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강면에서 하는 주민자치센터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올해도 라인댄스를 선택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즐거운 마음으로 모임에 간다. 올해는 남자도 다섯 분이나 신청했다. 그분들이 뒤에서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니 작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난 워낙에 몸치인지라 춤과는 인연을 끊고 살았다. 대학교 때 무용 성적도 디(D)학점이다. 교수님이 거울 모드(mode)로 하시니 그대로 보고 따라 하면 되는데, 혼자 방향을 거꾸로 하고 몸도 뻣뻣하니 당연한 점수다. 운동회 때 무용 지도도 항상 다른 선생님이 하고 대신 난 다른 궂은일(학년 대표 공개 수업)을 도맡아 놓고 했다. 그런 내가 아주 큰 맘을 먹고 라인댄스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평생 몸치였는데 라인댄스라고 별수 있으랴. 강사님이 지도를 잘하시는데도 감각이 없으니 보고 따라 하기에 급급하다. 자신이 없어 둘째 줄에 서서 앞 사람 동작을 보고 하다가 그가 틀리면 나도 그렇게 된다. 행여나 못 따라갈까 봐 결석 한 번 않고 열심히 다녔다. 그런데 몇 번을 빠지고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난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순서도 잘 외우게 되었고 음악에 맞추어 열심히 춤을 추고 나서 땀에 흠뻑 젖을 때의 그 느낌도 좋았다.
10월의 어느 날, 강사님께서 봉강면의 별밤 콘서트에 라인댄스 팀이 공연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 안 하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처음의 인원보다 반이나 줄어 열 명도 되지 않아 빠지겠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 한번 해 보자. 이 기회에 실력을 늘려보는 거야.’라고 생각했으나 역시 어려움이 많았다. 잘하지 못해도 별말 않던 강사님이, 공연을 앞두고는 달라지셨다. 모든 사람의 동작이 정확해야 하니까, 틀린 부분을 지적하셨다. 그전에는 발만 맞으면 되는데, 이젠 손과 발이 다 맞아야 했다. 어려웠다. 틀렸다고 내 이름이 제일 많이 불리던 날은 매우 창피했다. 너무 못하니 옷을 맞추기 전에 빠지겠다고 했다. 강사님은 안 된다면서 색안경 끼고, 머릿수건을 쓰면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아직 한 달 남았으니 열심히 연습하면 된다고 하셨다. 사실,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반은 있었기에 붙잡아준 강사님이 고마운 마음도 있었다. 팀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그때부터 맹연습을 했다. 매일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했다. 순서만 외울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동작이 더 예쁠지도 생각하며 춤을 췄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도 부끄러워 딸들에게만 공연 소식을 전했다. 부산에 있는 큰딸, 경기도에 있는 작은딸 둘 다 왔다. "봉강면 파워댄스 파이팅!"이라는 현수막도 만들어서.
오렌지색 운동복에 머릿수건과 색안경. 평소 같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옷차림이 밤무대의 아줌마들 공연복으로는 잘 어울린다. 춤추기 위해서는 난생처음 올라가는 무대라서 조금 떨리기도 했다. 앞쪽에 자리 잡은 두 딸이 현수막을 열심히 흔들면서 응원했다. 그들에게 손 흔드는 여유도 보이면서 그동안 연습했던 대로 무사히 마쳤다.
집에 와서 공연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았다. ‘동작도 크게 하며 틀리지 않고 아주 잘하더라’는 딸들의 칭찬이 빈말은 아닌 것 같아 뿌듯했다. "엄마가 무대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라는 큰딸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춤을 잘 추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며, 중간에 그만두려고 했던 것까지 알기에 그날 나의 모습이 그렇게 생각되었나 보다. 딸이 느낀 것처럼, 사실 나도 자신이 대견했다. 다른 사람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이기 싫어하며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체 도전을 안 하려는 성격인데, 생전 처음으로 춤을 배우며 무대에 올라가 공연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라인댄스를 배우면서 변화를 점검할 기회들도 몇 번 있었다. 음악이 나오면 저절로 몸을 흔든다든지, 학생들에게 무용을 가르칠 때도 좀 더 적극적으로 지도하려고 애쓰던 내 모습을. 게다가 얼마 전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김민식 피디(PD)가 ‘춤이 외로움을 이기며 치매를 막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말을 듣고 라인댄스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그 후로 난 만나는 사람들에게 라인댄스를 해보라고들 한다. 안 쓰던 근육을 쓰게 해주어 유연성을 길러주고 순서를 외우는 인지 활동과 육체 활동을 동시에 하니 치매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면서 선전했다. 등록만 하면 내가 라인 댄스화도 사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친구와 언니가 등록해서 열심히 다닌다고 연락이 왔다. 또 올해 칠순인 시누이도 등록했다길래 얼른 댄스화를 주문해서 보냈다. 이렇게 나는 라인댄스 전도사가 되어가고 있다. 일 년 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