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별 - 몽골에서 - 신경림
닥지닥지 하늘에 붙은 별무리에서
낮게 떨어져내려온 저 별에
나 같은 사람 하나 살고 있나보다.
평생을 두고 해온 일 문득 부질없어
그 허전함 메우리라 이 먼 나라까지 와서도
이번에는 그것도 부질없어 저녁 한나절을
낮잠으로 보내는 나를 한밤중에 몰래
불러내는 것을 보면.
듬성듬성 초원에 핀 꽃들을 보게 하고
조랑말처럼 초원에서 뒹구는
날렵한 두 처녀 활기찬
웃음소리를 듣게 하는 것을 보면.
외진 장터에서도 후미진 산속에서도
찾지 못했던 나 같은 사람 또 하나
저 별에 살고 있나보다.
모든 걸 버리리라 이 먼 나라까지 와서도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는 나와 밤새
동무가 되어주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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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하는 詩
초원의 별 - 몽골에서 - 신경림
h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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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9 07:4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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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살다보면 문득 문득 내가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하죠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느낄 때죠.
시를 읽으면 공감합니다
선생님 댓글을 읽으며 시를 쓰시는 분이신 거 같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