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님이 운전해 주셨습니다. 잘 곳을 찾아 주셨습니다. 그 순간에도 이런 곳에 간다, 괜찮으냐 물어보십니다.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몇몇 먹구름만 껴 있습니다.
전날 고모님이 추천해 주셨던 내장산으로 갑니다.
그간 비가 내려 개울에 물이 불어났습니다. 세 명 다 각자 폰을 들어 찍습니다.
국장님이 김희호 씨에게 손으로 화면을 가리지 않고, 잘 찍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김희호 씨가 집중해서 한 장 한 장 찍습니다. 결과물을 보니 꽤 괜찮습니다.
“비가 계속 와서 오늘 처음 열었어요.” 케이블카도 운영합니다.
“비 오는 날에는 안개 껴서 잘 안 보이는데 오늘은 잘 보이네.” 경치가 참 좋습니다.
흙길, 숲길이 나옵니다. 울퉁불퉁 돌길, 계단도 나옵니다. 평지, 내리막길, 오르막길이 보입니다.
애써, 매 순간 김희호 씨 손 붙잡고 함께 걷지 않습니다. 넘어질까 앞서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각자, 편히 걷습니다.
“희호 씨, 손잡고 싶으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
“희호 씨, 여기는 혼자 갈 수 있죠?”
“응.”
묻습니다. 서로 지탱해 주며 걸어야 할 비탈진 길이 나옵니다. 이때 손 마주 잡고 조심히 걸어갑니다.
“희호 씨, 숲은 천천히, 조심히 가도 돼요. 빨리 안 가도 괜찮아요.”
땅만 보고 조심히 걸으면 아쉬울 것 같습니다.
“희호 씨, 잠시 멈춰 서서 경치도 한 번 봐요. 숲은 멀리도 봐야 한댔어요.”
푸르른 풀내음 한 번 들이쉬고, 울창한 숲 경치 한 번 바라봅니다.
전망대로 올라왔습니다. 각자, 같이 남기고 싶은 인증사진 잔뜩 찍고, 내장산을 내려다봅니다.
케이블카는 20분에 한 대씩 운영한다고 합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전망대 밑,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여유를 즐깁니다.
매점 사장님이 김희호 씨에게 물어봅니다.
“언니야 (박제된 거북이를 가리키며) 이거 만져봤어?”, “언니는 몇 살이여?”
“김희호.”
“나이는? 우리 거북이 할아버지랑 몇 살 차이 나는지 보려고.”
“호랑이띠.”
이리저리 계산하시더니 “26살인가보다.” 맞혔습니다.
“내가 언니야.”
김희호 씨는 언니라 불린 게 마냥 좋으신가 봅니다.
돌아가는 길에도 천천히, 풀내음 들이쉬고, 매미소리 들으며 걸어 올라갑니다.
맘에 드는 돌을 골라 쌓여있는 돌들 위에 얹어도 봅니다.
“우와, 두꺼비다.” 길을 걷다 두꺼비도 봅니다.
내장산 우화정을 감상합니다. 전날까지 비가 내려 연못 안쪽까지는 못 들어갔습니다. 연못 위에 떠있는 멋들어지고, 신비한 물안개를 발견합니다. 오랫동안 바라보다 이만 자리를 뜹니다.
케이블카 사장님께 점심 메뉴 묻고, 추천받았습니다. 덕분에 맛난 산채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어른과 자가용이 있다는 이유로 편했습니다. 김희호 씨, 우리는 아직 어린 게 맞나 봅니다.
무엇보다 묻고 기다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만 함께하니 무척 평화로웠습니다. 불안할 것도, 조급할 것도 없습니다.
잠시 멈추어 서 있으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참 많습니다.
고개를 든다, 한 곳을 응시한다, 잠잠히 귀 기울인다. 나는 무엇을 담았나.
2024년 7월 11일 목요일, 이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