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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三國志)제101편. ※
초선을 향한 여포의 연정(戀情)
여포가 진궁의 계략대로 성밖으로 철기를 이끌고 출동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시종이 달려와, "상 장군, 부인께서 풍한(風寒)이 들어 자리에 누워 계십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 아닌가 ?
"응 ?"
여포는 깜짝 놀라며 그 길로 초선이 있는 백문궁(帛雯宮)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자리에 앓아 누운 초선을 불쌍한 표정으로 한참을 그윽히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인기척을 느낀 초선이 눈을 떠, 자신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는
여포에게.
"장군 !...."
하고 한 마디 부른 뒤에 기침을 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여포는 걱정이 가득 담긴 소리로,
"초선, 좀 어떻소 ?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거요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초선이 엺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걱정마세요. 별 것 아니에요."
그러나 여포는 고개를 흔들면서 자책 하듯이 말한다.
"내 탓이야. 내 탓 ! 내가 이렇게 만든거요.
서주만 뺏기지 않았어도, 당신을 이렇게 떠돌게 만들지도, 고생시키지도 않았을텐데 !..."
하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담아서 입을 열자,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장군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 해요."
하고, 초선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여포는,
"나는 또 성을 나가야하오."
하고 초선에게 향후의 일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러자 초선은 ,
"왜요, 어디로 가시려구요?"
하고 놀라며 묻는 것이었다.
여포는 담담한 어조로 초선에게 말한다.
"진궁의 계책이오. 성 밖 고지대에 진영을 치고, 성안과 상호 협력하려고 하오."
"그럼, 선생 말씀대로 하세요. 계획대로 진행 하세요."
그러자 울상이 된 여포가 초선의 손을 잡으며, "당신이 이리 아픈데, 내 어찌 두고 가겠소 ?"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초선이 엺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장군, 큰 전쟁을 앞둔 이때에, 어찌 소첩을 염두에 두시는지요 ? 제 걱정은 마시고 어서 가보세요.
공대 선생 기다리게 하지 마시고요. 예 ?"
이렇게 말한 초선은 기침을 다시 하면서 고개를 떨군다.
그러자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여포가 고개를 가로 흔들며,
"아니, 아픈 당신을 두고는 못 가겠소."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이번에는 초선이 여포를 달래며 사정한다.
"장군, 어서요 ! 가세요 !..."
그렇게 말하면서 아픈 몸을 반쯤 일으켜 여포의 등에 손을 대고 떠다 밀었다.
그러면서도,
"장군, 일이 우선 입니다. 가세요 !"
하고 말하면서 초선은 힘없이 침대에 고꾸라져 버렸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여포가 초선을 붙잡고, "초선 ! 초선 ! 왜 이러는 거요 ?
여봐라 ! 어서 의원을 속히 불러라 !"
하고 밖에 있는 시종들에게 큰소리로 명하였다.
한편, 진궁은 여포와의 계략대로 성밖으로 나갈 철기 군사들을 데리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 속에서 삿갓과 우장(雨粧) 걸치고 초선의 궁(宮)문 앞에서 여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여포가 나타났다.
진궁이 여포에게 재촉하며 말한다.
"봉선 ! 병사들이 빗 속에서 장군을 기다린지 오래요.
어서 성 밖으로 나가야 하오 !"
"음 !... 선생 !"
여포는 진궁을 부르며 병사들을 뒤로하고 초선의 궁 앞으로 몇 발짝 움직였다.
"뭐요 ?"
진궁이 여포의 뒤를 따라가며 재차 물었다.
"봉선 ! 대체 무슨 일이오 ?"
그러자 여포는 진궁을 향해 돌아서며 담담한 어조로,
"초선이 위중해 갈 수 없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진궁은 기가막힌다는 어조로,
"뭐요 ?"
하고 되묻자, 여포가 이어서 말한다.
"생각해 봤는데,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러니 초선의 병세가 나아지면,
그때 나가겠소."
여포의 말이 끝나자 진궁이 막바로,
"무슨 소리요 ? 이번 계획에 수 만 병사들의 생사가 달려있소.
군을 통솔하는 장군이 어찌 여자 하나 때문에 일을 그릇치려고 한단
말이오 ?"
그러자 여포가 발끈하며 진궁에게 외치듯이 말한다.
"초선은 내겐 유일한 사랑입니다. 만약 초선이 잘못 된다면 나는 살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소 !
안 간다는 것도 아니고 초선이 좋아질 때까지 며칠 미루자는 겁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궁이 여포에게 사정조로 말한다.
"장군 ! 기회를 놓치면 다시 오질않소 ! 저길 보시오. 병사들이 이 비를 맞고 기다리고 있질 않소 ?"
진궁이 손을 들어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고 있는 병사들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러자 여포는 이를 악물고 말한다.
"결정은 끝났소. 초선이 호전되면 갈테니 선생은 그동안 쉬고 계시오."
"아, 아니 ?..."
