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네 어머니는 떡을 우물우물 먹으며 살풍경한 부엌을 둘러보고, 설탕을 입에 묻히고 있는 나나와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끝까지 떡을 뱉지 않고 삼킨뒤, 이 떡의 맛이 좋으니 자기네 밥이랑 바꿔먹자며 나나와 나를 벽 건너편으로 데려갔다. (p.40) - 좋은 어른은 행동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덕을 베푸는 사람이다. 나기네 어머니는 좋은 어른의 표본이다.
아침의 십분이란 오후의 십분과는 흐름도 의미도 완전하게 달랐던 것이다. (p.42) - 나말고 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니! 너무 놀랍고 행복하다.
세계엔 이런 일뿐, 하고 순식간에 애자의 말에 휩쓸렸다. 아무래도 좋을 일과 아무래도 좋을 것. 이런 일뿐인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애초부터 세계엔 그런 것뿐이라고 여기는 것이 좋다. 매일 무엇을 생각하느냐고 묻다니, 그야 좋은 것을. 좋은 것을 (p.60) - 부모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부모의 감정과 가치관은 어린시절부터 자녀에게 언어적이던 비언어적이던 영향을 매일, 매 순간 준다. 커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함께 있다보면 닮게 된다. 그런 면에서 부정적인 부모나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부모는 아이에게 영향을 시시각각 준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사회에서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도록 사회가 안전망이 되어주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주 예전에 밤에 어린 아이가 10분 내내 비명을 지르다가 찰싹 소리가 몇번씩이나 들리고 나서 조용해져서 경찰에 신고를 한 적이 있다. 부모는 아무일 없다고 했지만 아이는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아이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나와 소라도 데리고 나오고 싶었다.
애자는 그날 이후로 그다지 죽으려는 기색은 없었습니다. 이미 죽었으므로 더는 죽으려 하지 않고 다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온갖 활동을 시시때때로 정지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소라를 망가뜨리고 나나를 망가뜨리고. 나나는 그런 것을 더는 두고 보고 싶지 않습니다. (p.99) - 커버린 자식이 부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때를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어쩌면 소라는 엄마를 보지 않는 방식으로, 나나는 엄마를 멀리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사랑에 관해서라면 그 정도의 감정이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윽고 괜찮아지는 정도. 헤어지더라도 배신을 당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불시에 사라지더라도 이윽고 괜찮아, 라고 할 수 있는 정도. 그 정도가 좋습니다. (p.104) - 충분한 애착을 받지 못하고 자랐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회피형 애착을 보이는 나나에게서 공감을 느꼈다면 나도 회피형인 걸까. 예전의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랑은 최선을 다하는 게 후회없다는 마음을 가진 건 이십대 후반의 일이다.
무섭지 않아? 소라가 묻습니다. 아이를 낳고 부모로서 영향을 주고 그 아이가 뭔가로 자라가는 것을 평생 지켜봐야 한다는거… 계속 걱정해야 하는 뭔가를 만들어버린다는 거… 무섭지 않아? 하고 말입니다. (p.122) - 나도 소라처럼 질문하곤 했다. 그리고 아직도 무서울 것 같다. 영향을 준다는 것의 무거움을 아는 사람들의 대화라서 숨죽이며 읽었다.
열어야지, 배를. 연다고요 ? (p.144) - 책에서는 금붕어를 괴롭히는 나나가 나기에게 뺨을 맞는 장면이 나온다. 금붕어의 아픔을 느낄 수 없게 되지 말라고. 왠지 금붕어를 괴롭히는 나나를 만난 느낌이라 없는 지느러미가 아픈 느낌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요 ? 라고 묻는 모세씨에게 당연하지 않아요. 라고 답했습니다. 나는 모세씨하고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p.149) - 이 부분은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이렇게 똑부러지게 말할 여자는 모세씨하고 만나지 않을 것이며, 모세씨도 똑부러지는 여자를 싫어할 것이다. 회피형이라면 말도 안하고 모세씨를 피할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는 장면은 시원했다.
나를 왜 태어나게 했어. 라고 아기가 말하면 어쩌지? (p.183) - 나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전세계적 비교가 시시각각으로 가능한 이 세상에서 아기가 받을 비교와 스트레스를 물려준다는게 못할짓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사는 것 같은 청춘을 다시 느낀다는데, 그걸 느끼자고 아이에게 어른이 된 후의 고통을 주는 건 너무 이기적이잖아.
건강한 게 뭔지 제대로 생각해. 소라가 말했다 (p.200) - 소라는 나나처럼 똑부러지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생각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나나는 소라가 연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소라는 성장한다. 나나에게 제대로 생각하라고 말해준다. 소라는 나나를 처음에 이해하지 못하지만 지지해주고 결국 나나를 모세씨로부터 지켜준다. 소라는 나나와 계속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