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맞습니다. 전 뮤지션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듣보잡’ 당원 김영준으로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하승수, 이유진, 이계삼은 알겠는데 넌 대체 뭐냐?” 하실 분들을 위해 짧게나마 제 소개부터 드릴게요~ 몇 분들의 출마의 변을 읽었는데, 너무 감동적이었고 이런 분들이 정말 국회의원이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너무 진지하시더라고요. 저도 종종 그럴 때가 있긴 하지만, 사실 세상은 진지하기만 해서는 잘 바뀌지 않잖아요? ㅎㅎ
'재미와 의미', 제가 늘 추구하던 것인데, 저의 장점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은 긴 글, 아이유의 신곡 듣듯이 조금은 가볍고 편하게 기대하는 맘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첫 인상이 중요하니까 살짝 깔대기를 대면서 시작할게요. ^^;
저희 증조할아버지는 옛 동학인 천도교 교령이셨습니다. 독립운동으로 옥살이를 하셨는데 그 공로로 할아버지가 훈장을 받으셨고 그래서 저는 자연스레 독립유공자 집안에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을 지켜본 결과 집안 대대로 반골의 기운이 흐르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삶이 그렇듯 저희 집도 늘 가난을 면키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하고 싶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고 살면서 현재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이 이러한 삶을 누리고 살아야 한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고, 어쩌면 그것이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녹색당과의 인연은 올해 초 ‘탈핵시민행동’ 기획팀으로 함께 하면서 맺게 되었습니다. 당원가입도 그때 했었고요. 녹색당의 강령들을 읽어보니 평소 제가 추구하고 있던 가치들이었고, 주저 없이 당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당원 뮤지션들이 중심이 되는 ‘탈핵음반’ 제작을 당에 건의했고, 이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에 입습니다.
저는 조금은 특이한 이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짧게 줄이면 신학대학원 졸업과 교회 노동자(청년부 전도사), 시민사회단체 활동, 싱어송라이터, 기타/작곡 강사 등인데 간단히 종교, 음악, 사회운동 정도로 요약이 되겠네요.
목회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목사가 되는 과정 중에 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관리자의 역할인 목회는 저랑 잘 맞지 않고, 오히려 제 역할은 교회나 교단 내의 개혁보다는 사회변혁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 1절
보통 하늘소년을 소개할 때는 거창하게 정의와 평화가 입맞춤 하는 세상을 꿈꾸는 뮤지션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요. 하지만 이런 추상적인 단어나 표현만으로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중요한건 일상의 언어로 이 가치들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전 그럴 때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작곡, 특히 작사는 늘 어렵습니다. 추상적인 가치를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니까요. 정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홍대, 힘들게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는 현장, 엄마들이 모인 도서관, 학생들이 있는 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거리의 현장을 가장 많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장에 막상 가보면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지극히 평범한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있습니다. 실은 저도 초기에 막연한 편견이 조금 있었지만 그분들과 대화하면서 이것이 정말 ‘편견’임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면 딜레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당사자는 자신의 요구나 좁은 시각에 매몰될 수 있고, 외부자는 당사자의 고통에 둔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히’라는 뮤지션의 <좋아>라는 노래에 “남의 고통 느끼는 상상력이 좋아~”라는 가사처럼, 그 현장의 당사자가 아닌 외부자인 저로서는 그들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 상상하려는 노력으로 외부자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늘 극복해보려 했었습니다. 쉽지는 않더군요. 그럼에도 노동, 탈핵 등의 치열한 현장에서 그들을 위한 정치는 바로 이러한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수자와 함께한다는 녹색당의 가치처럼, 정치판에서도 이들을 위한 정치인들의 노래 소리가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고, 저 역시 그렇게 외치는 하나의 소리가 되고 싶습니다.
■ 2절
음악과 더불어 전국세입자협회(전세협)라는 곳에서 사무국장으로 비상근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세협은 이전의 철거민 중심의 주거운동이 아닌 보편적 인권인 주거권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 정책을 바꾸는 입법운동을 중심으로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국회에 들락거리면서 의원들을 만나면서 정치의 속살도 조금 엿보았고, 이 나라의 법이 실제 누구 편인지 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몇 달 전, 녹색전환연구소에서 열린 <주거권과 기본소득> 포럼에서 '주거권과 세입자의 권리'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었습니다. 이날 마지막 토론에서 하승수 위원장께서도 잘 지적해주셨듯이, 기본소득이 실제로 실현 된다한들 주거비가 여전히 지금처럼 높다면 대부분의 기본소득을 주거비에 쏟아 부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거문제 해결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세입자협회의 경험을 살려 주거문제 해결에도 힘써보려고 합니다.