진궁이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 자신이 세운 계획을 수포로 돌린 여포의 결정의 안타까움에,"봉선 ! 봉선 !..."
하고 몇차례 불러 외쳤다.
그러나 여포는 성 밖으로 나가기 위해 대열을 지어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철기 군사들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리고 병사들을 향하여 명령한다.
"모두 들어라 ! 잠시 막사로 들어가 명에 대기하라 !"
"알겠습니다 !"
병사들은 그자리에서 흩어졌다. 여포는 명을 내린 뒤에 즉시 뒤로 돌아서 초선의 백문궁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진궁은 닫힌 궁문 앞에서,
"봉선 ! 봉선 ! 정에 얽매이다간 큰 화를 입게 될 거요 !"
하고, 소리높여 외쳐 대었다.
아무런 대꾸도 없이 초선의 궁으로 들어가 버린 여포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던 진궁이 세차게 퍼붓는 빗 속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탄하였다.
"하늘이시어 ! 정녕 초선과 여포의 사랑은 하늘의 뜻이란 말입니까 ?
진정 수 많은 병사를 사지에 몰아넣으려고 하시는 겁니까 ?"
하루가 꼬박 지나고 초선이 기력을 조금 회복하여 눈을 떠보니 자신은 여포의 품에 안겨있고, 여포는 밤샘을 했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초선이 부시시 몸을 일으켜 여포에게 말했다.
"장군, 성 밖으로 나가신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 그런데 왜 아직 여기 계신거죠 ?"
그러자 여포가 감긴 눈을 그대로, 초선의 머리를 맞대고 어깨를 끌어 당기며 말한다.
"초선, 아픈 당신을 두고, 도저히 나는 갈 수가 없었소."
그러자 초선이,
"장군, 선생 말씀대로 하셔야 해요."
하고 말하는 순간, 밖에서 군사들의 연이은 고함소리가 들렸다.
"물이 넘친다 !"
"성 안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 온다 !"
"물 난리다, 물 난리 !"
"홍수다, 홍수 !"
그야말로 혼비백산한 병사들의 고함소리가 내실까지 진동하였다.
그러자 여포는 초선을 자리에 눕혀 놓고, 황급히 성루로 올라 갔다.
그곳에는 이미 진궁이 나와 있었다.
성루에서 성 안팎을 살펴보던 여포가 벌린 입을 닫지 못하고 성안 곳곳으로 밀려드는 홍수를 내려다 보며 망연자실 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찌 이런 일이 ? 이럴 수가 있나 ?"
그러자 초연한 표정의 진궁이,
"조조군이 제방을 막아서 사수강 물줄기를 성안으로 돌렸소.
하비성을 장마비에 잠기게 만든 것이오."
그 말을 듣고 여포가 진궁에게 물었다.
"선생, 어찌해야 합니까 ?"
그러자 진궁이 담담한 어조로 대답한다.
"하 !... 이젠 방법이 두 가지 뿐인 것 같소. 앉아서 물고기 밥이 되든가, 나가서 투항하던가...."
그러자 여포는 할 말을 잃고 망연자실, 성 안팎을 둘러보기만 하였다.
이런 여포의 모습을 뚫어져라 주시하던 진궁이 입을 연다.
"보시오. 장군의 사사로운 정 때문에 이런 화가 닥쳤소. 이젠 끝이오 !"
그러자 여포가 진궁을 향하여 발끈한다.
"아니오 ! 아냐 ! 적토마와 방천화극이 있는한, 이런 강물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소 ! 나는 조조도 안 두렵소 !"
하고 소리친다.
그러자 싸늘한 눈으로 진궁이 말한다.
"장군에겐 적토마와 방천화극이 있겠지만,
수 많은 병사들은 무엇으로 살아 남을 것이오 ? 죽음 밖에는 길이 없소. 아시겠소 ?"
진궁의 말은 칼로 무를 자르 듯이 단호하였다.
"하 !... 하!..."
거푸 한탄 하는 여포 앞으로 조조군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리하여 성루에 있던 병사들이 몸을 숙이고 화살을 피하고 보니, 성루에 꼿힌 화살에는 조그만 방문(榜文)이 묶여있는 것이었다.
대장 송헌(宋憲)과 위숙이 후성과 함께 방문을 읽어 보았다. 방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 삼국지(三國志)제102편 ※
사로잡힌 여포와 조조의 진면목
변명의 기회도 갖지 못하고 곤장 오십 대씩을 얻어맞은 세 장수들이 불 앞에 한데 모였다.
후성(侯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포가 우리들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거야 ?"
그러자 위숙이,
"그동안 이런 놈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왔는데, 이거야 말로 우리들이 여포에게 무시당하고 버림받은게 아닌가 말야 ?"
그러자 송헌(宋憲)이 두 사람에게 다짐을 받듯,
"조조의 말대로 우리가 여포를 사로 잡아 공을 세워보는 것이 어떻겠나 ?"
하고 말을 하니, 두 장수는 입을 모아,
"좋아 !"
하고 대답하였다.
