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같은 여인
홍 재 석
전 세계의 60억 인구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어느 날 아무런 사유 없이 그 시간 고 장소에서 우연히 초면으로 만났다. 번잡한 대도시의 초행길을 친절하게도 안내해 주시는 천사 같은 여인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 아닐까.
그 분은 첫인상이 소박하고 인자한 시골 할머니 같은 포근한 감정을 가지게 하였다. 그 사람의 봉사하는 행동은 무덥고 짜증스러운 날씨에 시원한 소나기 같이 청수하고 상쾌함을 느꼈다고나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요즈음 같은 각박하고 바뿐 세상에서, 그것도 대도시 생활을 하는 아낙네가 처음 보는 늘그막 외간 남자에게 가족 같은 사랑의 봉사를 베풀어 주시니 우연한 인연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면 시골 노인에게 측은한 마음이 드렸을까. 우중에서 무려 8시간을 가족이나 이웃사촌같이 함께 길 안내를 자원해서 해주시였다. 아무리 시간이 많다고 할지라도 그 마음과 행동은 천사가 아닐까 싶다.
2010년8월10일은 내가 서울의 노년시대신문사에서 모집하는 기자(記者) 면접시험을 보려고 가는 날이다. 아침 일직이 일어나 몸도 마음도 깨끗이 씻고 나름대로 몸단장과 흰 미색 정장 차림을 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청주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8시에 출발한 버스는 운치가 풍기고 시원함을 더해주는 명성이 높은 강서 가로수 길을 지났다. 서울을 향해 경주라도 하듯 빗물의 물보라를 일어 키면서 고속질주를 한다. 안성쯤에서 일기예보 데로 태풍 “뎬무”의 여파인 듯 세찬 비바람이 가는 길을 더디게 했다.
서울 고속 터미널에서 지하철 9호선을 타고 등촌 역에서 내렸다. 앞서가는 승객을 따라 높고 가파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나의 앞 젊은이에게 등촌3동은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자는 모른다고 말하면서 돌아보지도 아니하고 간다. 바로 이때다. 뒤 따라 오시던 할머니가 이 광경을 보시고 “아저씨 어디까지 가시는 데요” 하시면서 물어 본다. 나는 등촌3동을 간다고 말을 했다. “예 내가 등촌3동에 살고 있읍니다” “가실 곳으로 전화를 해 보세요” 그래서 나는 가는 곳에 전화를 하니 그녀는 전화를 달라고 하면서 나의 행선지 쪽지를 보고 자세한 위치 확인을 하신다. “아저씨 시골에서 오셨지요” 그곳까지 모셔다가 드리겠다고 친절하게 말을 한다. 초면에 이 얼마나 고마운 말인가.
나는 그 여인을 다시 처다 보았다. 흰머리 가락이 더 많으며 화장기가 없고 평상복 차림으로 우산과 지팡이를 함께 들고 있는 인자하고 곱살한 70대 할머니 이였다. 나는 그녀를 따라 6번 출구로 나오면서 안도의 숨을 쉬고 나니 시장기가 든다. 우중에 일직 오너라고 아침을 못 먹고 왔으니 식사나 같이하자고 청했다. 아침이라면 시원한 국물이 있어야 한다면서 노인의 식성을 아는 듯 가까운 ‘복집’ 으로 안내를 한다. 그녀는 식사를 하였다기에 ‘복지리’를 1인분을 주문하여 먹는데 밥상머리 수발을 가족같이 잘 챙겨 주신다.
나는 대접을 받으면서 속마음으로 야! 대단한 여인 같아서 고맙기도 했다. 혹이나 꽃뱀이 아닌가 하고 경계심도 속으로 가졌다. 그러나 그녀의 언행은 육감적으로 본성이 착한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순박한 표정으로 보였다.
그녀의 몸에 베인 친절함을 모르고 잠시나마 색안경으로 본 것이 미안한 생각이 번갯불처럼 마음속에 스쳤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웃음 띤 표정으로 찬찬이 잡수시라고 하면서 맛깔 있는 반찬을 집어서 권한다. 마치 이종사촌 큰오빠 생각이 난다고 한다. 그 오빠를 회상이라도 하는 듯 뭇지도 아니 하였는데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제천으로 시집을 갔단다. 남매를 키우기 위해 서울로 온지가 40년이 넘었고 남편과 사별한지도 10여년의 세월 이란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 그녀의 구수한 과거사 넋두리를 들으니 잠시나마 마음이 차분해 진다. 한편 남편과 자식을 앞세우고 딸마저 외국에서 산다니 외로운 박복한 여인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30여 년간 기독교 신앙심과 그녀가 바라는 것은 전도하는데 있다고 하는 말에 수궁이 간다.
그녀는 나에게도 기독교의 신앙을 권하신다.
식사를 마치고 창문을 내다보니 하늘에 먹구름은 걷히고 빗줄기도 멈추어지면서 남쪽 하늘의 햇빛이 창문에 비친다. 마치 우리의 만남을 축하를 하는지 질투를 하는지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 우중에 일직이 오너라고 굳어진 내 마음도 시원한 ‘복지리’ 국물에 녹아내린 것 같았다. 시장이 반찬인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여인의 수발을 느껴보는 즐겁고 행복한 식사시간 이였다.
식사를 마치고 함께 그녀의 전화기 수리 용무를 끝내고 목적지를 정답게 걸어서 곧바로 신문사를 찾아갔다. 나는 그분을 동행자로 소개하고 기다리게 하고는 면접시험을 두 번째로 잘 마치고 먼저 신문사를 나왔다.
