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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의 수필극
『튕』
979-11-7155-094-4 / 135*210 / 447쪽 / 2024-11-20 / 23,000원
■ 책 소개
이경은의 수필극 『튕』은 경이롭다.
33편이나 되는 수필을 극본으로 재탄생시킨 저력이 놀랍고, 극본의 완성도 또한 놀랍다. KBS 라디오 드라마 극본작가와 클래식 음악 공연 각색 작가로 각각 10년 동안 다져온 실력과 안목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이경은만의 상상력을 가미함으로써 그의 수필극은 단순한 번안이나 각색을 넘어선다. 원작의 내용을 반복, 재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신비한 연금술로 빚어진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음을 알리고 있다.
33편의 원작 수필은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32명 수필가의 작품과 고(故) 목성균의 작품으로, 유년 시절과 어머니, 가족, 살아가면서 겪은 일들과 소회, 삶의 희로애락,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 등을 진솔하게 담아낸 글들이다.
그리하여 『튕』은 묵직하다.
그 묵직한 무게로 땅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튕겨 오른다. 수필가들의 고유한 경험과 사유가 생동감 넘치는 현장성으로 옷을 갈아입은 극본으로 튀어 오른다. 같은 내용이 새로운 언어와 형식으로 담겼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면서. (written by 한혜경)
■ 저자 소개
이경은
- 수필가, 방송작가, 클래식음악 극작가
- SBS 창사특집 극본 공모 ‘엄마와 어머니’로 당선(1996)
- 《계간수필》에 「이방인」으로 등단(1998)
- KBS 라디오 드라마 <KBS무대> 극본 10년간 집필
- 클래식음악 공연 각색 작가로 10년간 활동
- 저서 『내 안의 길』 『그대, 바람에 스치다』(출판콘텐츠우수도서 선정) 『가만히 기린을 바라보았다』 『카프카와 함께 빵을 먹는 오후』 『주름』(2024 아르코 선정작) 외 5권
- 숙명문학상, 한국산문상, 한국문협 백년상 수상
- 현재 수필문우회 부회장, 과천문협 고문, 과천문화원 이사
■ 목차
작가의 말_수필극, 튕겨 오르다
1 그 사람이 참 좋아하는 꽃이지
목도리_목성균 / 어머니의 팬터마임_김애자 / 낮술_이명지 / 들찔레꽃_유혜자 / 군불_엄정식 / 나는 길치 버스 기사입니다_한혜경 / 마자 마자 마쟀더니_김귀선 / 사는 게 사는 거다_정진희 / 뜨개질하는 오후_서미숙
2 바람의 도시에서 왔나 봐
바람의 기억_이방주 / 해 질 녘_정태헌 / 바다의 신호_노상비 / 서방을 멀리하고_안윤자 / 사랑의 레시피가 피어난 곳_박미경 / 술 익는 집_이용옥 / 엄마의 호출_원준연 /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진 곳_이영옥
3 홀수와 짝수의 맛은 어때
꽃 같은 남자, 나무 같은 여자_장금식 /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_김경혜 / 허상의 대금 소리_최원현 / 푸른 자전거_최민자 / 어느 고해소에서_박금아 / 휘경동 도깨비시장_전경옥 / 건망증 백화점_이영희 / 종소리_류외순
4 근질근질 돋아나는 그것 말이야
나는 임대인이다_박민재 / 칼을 가는 여자_오송례 / 광부와 라면_김철희 / 귀여운 욕망_윤영남 / ‘뱅골’의 동화_김현순 / 노란 별을 줍다_전용희 / 가시_장호병 / 아래층 계단의 말_이경은
■ 출판사 서평
‘극’이란 줄거리를 지닌 이야기를 무대에서 공연하기 위한 글이므로, 등장인물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서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기 어렵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는 특성이 있다. 이경은의 수필극은 극적 효과를 위한 플롯에 기반하여 장면을 배열하고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는다. 아울러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원작자의 메시지를 강조하기도 하고, 원작의 순서를 바꿔 중요한 장면을 전면 배치하기도 하고, 수필에 서술된 작가의 생각을 내레이션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목성균의 「목도리」를 예로 들어보자. 원작은 1960년대 말 횡계의 겨울을 배경으로 따뜻한 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글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흰 깃발의 행렬’같이 눈이 내리고 적설량만큼이나 ‘무겁고 적막한 침묵’,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설원, 황태덕장에서 일하는 동네사람들을 후경으로 하여, 온종일 목도리를 떠서 주는 아내와 고마워하는 동네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연민으로 바라본 작가의 시선과 달리 그들 얼굴에 피어난 삶의 기쁨, 빨갛게 언 손과 “권태에 하얗게 지쳐”있는 하얀 아내 손을 대비하면서 사유의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
극본은 아내의 하얀 손을 걱정하며 명태를 주는 아낙네들의 장면으로 시작함으로써, 이 장면이 이 수필에서 가장 중요함을 암시한다. 원작에서 다섯 줄 정도로 묘사된 부분을 동네 아지매 세 명과 아내의 대화로 확장해 보여주는데, 아내의 하얀 손을 걱정하는 데 더해서 도시 사람을 이해하는 아지매의 너그러움을 대사로 표현하고 있다.
원작에서 서술된 겨울 풍경과 황태덕장에서 일하는 모습, 아내에게 명태를 건네는 장면, 목도리를 받고 고마워하는 장면 등은 여러 인물들의 대화로 구성한 데 비해, 작가의 사유는 내레이션으로 처리함으로써 독자는 보다 쉽게 주제를 이해할 수 있다.
적막과 권태를 느끼는 작가와 달리,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하는 동네사람들의 생명력이 사투리와 왁자한 대화로 표현되어 살아있는 인물처럼 다가오며, 눈 내리는 횡계의 설원에 있는 듯한 실감마저 든다. 사건이 주는 강한 인상과 함께 극적 긴장감을 느끼는 동시에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인지하게 되므로, 평면적인 이야기가 입체가 되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맛보게 된다. 이로써 독자는 원작 수필에서 맛보는 감동과 다른 결의 감동을 얻게 된다.
그리하여 <튕>은 이제 튀어 올라, 첩첩이 쌓인 산등성이 위로 솟아오른다. 33편의 글은 33개의 삶과 소망, 꿈을 담은 태양처럼 빛나고 있다.
곧 <튕>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첫 시도로, 수필의 지평을 넓힐 뿐 아니라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글을 읽는 독자에 한하지 않고, 극본을 읽고 공연을 보는 관객에 이르기까지 독자층이 확대됨으로써, 소통의 가능성이 무한대로 열릴 수 있다. 최근 디지털 기술 발달로 SNS나 유튜브 활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짧은 수필극은 영상에 익숙한 독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으므로 독자층이 한층 다양해질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이제 책 안에 갇혀있던 글은 바야흐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고 있다. (written by 한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