이윽고 세 장수는 새벽에 내실에서 잠들어 있는 여포에게 접근하였다.
그리하여 먼저 여포의 방천화극을 빼내고, 튼튼한 밧줄로 여포의 손과 발을 걸어 엮고, 여포의 온 몸을 밧줄로 침상에 꽁꽁 쳐맸다.
순간, 잠이 깬 여포가 놀라 발버둥을 쳐댔다.
호랑이 같은 여포의 용틀임에 밧줄 몇 개가 끊어지자, 세 사람의 장수들이 한꺼번에 여포의 몸을 덮쳐 눌렀다.
그것도 잠깐, 여포의 무지막지한 힘이 세 장수가 온 몸으로 덮어누른 압력에서 벗어나려 할 때,
십여 명의 병사들이 더 달려 들어, 여포를 사정없이 그대로 짖눌렀다.
동이 트자, 하비성 성루에서 후성(侯成)이 성밖에 조조를 큰소리로 불러댔다.
"조 장군 ! 우리가 여포를 생포했소 ! 안심하고 어서 입성하시오 !"
이어서 위숙도 외쳤다.
"어서 입성하시오 !"
그러면서 성문앞을 가로막은 사수강 건널 다리를 내려주었다.
그러자 의심이 많은 조조는 선뜻 입성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조인이 말한다.
"주공, 들어 갈까요 ?"
"잠깐,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진궁의 계략인지 모르니..."
하고 말을 하더니, 성루를 향하여 몸소 외치었다.
"잘 들어라 ! 내가 만만해 보이느냐 ? 내가 입성하면 내 목을 베려는 진궁의 계략임을 다 알고 있다 !
그 따위 연기에 나 조조가 속을 것 같은가 ?"
하고, 의혹에 가득찬 소리를 질러 대니, 성루의 후성이 한숨을 내쉬며,
"조 장군 ! 정말 여포를 생포했습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다시 외친다.
"여포를 생포한 것이 사실이라면 여포의 방천화극을 내 앞에 던져라 !"
그러자 후성이 지체없이 여포의 방천화극을 들어 성밖으로 던졌다.
"여기 있습니다 ! 방천화극 입니다 !"
조조가 성밖으로 내 던져진 여포의 방천화극 앞으로 말을 몰아 다가갔다.
그것은 틀림없는 여포의 방천화극이었다.
"하하핫 !... 여포의 방천화극이 맞구먼 !"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웃었다.
그러자 조인도 여포의 방천화극을 알아 보고, "주공, 틀림없는 여포의 방천화극 입니다."
하고 덛붙여 말했다.
"내가 괜한 의심을 했어, 조인 ?"
"네 !"
"자네가 먼저 군사들을 데리고 천천히 들어가라. 출발하라 !"
"가자 !"
조인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열린 하비성 남문으로 서서히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조조는 맨 뒤에서 이들이 입성하는 것을 모두 지켜 본 뒤에 제일 마지막으로 하비성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입에는 재갈이 물리고 , 가슴에서 발끝까지 온 몸이 밧줄로 꽁꽁 묶인 여포가 조조와 유비가 있는 백문루(白門樓) 단하(壇下)로 끌려 나왔다.
"꿇어 !"
여포를 끌고 나온 후성이 여포를 땅바닥에 주저 앉히며, 그의 머리를 짖눌렀다.
입에 묶인 재갈이 풀린 여포가 후성과 위속, 송헌을 향하여 고함을 질렀다.
"네놈들이 이 여포를 배신해 ? 이 나쁜 놈들 !"
그러자 후성이,
"여포, 너는 강을 건널 수 있는 적토마가 있다고 ? 헹 ! 너는 네 부인인 초선을 병사들 보다 중시했다.
그러고서도 네가 우리들에게 잘해 주었다고 할 수가 있냐 ?"
하고 꿇어 앉은 여포에게 일갈을 해댔다.
이런 모습을 자리에 앉은 조조와 유비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여포가 단상에 조조를 부른다.
"맹덕형 ! 포박이 너무 아픈데, 좀 풀어주시오."
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러자 조조가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하의 여포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여포의 풀어진 머리와 수염을 천천히 매만지면서,
"봉선, 자네같은 호랑이를 어찌 대충 묶겠는가 ?"
하면서 풀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여포가 조조를 올려다 보며,
"맹덕 형 ! 나 한테 한 말 기억하시오 ?"
하고 말하자 조조가,
"음 !.. 내가 말을 많이 했는데 그 중에 어떤 것을 말 하는지 모르겠군 ?"
"그랬잖소, 가장 두려운 것도 여포, 가장 존경하는 것도 여포니, 여포를 삼군 대원수에 봉하고 함께 천하를 통일하는 대업을 도모하자고 !"
그러자 고개를 들고 눈을 감은채 여포의 말을 듣던 조조가 아무런 대답도 아니하자 초조해진 여포가 다시 조조를 올려다 보며 맹세하듯 말한다.
