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을 위한 기도
최명애
많은 사람들이 법당을 가득 메웠다. 을사년 새해를 맞아 많은 법우님이 동참하신 가운데 주지 스님의 정성 어린 집전으로 정초 산림 기도입재와 통알 법회가 이루어졌다.
정초 산림 기도는 일내 내내 가정이 평안하도록 지극정성 올리는 기도이다. 스님은 한분 한분 소원 성취를 위해 정성을 담아 긴 시간 축원하신다. 법우님들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 올린다. 절을 쉼 없이 하는 보살님, 경전을 외우는 이, 염주를 돌리며 기도하는 노보살님 모두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한다. 통알법회는 정초 산림 기도 후 부처님께 삼배로써 새해 인사를 올리는 것이다. 일체불보, 일체법보, 일체승보의 삼보 전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삼배의 예를 올리고, 법우님들과 마주 보며 세배를 한 후 스님께 세배를 올린다. 기도를 마친 후 스님께서 새해 인사 말씀이 있는 카드 안에 세뱃돈을 넣어 주셨다.
정초 산림 기도는 1년의 보이지 않는 큰 재산이며 중요한 기도이다. 7일, 21일 기도가 있다. 산림은 집안의 살림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정초 산림 기도를 잘하면 내 가정의 살림살이는 물론 내가 다니는 절의 살림살이가 윤택해진다. 하루가 잘되려면 아침에 기도하고 한 달이 잘되려면 초하루에 기도하고 한해가 잘 되려면 정초에 칠일 기도에 동참해야 한다. 일주일 기도를 하기로 마음먹고 사시 예불에 맞추어 나갔다. 시간을 맞추어서 나가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마음을 먹고 해야 할 수 있다. 올 한 해 산림기도 한 공덕으로 모든 일이 다 잘되기를 축원 올렸다.
입춘에는 삼재 소멸 기도를 올린다. 삼재는 3가지 재앙을 말한다. 입춘 절기에 삼재가 들면 3년간 지속된다고 한다. 첫해는 들 삼재, 두 번째 해는 눌 삼재, 마지막 해는 날 삼재라고 한다. 절에서 주는 경문이나 호신부를 몸에 지니라고 한다. 보살님들은 기도를 마치고 경면주사로 쓴 삼재 소멸 다라니를 받으려고 긴 줄을 섰다. 삼재라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평소에 열심히 살고 바르게 노력하면서 복을 짓는 사람에게는 별것 아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힘든 시기를 잘 넘기고, 착한 마음으로 복을 짓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스님의 법문을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 가족은 올해 삼재에 들어가는 띠가 없어 다행이다.
삼재가 아니어도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만난다.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들과 다슬기탕을 먹으러 갔다. 종업원이 뜨거운 다슬기탕 뚝배기를 옆 친구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상위에 놓는 순간 뚝배기가 반으로 갈라졌다. 뜨거운 국물이 나의 허벅지 위에 주르르 쏟아 내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피할 겨를 없이 그대로 국물을 덮어썼다. “악!” 벌떡 일어섰다. 종업원도 놀라고 친구들이 비명을 질렀다. 뜨거운 국물이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좀 조심하지 이게 뭐예요.”라며 화를 냈다. 종업원은 뚝배기 그릇이 오래되면 저절로 갈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며 안절부절못한다. 식당 주인과 함께 죄송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실수를 받아들이니 화난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식당 안은 상처 부위를 확인해 볼 공간이 없었다. 화장실도 가게 밖에 떨어진 곳에 있었다. 종업원이 놀라서 숨을 헐떡이며 화장실로 나를 데리고 갔다. 쏟아진 국물을 닦으며 죄송하다며 목소리까지 떨렸다. 나는 “이만하기 다행이다.”라고 했다. 그녀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겠는가? 일당을 받고 일하러 와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게 되니 얼마나 놀랐을까. 참 다행스럽게도 화상 전문병원이 식당 바로 위에 있었다.
화상 부위가 따끔따끔 화끈거렸다. 의사는 소독 후 화상치료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친구들은 내가 올 때까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놀란 친구들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치료했으니 괜찮다고 말하고 같이 밥을 먹었다. 며칠 뒤 붕대를 풀었다. 물집이 생기지 않아서 치료가 잘 되었다고 했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지만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 일로 인해 사소한 일일지라도 조심하고 미리 대비하는 마음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신은 우리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주신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입춘 기도를 마치고 사경 반 회원들이 쓴 입춘 부를 받았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뜻이다. 농경시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님들은 봄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고 농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했으리라. 사경 반에서는 한 달 전부터 한자 한자 성심성의껏 썼다고 한다. 경면주사로 한 글자씩 쓴 글귀가 마음에 전해져 감사하다. 어머니는 편찮아서 절에는 못 나가지만 정성스러운 입춘 부를 받고 흐뭇해하셨다. 어머니 집 현관에도 붙이고 우리 집에도 붙였다. 작년 한 해는 아주 힘들었다. 올해는 좋은 일이 가득하면 좋겠다. 정초 기도는 무엇을 바라는 목적보다 앞으로 다가올 액운에 대해 미리 막는 보험 같은 기도이다. 이제껏 했던 생각과 행동에 대하여 반성하고, 앞으로 더욱더 발전 있게 하려는 뜻을 굳게 다져본다.
첫댓글 기도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길하고 경사스러운 한해를 기원합니다^^
수행과 선행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일만 있기를 기원드립니다
다행이군요. 평소에 복을 지으면 천지 신명이 도와줍니다. 금년에 좋은 일이 많을 겁니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부처님! 다슬기 탕 집 종업원 도 부처님. 작은 실수로 큰 액 땜을 해 준 것 같습니다.
부처님게 감사 기도를. 새해가 더 다복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