시험은?
채희주 - 말도 마. 안전벨트도 안 매고 출발한거 있지? 오르막길에서 얼마나 밀리는지 하마
트면 뒷차를 박을 뻔 했다는거 아냐.
신 5 병원 전경
희주가 근무하는 병원 전경.
신 6 채필수 병실 ( D )
환자복 차림의 채필수가 신문을 보고 있다.
필수 중풍을 오래 앓아선지 꼬장꼬장한 성격에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복도에서 쿵쾅 쿵쾅 소리가 들리자 점점 크게 들리자 보던 신문을 확 구겨 버리는 필수...
헐레벌떡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희주. 그와 동시에 필수
채필수 - 야! 채희주!
채희주 - 어떻게 전줄 아셨어요?
채필수 - 이 시간에 쿵쾅 쿵쾅 거리면서 뛰어 다니는 얘가 누가 있어? 그러려면 운동화 신
고 다녀?
채희주 조그만 가방을 침대에 내려 놓는다.
채희주 - 잔소리 그만하시고 속옷이나 갈아입자. (필수를 부착해 일으켜 세우는 희주)
채필주 - (희주를 뿌리치며) 더 입어도 돼!
채희주 - 냄새난단 말야! 간호사들이 냄새난다고 주사 놓기도 힘들대. 빨리 벗어 빨아오게
채필주 - 됐다는데 왜 이렇게 귀찮게 굴어!
싫다는 필수를 억지로 일으켜 옷을 갈아 입히는 희주, 옷을 갈아 입히면서
채희주 - 그리고 간호사들 한데 나긋나긋이 좀 대해 지들끼리 수근 수군 대잖아. 아빠가 자
꾸 그러면 내가 힘들어
신 7 3층 간호사 대기실 ( D )
채희주 엑스레이 판을 보고 있다. 간호사들 궁금한 듯 주변에 서 있다.
채희주 - (챠트를 보며 혼잣말로) 일곱 군데나 찔리고 어떻게 살았지?
김간호사 - (혈압체크를 하러 나가다 말고) 가죽 보호대를 입고 있었데요.
채희주 - 가죽 보호대?...
이간호사 - 그걸 입어서 칼이 잘 안 들어간 거래요.
김간호사 - (희주와 김간호사를 보면서) 깡패 두목이래요. 무서워 죽겠어요. 상두파라고 들
어 왔어요?
채희주 - (채희주 챠트의 환자 이름을 본다) 공.. 상.. 두.... 이름도 촌스럽기는... 염증 치료
만 신경 쓰면 되겠네... 별거 아니에요. 걱정 말아요. 매달릴데라곤 병원밖에 없는데 어딜 함
부로 굴겠어요 (김간호사를 보며) 김간호사님 회진 가시죠.
복도로 나가는 채희주와 김간호사.
신 8 331호 안 ( D )
공상두가 입원해 있는 방이다.
공상두 상처는 심하나 중상은 아니다.
한쪽 눈만 남겨 놓고 머리와 얼굴 붕대로 감겨있다.
링겔을 팔에 꽂고 가슴은 붕대로 감겨 있다.
핏자국이 군데군데 있다.
통증은 느끼고 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는 상두.
오기량 전화를 받고 이?.
오기량 - 그래! 경계 늦추지 말고 철저히 감시해
조식의 피해 상황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명보, 상차가 환자 복으로 갈아입는다.
엄기탁 - 교복 입은 놈, 할머니고 간난이고 살아 움직이는 것들은 무조건 주시해! 어떤 놈
이든... 알았지!?
명보, 상차 - 예
오기량 엄기탁 상두에게 온다.
오기량 - 사장님 좀 어떠세요?
공상두 - (고통스러워하며) 소금으로 창자를 지지는 것 같아...
오기량 - 로얄 카지노, 살로메, 효풍, 옴니스 나이트.. 다 아무일 없답니다. 우리 사업장을 노
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조직들도 별 움직임이 없고요.
사장님 개인을 노린 것 같습니다.
공상두 - 남회장 쪽 애들은 어때?
엄기탁 - 잠잠합니다.
어떻게 생긴 놈인지 기억 나시는 거 없습니까?
(공상두 회상 - 인터컷)
라이트를 반짝이며 호텔의 곡선 주차장을 타고 들어오는 상두의 차.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상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쓰레기 봉토를 든 두명의 사내가 나
오고 있다. 쓰레기 봉지 사이로 언 듯 비치는 금속빛. 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상두. 미
처 막을 겨를도 없이 상두의 옆구리를 향해 거침없이 들어오는 서빙의 칼.
공상두E - (고통스러운 듯) 깡마리고 갸름한 놈이 둘이였는데.. 기억이 안나. 이 바닥놈들
같지는 않아.
(공상두 회상 - 인터 컷)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하며 사내의 손목을 잡아 비틀고 또 한 사내의 턱을 후려친다.
한숨을 돌리는 상두.
이때 엘리베이터 문에서 날라오는 고상균의 곤봉이 상두의 두개골을 강타한다. 순간 정신을
잃은 상두, 칼이 배에 꼿힌다. 있는 힘을 다해 칼을 맨손으로 부여잡는 공상두. 언듯 보이는
사내의 손목 문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상균을 쳐다보지만 피가 눈을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정신이 혼미해지며 쓰러지는 상두.
공상두 - 문신 같기도 하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모르겠어.
신 9 311호실 앞 (D)
311호실로 들어가는 희주와 김간호사
신 10 311호실 (D)
채희주, 자기 눈을 의심한다.
311호실에 있어야할 기존 환자들이 없고 이상한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채희주, 챠트를 뒤적인다.
차트에 그들이 기록되었을 리가 없다.
명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엄기탁 만 쳐다본다.
그 동안 엄기탁과 오기량은 공상두가 작은 소리로 뭐라 하는 소리에 귀를 가까이 대고 듣던
중이라 뒤늦게 채희주가 들어온 것을 안다.
채희주 - (명보를 가리키며) 이 사람들은 누구죠?
김간호사 - 어제 같이 입원한 사람들입니다.
채희주, 순간 나이롱 환자임을 알고 어이 없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