"맹덕 형 ! 내가 기꺼이 삼군 대원수가 되어 드리겠소 !"
그러자 조조가 웃으며,
"으흠 !... 내가 그런 말을 하긴 했지, 허나 그 말을 할 때는 자네는 성 위, 나는 밑에 있었으니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거지.
헌데, 지금은 자네도 봐, 응 ? 죄인과 어찌 대업을 함께 도모할 수가 있겠나 ?
그렇게 간단한 이치를 아직도 모르겠나 ?"
조조는 여포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러자 당황한 여포가 눈을 사방으로 돌아보며 고개를 흔든다.
"하하하하 !...."
조조의 말과 함께 당황한 여포의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여포를 비웃었다.
그러자 여포는 단상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지켜만 보고 있는 유비를 부른다.
"현덕 아우 ! 내가 당신에게 베푼 은혜를 기억하시오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초연한 자세의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담담한 어조로 말하였다.
"기억합니다. 봉선의 은혜를 어찌 잊겠습니까."
"헌데 왜 말이 없소 ? 뭐라고 말 좀 해 주시오. 엉 ?"
여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애처로운 눈빛을 담아 유비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유비가 조조 앞으로 다가가서 예를 표하며 말한다.
"조 공께 제가 청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자 조조가 유비를 마주보며 말한다.
"응 ? 무슨 일이든 말씀해 보시게."
"여포가 세 분의 양부(養父)를 모셨지요.
첫번째가 정원, 두번째가 동탁, 세번째가 왕윤, 이 세 양부는 모두 여포의 도움을 받았지요.
오늘 조 공께서 여포를 양자로 받아, 네번째 양부가 되어 주십시오."
하고 말하자 ,잠시 대답하기를 주저하던 조조가, "으 하하핫 !..."
하고 웃으며 한 손으로 유비의 어깨를 <탁>치며, "아, 하하하 !..."
하고 계속해 웃는다.
그러면서 단하의 여포를 돌아보며,
"들었나 엉 ? 누구든 여포의 양부가 되면, 곱게 죽지 못했잖나 ? 으하하하하 !..."
단하의 조인과 병사들도 여포의 실상을 크게 조소(嘲笑)하였다.
그러자 여포가 발악하듯 외쳐댄다.
"귀 큰놈 ! 은혜를 저버려 ?"
그러자 날카로운 눈매로 여포를 바라보던 유비가,
"여봉선 ! 당신도 은혜라는 말을 아시오 ?
과거 서주를 양보 했을 때, 난 그 은혜를 알아주길 바랬소.
그러나 당신은 은혜에 보답하기는 커녕, 기회가 닿기만 하면 나를 죽이려고만 했소.
당신은 은혜가 뭔지 알기나 하는 거요 ?"
유비의 대답은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유비의 말이 이어진다.
"우리가 서로 손을 잡았다면 오늘의 화는 없었을 것이오."
유비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여포가 유비와 조조를 향하여 달려들었다.
그러자 온 몸을 묶은 밧줄을 손에 쥔 병사들이 함꺼번에 여포를 끌어당겨 두 사람에게로 접근을 막았다.
"으잇 ! 이 ! 이 !..."
온 몸이 묶인 여포는 단발마의 발악을 해댔다.
조조가 조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조인이 병사들에게 명한다.
"끌고가라 !"
"옛 !"
여포는 네댓 명의 군사들에 의해 온 몸이 밧줄로 엮인채 끌려 나갔다.
여포가 끌려 나간 뒤 여포의 장수 하나가 밧줄에 묶인채 조조의 앞으로 끌려나왔다.
"저 자는 누구냐 ?"
조조가 묻자,
"저자는 여포 휘하의 제일 대장, 장요 (張遙), 장문원 입니다 !"
조인이 대답하였다.
"꿇어라 !"
장요를 끌고온 병사가 장요를 조조앞에 주저 앉혔다.
조조가 그에게 다가갔다.
"장요, 장문원 ? 으흠 !..."
조조는 장요의 앞을 한바퀴 돌아보면 이렇게 말하였다.
※ 삼국지(三國志)제103편 ※
진궁의 최후
어제 오늘 편에 여포와 진궁의 최후를 보면서 삼국지의 넓은 지평을 바라보게 됩니다.
짧은 시간 천하를 호령하든 여포라는 인물을 통해 가슴과 머리가 없고 오직 본능에 호소하는 무지가 얼마나 허망한지를요..
삼국지를 읽는 모든 분들께 아기예수님과 부처님과 성모마리아님의 축복이 있길바랍니다
조조는 여포와 장요를 심문할 때와 달리 패전한 여포의 모사 진궁
(陳宮)은 자신이 직접 데리고 백문루(白門樓)로 올라왔다.
그곳에는 유비가 앉아 있다가 진궁을 맞아 두 손을 모아 읍하며 예를 표하였다.
조조가 진궁을 붙잡고 말한다.
"어서 자리에 앉읍시다."
