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산
가까워서 편하고 은근히 아름다운 입구지계곡
유명산자연휴양림~정상~입구지계곡~휴양림
유명산(861m)은 한여름 산행지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높이가 굉장히 높거나 짱짱한 폭포가 있거나 신기한 바위가 있어 단번에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는 산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등산객이 이곳을 찾는 건 편안함을 갖춘 산이기 때문이다.
유명산은 서울에서 가까워 편하고, 3~4시간 정도의 원점회귀산행이라 편하고, 정상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숲이라 그늘져 편하고, 산행 후 계곡에 발 담글 수 있어서 편하다. 더불어 정상에선 조망이 트이고 입구지계곡의 맑고 잔잔한 소들은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투명한 힘이 있다.
유명산은 70년대에 생긴 근래의 이름이다. 옛 산 이름은 말을 방목했다는 마유산(馬遊山)이다. 지금의 이름은 엠포르산악회에서 유래한다. 1973년 엠포르산악회에서 실시한 국토자오선 종주대가 여수에서 일직선으로 국토자오선을 따라 북상하다가 보름 만에 지금의 유명산에 도착했다. 이때에는 1:50,000 지형도에 산 높이만 표기되어 있을 뿐 산 이름이 없어서 자오선종주대의 홍일점인 진유명(당시 27세) 회원의 이름을 따 유명산이라 부른 데서 비롯됐다.
산행은 유명산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한 원점회귀가 대부분이며 소구니산을 거쳐 서너치고개로 하산할 수도 있다. 원점회귀산행은 대부분의 산객이 능선으로 올라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호한다. 정상까지 땀 빼고 하산할 때 계곡에서 발 담그길 선호하기 때문이다.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입구지계곡이다. 유명산 동쪽에 자리 잡은 입구지계곡은 설악의 계곡 하나를 옮겨놓은 것처럼 경관이 뛰어나다. 경기도에서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수량이 풍부해 사철 마르지 않는다. 이는 계곡이 그만큼 깊기 때문인데, 이 계곡은 단순히 유명산과 어비산 사이의 계곡이 아니라 물길을 끝까지 따라가면 용문산(1,157m) 정상 아래에 이를 정도로 길고 깊은 계곡이다. 잔잔한 바위가 많아 계곡 등산로는 너덜지대에 가깝지만 계곡에는 간간이 너럭바위가 있어 자연 쉼터 역할을 한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350m쯤 도로를 따라 오르면 입구지계곡 입구다. 능선으로 산을 오르려면 도로 따라 50m 위쪽에 능선길 입구가 있다. 정상까지는 2km, 잣나무숲이 우거진 오르막을 1시간20분 정도 오르면 닿는다. 육산이라 위험한 암릉은 없지만 별다른 조망터도 없어 정상까지 꼬박 오르막길에 집중해야 한다. 정상은 그늘이 없는 분지라 여름 산행에서는 정상 직전의 숲 그늘에서 식사를 하는 게 좋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 용문산 능선이 거대한 선을 그리며 서 있다. 꼭대기에 레이더탑이 있는 제일 높은 봉우리가 용문산이고 남쪽으로 가다 마이산처럼 특이하게 솟구친 산이 백운산이다. 남쪽에는 대부산 패러글라이딩장이 있어 주말에는 하늘을 수놓는 이들의 비행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산림청 표지석과 작은 돌탑이 있고 막걸리 장수도 주말엔 상주한다. 나무가 없어 트인 들길인 동쪽 능선을 따라 1.8km 내려서면 입구지계곡에 닿는다. 동쪽 계곡 하산길은 신갈나무가 많은 내리막 흙길이다.
입구지계곡 갈림길에서 도로까지는 3km 거리이며 완만한 길이다. 다만 너덜지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등산로에 잔잔한 바위가 많은 편이다. 마당소, 용소, 박쥐소가 계곡의 명소이지만 깊어 수영을 금하고 있다. 박쥐소는 소 옆에 넓은 바위가 있는데 그 안에 굴이 있어 박쥐가 살았다 하여 유래한다. 용소는 주변 바위가 용처럼 생겼으며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어 그리 이름 붙었다.
이들 소가 아니라도 곳곳에 아이들이 놀기 좋은 작은 소와 터가 많아 땀을 씻고 쉬었다 가기에 입구지계곡은 부족함이 없다. 전반적으로 산길은 뚜렷하고 이정표와 등산안내도가 많아 길 찾기는 쉽다. 오레곤 300GPS로 확인한 산행거리는 7.8km, 3시간30분 걸린다.
교통
서울에서 휴양림까지 바로 가는 직행버스는 없으며, 청평에서 유명산행 버스가 있다. 청평에서 07:00, 08:00, 10:20, 12:10, 14:30, 15:50, 16:20, 19:10, 21:50분에 출발한다. 유명산에서 청평행 버스는 06:40, 07:50(청량리행), 09:30, 11:20, 13:00, 15:30, 17:30, 19:00, 20:00에 출발한다. 요금은 1,400원, 40분 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