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朱子)와 왕양명(王陽明)의 공부론(工夫論) 비교를 통해 공부론의 측면에서 주자와 왕양명이 주장하는 마음과 인성의 의미를 해석한 연구이다. 주자와 왕양명은 모두 인성은 본래 지극히 선(善)한 천리(天理)이지만, 현실의 인욕(人欲)에 의해 그 선한 인성을 드러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송명 유학자들의 공통된 인식인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은 제거한다(存天理去人欲)’는 사유를 공부의 핵심명제로 삼고,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제거함으로써 인심(人心)으로부터 성인의 마음, 즉 도심(道心)에 도달하는 공부론을 제시하였다. 주자는 몸소 체험해 온 도덕적 지식과 그 실천을 병행하는 공부를 바탕으로 거경(居敬)과 궁리(窮理)라는 공부론을 확립하였고, 왕양명은 도덕적 지식은 곧 실천을 수반한다는 도덕적 본체, 즉 천리에 대한 체득을 바탕으로 치양지(致良知)의 공부론을 주장하였다. 주자의 거경궁리(居敬窮理)는 불완전한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천리를 자각하여 마음의 도덕실천 역량을 발휘하는 공부로써, 주자는 바로 이 공부를 통하여 선한 본성은 마음이 아닌 이치, 즉, 성즉리(性卽理)라는 심성론(心性論)과 청명한 마음을 제한하는 기질의 인욕을 도덕적 본체와 구분한 이기론(理氣論)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왕양명의 치양지는 도덕실천능력을 갖춘 도덕직관이자 천리 그 자체인 양지를 기르고 확충해 나가는 공부로써, 왕양명은 자신의 공부를 통하여 마음은 천리, 즉 이치라는 심즉리(心卽理)의 심성론과 양지본체론을 주장한다. 특히 필자는 본 논문에서 주자와 왕양명 공부론은 『대학(大學)』의 격물치지(格物致知)를 기반으로 형성되었으며, 따라서 왕양명의 공부론이 비록 주자의 공부론과 외형적으로 상이한 방향이지만, 본질적 측면에서 도덕적 인격, 혹은 인성을 완성하려는 목적과 그 취지는 서로 일치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왕양명의 치양지공부는 왕양명 활동 당시 인식적인 앎을 위주로 하는 격물치지 혹은 궁리공부가 본질적인 천리의 역량강화를 중시하는 함양성찰의 거경공부 보다 선행되었던 상황에서 본질적인 본체공부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를 갖으며, 아울러 단일한 방향으로 간결해진 공부형태를 보인다. 따라서 왕양명의 치양지는 주자의 공부론 보다 좀 더 간결하고, 도덕주체로서의 마음을 더욱 부각시킨 공부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하지만, 왕양명의 치양지공부는 객관적으로 천리를 인식할 수 있느냐의 측면에서 볼 때, 오직 내 자신의 주관적인 마음에 의지하여 직관적으로 천리를 체인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이 부분은 주자 후학들이 왕양명 공부론을 불교의 선학(禪學)이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