그리고 이어서 진궁에게,
"공대 형, 중모현(中牟縣)에서 나를 구해준 은혜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소."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진궁은 쌀쌀맞은 어조로 조조를 바라보며 말한다.
"조맹덕도 속이 꽤나 깊어졌군! 후회스럽구나.
성고현(成睾縣)에서 묵던 그날 밤, 내가 당신을 단칼에 베었어야 했는데...."
"음!... 이해 하오, 나도 이해 해!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오. 허허..."
"정말로 간교하고도 뻔뻔한 소인배!"
"하하핫, 공대 형! 그래도 내가 이해할 수없는 일이 있소.
대업을 달성하려면 나를 찾아 왔어야지 왜 여포에게로 간 것이오?
여포는 당신의 재능과 포부에 안 맞는데 말이오?"
그러자 침통한 얼굴의 진궁이,
"여포가 내 말을 들었더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게야... 여포가 무지하긴 해도 당신처럼 간교하지는 않지!"
그러자 조조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음! 그렇지! 여포가 너무 단순해서 문제지... 하하하핫!..."
조조는 웃고 난 뒤 다시 말한다.
"공대 형, 하나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데...."
"해 봐라!"
"내가 당신을 죽여야 하오? 아니면 살려둬야 하오?"
그러자 진궁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한다.
"흥! 그건 쉽지. 지금 당장 죽여라!"하고 쌀쌀맞게 대답했다.
그러자 잠시 말을 멈추고 진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조조가,
"아까워, 정말 아까워 !"
하고 한탄조로 말했다.
그러자 진궁이,
"그럼 나를 죽여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지..."
"말해 보시오."
"나 진궁이 살아 있는 한, 과거 조맹덕이 행했던 추악한 행동을 입에 담고 매일 같이 떠들고 다닐테니 말이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아서 조맹덕이 영원히 욕을 먹게 말이지."
이렇게 말한 진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큰소리로,
"모두들 들어라! 조맹덕이 과거 성고현에서 도주할 당시,
백부인 <여백사(呂伯奢)>의 도움을 받고도 조맹덕은 은혜를 원수로 갚아 여백사와 그의 가족들을 모두 죽였다!
그건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는 배은망덕 하게도 자신의 백부를 죽여버린 간사하고도 뻔뻔한 패륜아다!" 하고 손가락으로 조조를 가르키며 소리쳤다.
그러자 단하에 있던 조인이 휘하 병사들에게 명한다.
"끌고 가라!"
"옛!"
그러자 진궁의 외침을 아무런 표정없이 숙고하며 듣던 조조가 진궁에게 달려드는 병사들을 향하여,
"무엄하다!"하고 말하자,
진궁에게 달려 들던 병사들이 행동을 멈추고 뒷걸음으로 단하로 내려갔다.
조조의 말이 이어진다.
"공대 형이 누구더냐? 내 생명의 은인이다.
내가 욕 좀 먹었다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지! 더구나 공대 형 말에도 인리가 있어, 옳은 말이야! 계속하시오, 계속. 마음껏 욕하고 한잔 합시다."
조조는 휘하 병사들과 진궁을 향하여 번갈아 말했다.
그러자 조조를 쳐다보던 진궁이 긴 한숨을 내쉬며,
"휘유~... 조맹덕! 이 정도 까지 철면피인 줄은 몰랐다!"하고 경멸하는 어조로 말하자, 조조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진궁을 향해.
"하!... 나 조조는 철면피가 아니라, 이 세상에 모든 고고하고도 세속적인 일을 마음 속에 두고 있지 않을 뿐이오.
모두들 나를 간웅이라고 하지만, 나를 어쩌지 못하고 있지 않소?
당신처럼 자칭 군자란 자들도 나 같은 간웅에게 패하지 않았소?
만약 군자가 되는 댓가가 모욕당하고 짓밟히며 사라지고 죽는 것이라면 차라리 난, 내 포부로 실현할 수 있는 간웅이 되겠소.
예로부터 천하의 간신은 충신과도 같다고 했소.
충의와 간의는 겉으로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니, 어쩌면 당신들이 나를 잘못 봤을 수도 있소.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난, 여전히 나일 뿐이며, 사람들의 생각 따위는 두렵지 않소. 공대 형, 말씀해 보시오.
내 말이 틀린 것이오?"
진궁이 대답한다.
"흥! 궤변은 그만두고 술이나 내오지!"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조조가 조인을 보고 말한다.
"내오라." "넷!"
병사 하나가 즉시 소반에 술 두잔을 받쳐들고 나타났다.
"드시오."
조조와 진궁이 각각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술잔을 내려 놓은 진궁이 단하를 향하여 명한다.
"도부수(刀斧手)는 어딧냐?
어서 이 진궁을 보내줘라!"
그 말을 듣고 조조가 진궁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다.
"공대 형, 마지막 길 배웅해도 되겠소?"
그러자 진궁이 조조를 바라보며,
"가지..."
하고, 쓸쓸한 대답을 하였다.
