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지의 시편들은 모든 일상의 체험 속에서 시의 소재를 찾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시에는 체험의 진정성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의 시가 결코 어렵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이다. 그만큼 그의 시는 모든 독자들에게 절실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는 시에 주제의 깊이를 확보하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시적 발상이 좋고 시를 끝까지 밀고 나아가는 강한 힘도 있다. 그의 시는 상상력과 언어의 뒷심이 좋다.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앞으로 꾸준히 시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믿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김완하 | 시인, 한남대 교수
■ 차례
005 시인의 말
제1부 013 목련꽃 아래서 015 주름의 귀퉁이 017 봄, 촛불 018 민들레 골목 020 스며드는 자전거들 022 유모차들 024 물의 각주 026 햇살 자전거 028 봄 공양 030 막걸리 한 병 놓고 031 장미 032 장암동 연꽃방죽에서 034 기우는 집 036 겨울 강 038 목련공원 가는 길 040 어느 봄날 042 댁들 위는 건강하신지 044 꽃분홍 주름론 046 탑을 쌓는 남자 047 목재소 앞을 지나다가
제2부 051 홈너머에서 053 잔디의 방식 054 꽃의 경계 055 의자들 057 조의귀뚜라미제문 059 폐가 061 문의 가는 길 062 자작나무도마반가사유상 064 꽃 066 말하자면 068 벽 069 윙바디 071 고드름 073 목공소에서 075 주름, 주련 077 산벚나무 이야기 079 꽃의 행방 081 개뼉다구 083 못에 대하여 084 모과
제3부
087 기우는 고물들 089 도축장 가는 길 090 새집불사 091 봄날이 간다 092 주택난 094 월령리 바다 슈퍼 096 창세론 098 물집 100 우리의 제사 102 가구의 용도처럼 104 저쪽 105 능금경 107 내일의 소사 108 밤눈 109 그녀의 수선집
111 해설 | 생을 건너가는 힘, 그 역동적 서정성의 아름다움 | 박진희
■ 시집 속의 시 한 편
보도블록 사이에서 민들레가 일가를 이뤘다 틈 사이로 늘어선 가구들 골목을 따라 세상 가장 낮은 마을을 만들었다
꽃기둥 하나 올리는 일도 여기서는 수없이 부러지고 허물어지는 일이겠지만 바람벽도 없는 집들의 마을
집값은 오른다는데 저 가난한 꽃들은 내려앉기만 하네
어디 꽃자리별이 있어 그래도 나 여기 살아 있다고 전송하는 건지 안테나처럼 뽑아 올리고 노란 불 하나씩 깜빡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