얼마나 고마운지 등이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초면이라 참았다. 손만 꼭 쥐고 정다운 오누이처럼 잠시 걸어가면서 늦은 점심을 먹자고 하니 냉면집으로 안내를 한다. 냉면을 맛있게 먹으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식비를 계산하려고 하였는데 그녀가 먼저 계산을 한다. 나는 내가 대접을 해주어야 할 사람이고 고마움의 생각으로 그 돈을 되받아 주었다. 그분은 자기 돈으로 계산을 하지 안이하면 여기서 해어지고, 계산을 하면 터미널까지 함께 간단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받았다. 서로는 친근함의 눈빛이 오고 갔다. 그녀가 나를 밑은 것은 아마도 신문사에서 나의 기고문을 읽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손가방에 있는 수필 몇 편을 주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30여 분간 늦은 차표를 매입하고 둘이는 정답게 벤치에 앉았다. 따뜻한 손을 꼭 잡고 다정한 인정의 싹을 틔우면서 하나님의 은총으로 사랑을 느끼고 아쉬움의 작별을 했다. 둘이는 다음 만남의 약속을 무언으로 아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아무리 세상인심이 야박하다 해도 아직은 농촌인심 같은 참마음으로 인정의 밝은 빛이 도시에도 남아있는 것을 느끼니 마음이 흐뭇하였다.
처음 만난 사람이지만 남을 위한 도움의 봉사정신은 종교나 기타 모든 사연을 떠나서 순수하게 서로가 받아주는 것이 아름다운 인정이 아닐까.
우리사회에서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베푸는 나눔의 마음을 펼치어 나간다면 보다 아름답고 사랑이 넘치는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도시에서 우연히 하루 동안 길동무로 만난 착하신 그여인의 아름답고 고마운 인정을 오래도록 추억으로 간직하려고 이 글을 남긴다. 마음이 즐거운 하루 이였고 그 여인도 복을 많이 받을것이다.
첫댓글 아무리 세상인심이 야박하다 해도 아직은 농촌인심 같은 참마음으로 인정의 밝은 빛이 도시에도 남아있는 것을 느끼니 마음이 흐뭇하였다. 처음 만난 사람이지만 남을 위한 도움의 봉사정신은 종교나 기타 모든 사연을 떠나서 순수하게 서로가 받아주는 것이 아름다운 인정이 아닐까. 좋은글 감상 잘했습니다. 건강하십시요^^
" 따뜻한 손을 꼭 잡고 다정한 인정의 싹을 틔우면서 하나님의 은총으로 사랑을 느끼고 아쉬움의 작별을 했다. 둘이는 다음 만남의 약속을 무언으로 안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
세상에는 아직도 마음이 고우신 분들이더 많은 세상입니다.
선생님 감동깊게 잘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홍선생님! 여자를 끄는 특이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수 갈차 주시지요..ㅎㅎ
선생님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도시 한 복판에서 흔치않은 분을 만나셨군요. 좋은글에 감사 드립니다. 활기찬 모습 언제까지나 간직하세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느끼는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저는 젊은 날에 서양 사람들이 만나자마자 몸으로 부딪혀 친해지는걸 보고 이해를 못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끼리는 짧은 시간을 함께해도 사랑을 느낄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두분께서는 어쩌면 길거리가 아닌곳에서 만났다면 서로 사랑을 하실수도 있는 사이가 되실 운명인지도 모를걸 그랬나 봅니다.ㅎㅎ 역시 기대 했던대로 아름다운 사연입니다. 그런데 어찌 그렇게 쉽게 손을 잡고 가까워지실까요? 그부분은 정말 신기 합니다선생님? 선생님께선 역시 매력이 있으십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
"도시에서 우연히 하루 동안 길동무로 만난 착하신 황 권사님의 아름답고 고마운 인정을 오래도록 추억으로 간직하려고 이 글을 쓴다." 선생님의 매력이 좋은 만남의 장을 열지않았을까요? 기독교의 신앙을 권하기도 하고...착하신 황 권사님 아이라요? 하하하 감상 잘 하고 갑니다.
참 따뜻한 분을 만나셨네요. 나이와 성별을 떠나 친구로 사귀세요. 선생님.
우연한 기회에 잠시나마 아름다운 인연을 만나셨네요. 역시 선생님은 멋지신가 봅니다. ㅎㅎ -늘 건강하십시요 선생님!
그분은 자기 돈으로 계산을 하지 안이하면 여기서 해어지고, 계산을 하면 터미널까지 함께 간단다. 홍선생님.어찌하다 보니 한발 늦었네요.처음 오셔서 문학 기행 가던날 최선생님 때문에 감자전 막걸리를 푸른솔회원 전부에게 사셨는데...애인인 줄알고 있는 젊은 선생님들이 다른 애인으로 바끼었다며 놀리네요.허참..아믙튼 축하합니다.노인신문기자되심과.즐거운데이트 진심으로 축하..꼭 전도 받으시고 하나님 아들 되시길.애인 명찰은 못 달게 되었네요.호호호...
헉~, 그 짧은 만남으로 손도 잡고...대단하십니다요, ㅎㅎㅎ, 전번은 않따셨나요, 흐흐
역시 남자는 잘생겨야 되나 봅니다, 농이구요, 하나님의 은총으로 사랑이 더욱 성숙하시고 은혜 충만되시길 바라옵니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