조조는 진궁의 손을 잡은채 백문루 단하로 내려갔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산위로 향했다.
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자 조조가 진궁을 부른다.
"공대 형! 집에 칠십이 넘은 노모가 계시지 않소? 당신이 죽으면 어찌하라고... 괜찮겠소?"
"음... 내가 알기로는 인의군자는 죄를 물을 때에도 부모에게는 묻지 않으니, 조맹덕 자네가 내 어머니를 죽이기야 하겠나?
오히려 양식과 은량을 주어서 평생을 돌봐주겠지."
"그렇소. 공대 형, 노모 외에도 아이가 둘이 있질 않소?
딸이 일곱 살, 아들이 다섯 살, 아직 어린데 당신이 가면 애들이 힘들어 할 텐데 괜찮겠소?"
"내 자식들도 물론 고생스럽기는 하겠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이겠지... 자네가 신경 쓸 것 없네, 어느덧 다 왔구먼."
진궁은 이렇게 말하면서 발아래 펼쳐진 산하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조조가 진궁의 손을 다시 잡으며,
"공대 형! 내가 부탁은 잘 안하지만, 오늘만은... 진심으로 보내고 싶지 않소..."
하고 말을 하면서 진궁의 마음이 돌아서 주기를 바랬다.
그러자,
"내 자신이 진정 가고 싶어 그러네, 부탁하네. 원대로 해 주게."
이렇게 말한 진궁이 발아래 산하를 굽어보며 말한다.
"멋진 강산이로다."
이윽고 조조가 뒤로 돌아서 나오자 도부수가 진궁의 뒤로 다가섰다.
"정말, 멋진 강산이야."
이 말을 끝으로 진궁은 갔다.
"주공, 우시는 겁니까?"
조조의 수행 장수가 조조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조조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헛소리! 누가 운다고 그러는거냐?"
이렇게 호통을 쳐놓고 돌아서면서,
조조도 진궁의 마지막 말을 되씹었다.
"멋진 강산이야!
멋~진 강산이로다!"
그리고 조조는 옷깃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렸다.
※ 삼국지(三國志)제104편 ※
여포의 최후
어제는 천하의 참모 진궁이 죽고 오늘은 찬하 장군 여포가 죽는구나.
그렇게 사랑하든 초선을 두고 어히 죽노..
진궁의 말을 진즉 들을 것을..ㅉ ㅉ
자고로 힘으로 센 사람은 오래 못 갑니다.
여포를 위해 독자들은 묵념을..
형장으로 가는 길에 초선이 나타났다.
그녀는 화려한 장옷(長衣)
을 걸치고 행렬의 가운데에 서서 여포를 미소로 맞이했다.
그러자 여포가 서글픈 목소리로 물었다.
"초선, 여기는 왜 왔소?"
그러자 초선이 담담한 소리로,
"장군과 함께 하려고요."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여포가 고개를 흔들며,
"함께 하다니? 초선, 이게 보이지 않소?
하!... 난 곧 구천으로 갈 거요. 당신은 나를 따라 올 필요 없소.
어서 가시오, 어서!"하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자 초선이,
"장군, 소첩은 장군과 함께 살지 못한다면 함께 죽겠습니다."하고 대답한다.
"초선, 당신 마음은 알겠소.
당신의 그 말 한마디면 나는 죽어도 한이 없소.
허나, 그런 짓은 마시오. 어서 떠나시오, 어서 가시오!"
그러자 초선이,
"소첩이 걸친 이 화려한 장옷은 장군이 제게 처음 주셨던 옷입니다.
소첩이 이걸 걸치고 장군과 동행하게 해주세요."
초선은 이렇게 말하며 여포의 곁으로 와서 팔짱을 끼고 함께 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하여 높게 만들어진 사대위로 천천히 올라가자 거치대에 여포의 양손이 묶였다.
초선이 다가가서 여포의 품에 안겨 그를 끌어안았다.
집행관이 명한다.
"궁수들 준비!"
그러자 사대 아래에 이열 종대로 활을 든 궁수들이 앞 줄은 무릅을 꿇고 사격준비를 하고,
뒷 줄은 그대로 서서 활시위에 화살 한 대씩을 멕였다.
그때, "잠깐, 멈추어라!"하고 누군가 소리치며 말을 달려왔다. 그리고,
"주공의 명이다!
여포는 죽이되 초선은 살려둬라!"
집행관이 두 손을 모아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고 병사들에게 명한다.
"여포에게서 초선을 떼어내라!"
"옛!"
병사들이 다가오자 초선은 여포를 더욱 세차게 끌어안으며 외쳤다.
"안돼요!"
그러나 억센 병사들의 힘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
"놔요, 이것 놔요 !"
초선은 병사들에게 끌려가며 외쳤다.
"안 돼요 장군! ...."
그러자 최후의 순간이라고 생각한 여포가 중얼거렸다.
"초선, 당신이 살 수 있다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소,"
초선은 병사들에게 끌려가면서도 뒤를 돌아다 보며 계속해,
"장군! ~ 장군! ~" 하며 울부짖었다.