■ 3절
구약성서에 ‘희년’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50년마다 자신들이 조상대대로 분할 받은 땅을 다시 원 주인에게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땅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라는 말처럼 농경사회에서 땅은 경제생활의 핵심인데, 여러 사정으로 타인에게 팔린 땅을 다시 되돌려주어, 부의 불평등이 세대를 넘지 않게 하려는 시스템입니다. 또한 희년제도에는 “땅에 대한 권리는 모든 이가 똑같이 가져야 한다”는 토지법, “모든 사람에게는 주거의 권리가 있다”는 주택법, “빈민들에게는 무이자로 빌려주고 빚은 탕감해야 한다”는 대부법(금융법), “노동착취를 금하고, 자영 노동을 지향한다”는 노동법의 원리들이 들어 있습니다. 더불어 “오래 경작한 땅을 휴경하라”는 생태적 법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희년사회를꿈꾸는사람들(희년사회)'에서 희년을 공부하면서, 약 3천 년 전 시대에 이러한 급진적인 제도가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오늘날 사회제도의 현실과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 활동의 기본철학이 되었습니다. 하승수 위원장님의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에도 나와 있듯이, 희년에는 녹색당의 주요 정책인 ‘기본소득’의 원리가 녹아있습니다. 저는 희년의 원리가 구현되어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늘 꿈꿉니다. 이제 당원들과 함께 꾸는 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후렴
저는 예술인, 특히 음악 하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그 시대의 ‘예언자’적 역할로, 권력에 의해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진실을 노래를 통해 꺼내 놓는 역할입니다. 또 하나는 ‘광대’의 역할로,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정치는 바로 이런 것입니다.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말의 수위를 조절하지 않고 바른 말과 바른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시민들이 ‘자유인’으로 살도록 정책을 펼쳐 웃음을 되찾는 것입니다.
‘듣보잡’이지만 ‘듣보정(듣도 보도 못한 정치)’하려고 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지금은 오히려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때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사람을 요구하는 법이니까요.
외국 기업 중에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예술인들(화가, 조형예술가)을 채용해, 사무공간을 작업공간으로 내주고 그림과 조형물 설치 등으로 자유롭게 꾸미게 한 회사가 있습니다. 직원들은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는지 배운다고 합니다. 전 제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통 물을 흐리듯(적절한 비유가 떠오르질 않네요... --;) 정치판에서 예술가 한 명이 ‘듣보정’을 하면 그 판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위 사례와 관련해서 제가 이번 선거에서 생각하는 역할중 하나는, 정치판에서뿐 아니라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내에서도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남들과는 사고방식이 조금 다른 제가 많은 경험과 학식을 갖춘 후보들과 함께 선거전략을 세운다면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
■ 엔딩
정치는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지 우린 똑똑히 목도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중요한건 철학입니다. 기술은 익히면 됩니다. 아니면 기술을 가진 사람이 도와주면 됩니다. 바른 철학에서 올바른 방향이 잡히고, 거기에 전문성이 더해져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것입니다.
혹시 걱정이 되시는지요. 언제나 새로운 모험에는 두려움이 따르는 법입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가 아닙니다. 최고의 진성당원을 자랑하는 녹색당 당원 여러분들이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았으면 저는 감히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입니다. 녹색당이 다른 정당과 다른 점은 바로 그런 연대와 신뢰가 있다는 점이라 참 좋습니다.
저 같은 사례가 없진 않습니다. ‘미야케 요헤이’란 뮤지션이 2013년 일본 총선에서 일본녹색당의 비례후보로 나왔었는데, 유명하지도 않고 조직의 후방도 없었지만 그는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17만 6970표나 받았습니다. 아쉽게 낙선했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이 단 한명이라도 비례대표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어떤 것이든 다 하고 싶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현실적으로 제가 국회의원이 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후보로 뛰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당원 여러분들께도 저를 지지해 달라고 감히 부탁드리겠습니다.
"포기하고 죽을 게 아니라면 이 악물고 살아남아야지!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실행해라. 우주에는 변수가 많아 실패할 확률도 높지만 한 가지 해결하고,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니 무조건 시작해라." (영화 '마션')
나라가 돌아가는 걸 보면 정말 죽을 것 같은 상황이지만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어두움이 극에 달했다는 건 새벽이 가까이 왔다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절망을 넘어 한 가지씩 한 가지씩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 언덕을 오르는 것도 최초이고 내 발길이 닿는 곳은 모두 최초가 된다. 45억년 동안 이 곳엔 아무도 없었지만, 지금은 내가 있다." (영화 '마션)
우리 녹색당이 가는 길은 지구가 태어난 이후 최초의 길입니다. 이 새로운 모험의 길을 저 혼자가 아닌 당원 여러분들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찍으며 함께 걷고 싶습니다. 대신 재미있게 걸어갑시다! 감사합니다~ ^^
■ 코다
“너가 갑자기 왠 정치?” 이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소위 ‘정치적 야망’ 따위는 없습니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저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새로운 방식의 ‘음악’을 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불리든지 말이죠.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당권자(최근 3개월 내에 당비를 납부한 당원 및 후원당원) 2% 이상의 추천이 필요합니다. 저를 추천해주실 분은 '이름/지역'을 포함한 추천댓글을 달아주세요.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