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약자·임신부·유모차…승강기는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군 예산·안전 문제 등 고려할 사항 많아 쉽지 않다
승강기의 부재는 휠체어 장애인 뿐 아니라 노약자 등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주민 모두에게 큰 불편이 되고 있다. 면행정복지센터 2층에서 개최하는 행사에 참석하거나, 주민사랑방을 찾을 때면 1층에 보장구나 지팡이 등을 놓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야 해서다. 때문에 장애인 접근성을 넘어 ‘주민 접근성’을 포괄적으로 높이기 위해 승강기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남면 도덕2리 송윤섭 이장은 “어머니학교가 안남면사무소 2층에 있는데 학생들 소원이 1층에서 공부하는 거다. 순환버스 타고 즐거운 마음으로 면사무소까지 왔다가도 계단을 마주하는 순간 학교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 든다고 말씀하신다”며 “교실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난간을 부여잡고 겨우겨우 올라오신다. 어머니학교가 내년 봄 복지관으로 이전한다지만 앞으로도 면사무소 2층에서 행사가 열리면 불편을 겪거나 참석을 포기할 분들이 많다. 1년에 딱 한 번 2층 간다 해도 그 한 번 갈 수 있는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 공공기관 청사라면 누구나 어떤 시설이든 출입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승강기 설치가 이를 실현할 방안”이라고 말했다.
장애계도 승강기 설치는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닌, 모든 주민의 접근성을 높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장애여부, 성별, 신체, 나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를 말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은 “승강기는 장애인만을 위한 설비가 아니다. 노약자, 임신부, 영유아 등은 물론 짐이 많은 사람까지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설”이라며 “공무원 중에 (승강기가 없어서) 당장 불편을 겪는 사람이 없으니 ‘필요하면 내려간다’식의 답변이 나오는 건데, 유니버설 디자인 측면에서 인프라 투자를 한다 생각하고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옥천은 이미 고령인구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안다. 앞으로 승강기를 필요로 하는 주민은 더더욱 많아질 것이다. 행정기관 접근성이 제대로 갖춰져야 향후 지자체 사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 노후 읍면사무소에 승강기 설치한 경북 군위군과 대구 달성군
한편 타 지자체에 노후한 읍면행정복지센터에 승강기 설치사업을 펼친 사례가 있다. 경북 군위군과 대구광역시 달성군이다.
군위군은 2015년 총 5억원의 예산을 들여 6개 읍면행정복지센터에 승강기를 설치했다. 장애인 접근성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 많은 고령화 농촌사회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도 군민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는 게 군위군의 설명이다.
달성군도 2019년 14억5천여만원 예산을 투입해 9곳 읍면행정복지센터 중 승강기가 없는 노후 건물 6곳에 승강기 설치사업을 진행했다.
달성군 회계과 청사관리팀 신민재 담당자는 “읍면행정복지센터 2,3층 회의실에서 주민 행사 및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사무실이 2층에 있는 경우도 있다. 주민 누구나 해당 공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건물이 노후해 설치하기 어렵다고 현상유지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승강기를 설치하니 휠체어 장애인은 물론 노약자나 임신부, 유모차를 끌고 오신 분들까지 모두 만족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신 담당자는 “중요한 건 지자체의 의지”라며 “달성군은 보강공사를 병행하거나 외부 승강기를 도입해 80~90년대 지어진 건물들에 승강기를 설치했다. 공공청사인 만큼 읍면행정복지센터를 현행 배리어 프리 기준에 맞춰나갈 의무가 있다. 공공기관 승강기 설치는 지자체 예산이 부족하다면 관련 국비나 도비사업을 따 와서라도 적극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옥천군은 주민 불편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효율성, 청사 노후화 문제 등 승강기 설치 전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아 즉각적인 대응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군 재무과 재산관리팀 강성구 담당자는 “(청사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고, 주민들이 겪고 계신 불편도 이해한다”면서도 “면행정복지센터 건물들이 워낙 오래돼 승강기 설치 관련 공간 및 안전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쉽지 않은 문제”라고 답했다.
재산관리팀 한승훈 팀장도 “주민 불편을 해결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건물 내구년도나 주민들의 면행정복지센터 2층 사용빈도 등을 고려했을 때 면청사 신축 전 노후 건물에 승강기를 도입하는 게 효율적 예산 집행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면에서 승강기 설치 요청을 군에 올리거나, 주민 민원이 다수 들어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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