초선이 여포에게 충분히 멀어지자 집행관이 깃발을 흔들며 궁수들에게 명령했다.
"쏴라!"
"피융!~ ~ "
궁수들의 활시위를 떠난 수십 발의 화살은 거치대에 묶인 여포의 몸을 사정없이 꿰뚫었다.
그 순간, 끌려가던 초선은 기절해 버리고 여포는 힘없이 목을 떨구었다.
이리하여 일세를 풍미했던 여포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조조의 손에 숨을 거두게 되었다.
※ 삼국지(三國志)제105편 ※
여포를 향한 초선의 연정(戀情)
절세미인 초선도 오늘 죽는구나.
참으로 애통하도다..
한편, 조조의 특명으로 여포의 형장에서 끌려 나와 기절한 초선은 그녀가 지내던 백문궁(帛雯宮)으로 옮겨졌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린 초선은 그때
부터, 머리를 풀어 헤치고 소복을 갈아 입은 뒤에는 아무 것도 먹고 마시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자 조조의 내관이 많은 화려한 옷과 빛나는 장신구를 비롯해, 상당량의 은량을 시종에게 들려서 초선을 찾아왔다.
그리고 넋을 잃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초선에게 말한다.
"아가씨? 이것 좀 보십시오.
조 장군께서 보내신 옷과 장신구 입니다.
하나같이 귀한 것들이라, 장안 궁전의 비빈들 조차 탐내는 것들이지요.
아가씨 ? 어서 마음을 추스리고 단장을 하시지요.
조 장군께서는 아가씨가 이 옷과 장신구로 차려 입고,조 장군의 술시중을 들기만 하면 어떤 청도 들어주신다 하셨습니다."
그러자 초연한 자세로 듣고 있던 초선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아니하고 입을 연다.
"여포 장군의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 오동나무로 관을 짜야 하고, 비단 옥석을 깔아, 왕궁의 장례로 치뤄야 하고, 비석에는 이렇게 적어라,
<한 도정후 분위장군 여봉선
(漢 都亭侯 奮威將軍 呂奉先)>..."
내관이 그 말을 듣고,
"장군께서 윤허하실 겁니다."
하고 말하니,
"한 가지 더 있다. 내가 죽으면
그 묘 옆에 묻어 줘라."
"네 ?... 네. 윤허하실 겁니다."
그리하여 여포의 시신은 곧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옮겨져, 병사들의 감시하에 초선에 의해 씻겨지고 단장하기에 이른다.
초선은 상복을 입고, 천 조각으로 여포의 얼굴을 비롯해 온 몸을 깨끗이 닦아 주었다.
그러면서 이미 숨이 끊어진 여포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편 하비성에서는 조조의 모사 순욱(筍彧)도 참석한 장군들의 서주성 전승 축하연이 크게 벌어졌다.
축하연이 한창 무르 익었을 때 허저가 자리에서 일어나,
"장군들 ! 여러 장군들이 벌인, 필사의 사투 덕에 결국 우리가 서주를 얻게 되었소.
여러 장군들은 함께 잔을 들어 오늘 밤은 죽도록 마셔봅시다 !"
하고 외치면서 자신이 들고 있는 술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여러 장군들이 자기 앞에 잔을 모두 들어올리며,
"고맙소 !"
"고생했소 !"
"축하하오 !"
등등의 여러 말들을 쏟아냈다.
허저가 이어서 술잔을 높이 치켜들고 선창한다.
"깐뻬이(干杯:건배) !"
그러자 자리에 있는 대장들은 모두 <깐빼이 !>를 외치며, 술잔의 술을 입에 털어 넣으며, 제각기 기쁨의 말을 지껄였다.
이런 장군들의 왁자지껄 와중에 장군들 뒤에서 조용히 건배잔을 마신 순욱이 허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순욱을 발견한 허저가,
"선생 ? 자, 술 한잔 받으십시오 !"
하고 다짜고짜 말하면서,
"선생께 술을 따라라 !"
하고 말했다.
그러자 순욱이 잠깐, 한숨을 내쉬면서 손을 내저었다.
"장군, 나는 술이 약하오. 그러니 장군이나 많이 드시오, 응 ?"
하면서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그러자 허저가, "잠깐, 선생 !"
하고 순욱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리하여 발길을 멈추고 돌아보는 순욱을 향해, 허저는 다소 투정섞인 어조로,
"선생, 한숨은 왜 쉬십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순욱이 눈을 깜빡이며,
"난 정말 괜찮으니 장군은 계속 술을 드시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허저는 그 자리에서 손을 내 저으며, "아니, 아니? 뭡니까 ?
뭐가 있는데요 ?"
하고 말을 하며 순욱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러면서,
"말해 보시오. 이런 좋은 날에 무슨 걱정이 있습니까 ?"
그러자 순욱이 뭔가 감추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허저의 팔을 두드린다.
"아니오, 정말 아니오."
그렇게 순욱이 부정하자 , 허저는 점점 뭐가 있다고 판단하고,
"아니오 ! 뭔가 있어요. 정말 말하지 않으면 안 보내 줄겁니다."
하고, 억센 손으로 순욱의 팔을 붙잡고 놓아 주질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호탕하게 웃으며,
"하하하하 ! 자, 말해 보시오. 어서 !"
하고 순욱에게 자신의 머리를 바짝 디밀었다.
그러자 순욱도 이제는 더이상 자신의 속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허저 앞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장군은 주공께서 여자를 좋아 하시는 것을 아시오 ?"
그러자 허저가 고개를 세우며 대답한다.
"무슨 말 입니까 ? 누가 싫어 한답니까 ? 여자는 저도 좋아하는데요 !"
하고 순욱의 걱정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자신의 속내를 <툭> 터놓고 말했다.
그러자 순욱이 고개를 갸웃하며 허저에게 말한다.
"장군이 좋아하는 여자와 주공이 좋아하는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르오."
그 말을 들은 허저가 묘한 웃음을 띤 얼굴로 순욱에게 머리를 기울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순욱이 다시 말한다.
"주공께서는 특이하게도 유부녀를 좋아하시오.
그것도 남의 여자를 말이오. 완성의 장수사건 기억나지 않으시오 ?"
"물론 기억하지요. 그날 주공께서 취해서 죽은 장제의 처, 추씨에게 수청을 들게 했고, 장수가 모욕을 못 참고 한밤에 주공을 죽이려 했지요.
그때 전위 장군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말한 허저는 주위에 듣는 사람이 없는가 살펴보고,
"주공께서는 돌아가셨을 겁니다."
하고, 나직한 소리로 말하였다.
그러자 순욱은 허저의 말에 공감을 표시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허저는 이어서,
"그때 전위 장군을 잃은 것은 커다란 손실이지요." 하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 순욱이 허저에게 고개를 기울이며, 속삭이듯 나지막한 소리로,
"오늘 밤 주공께서는 그때, 그날 밤보다 훨씬 더 위험하오.
그걸 장군은 아시오 ?"
하고 다짐 받듯이 물었다.
그러자 허저는 눈빛이 반짝이며,
"뭡니까 ? 말씀하세요"
하고 대답을 재촉하였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던 순욱이 입을 연다.
"주공께서는 오늘 백문궁(帛雯宮)에서 주무신다고 하오.
장군은 백문궁에 누가 있는지 아시오 ?"
그러자 허저가 곧바로 반문한다.
"누가 있는데요 ?"
"초선 !"
"예 ? 그 요부가 살아있단 말입니까 ?"
허저는 놀라며 물었다.
"살아있다마다 ! 지금 꽃단장을 하고 주공을 기다리고 있소."
순욱이 말을 하는 도중에 허저의 눈이 커졌다.
그러더니 이내 실눈으로 변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순욱이 허저의 표정 변화를 보고 다시 말한다.
"명심하시오. 동탁과 여포가 그 요부 때문에 죽은거요.
그러니 그 계집이 주공에게 붙는다면 큰 화가 몰아치게 될 것이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될 거요."
허저가 살기 띤 눈으로 순욱에게 다짐하듯 말한다.
"당장 그 화를 없애버리겠습니다."
하고 말하고 백문궁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 !..."
순욱은 허저를 붙잡았다.
그리고,
"주공께서 장군의 죄를 물으면 어찌할거요 ?"
하고 걱정어린 말을 하였다.
그러자 허저가 호탕하게 웃으며,
"하하하핫 ! 내가 주공과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며 살아남은 목숨인데, 뭐가 두렵겠습니까, 응 ?"
하고 말하며, 거침없이 뚜벅뚜벅 문을 향하여 걸어 나갔다.
그러자 떠나는 허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욱이 수염을 쓰담아 내리며 엄지 손가락을 곧추 세우며 혼잣말을 하였다.
"과연 훌륭한 장군이오 !..."
이때 초선은 백문궁에서 곱게 단장한 채, 나홀로 춤사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여포의 앞에서 춤을 춘다는 착각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나비와 같이 온 방안을 쓸고 다니면서 나풀거렸다.
요염한 자태, 멋진 춤사위, 그녀가 바라 본 여포는 초선을 사랑하는 눈길로 바라보면서 술잔을 입에 털어 넣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다.
잠시후, 뒷짐을 지고 나타난 조조는 초선의 춤추는 모습을 보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좋아, 아주 좋아 ! 이렇게 멋진 춤솜씨에 얼마나 많은 영웅들이 취했는지 모르겠군 !.."
하고 만족스런 말을 하였다.
그러자 조조를 보고, 춤사위를 멈춘 초선이 정색을 하고,
"제 춤은 돌아가신 낭군을 위한 춤이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나 조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면 나 조조가 여포보다 못하다는 말이냐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초선은 조조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네 ! > 하고 정이 뚝떨어지게
메몰차게 말하는것이였다.
다음106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