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346 --- 변하는 것은 몽골이 아닌 우리다
넋을 놓고 바라보노라니 구름이 산 능선을 슬금슬금 넘어온다. 구름이 사뿐사뿐 날갯짓으로 다가와 포근하게 감싸는 것 같다. 그 속에서 사르르 잠에 빠져들고 잠결에 어딘가를 여행하고 싶다. 여기저기 궁금한 곳을 거침없이 날개 달고 엿보노라면 누군가 눈치채면서 감추는 것 같다. 그런데 푸른 하늘이 점점 무겁게 내려앉는다. 저 멀리 시커먼 구름이 땅으로 뿌옇게 내려온다. 저것이 빗줄기가 내리는 모습이란다. 곧 여기까지 비가 쏟아지면 민둥산으로 빗방울 하나 피할 곳 없다. 그러나 기우다. 금세 몰려들 것 같던 빗줄기는 그쯤에서 멎었다. 어쩌면 머나먼 나라에서 왔다고 배려한 것은 아닐까. 두어 시간 몽골의 초원을 마음껏 누비면서 산자락까지 넘는 트레킹을 하였다. 외국의 산야를 직접 밟고 한눈에 바라보며 또 다른 자연을 만끽해 볼 수 있는 멋진 코스로 값진 시간이었다. 저 멀리 잘 익은 보리밭 같은 곳이 모래밭으로 고비사막은 아니라도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작은 사막이다. 이런 척박한 초원에서 떠돌이 생활 틈틈이 말을 달리며 단련해 끝내는 세계를 제패하지 않았던가. 그런 나라가 손꼽아 몇이나 되며, 얼마나 뱃심 좋은 사람들인가. 비록 지금은 맨손으로 가난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여전히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어도 그 선조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운 민족인가. 어쨌든 몽골인은 옛 모습 그대로를 고집하는지 모른다. 변하는 것은 몽골이 아니라 내가 변하고 우리가 변하는 것이다. 감당을 하기 버거워 지나친 욕심이 끼어들며 농간을 부리는 것이다. 순수를 짓밟으며 잘된 길보다 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 아닌 줄을 알아도 그럴 수밖에 없음은 완전치 못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도로는 차가 달리면 달구지처럼 덜컹거린다. 아이쿠, 무심코 튀어나오면서 스스럼없이 웃음으로 바뀐다. 흔들리는 것은 초원을 열심히 뜯는 소나 말이 아니고 산에 괴상한 바위도 아닌 내 자신일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괜찮고 아무렇지 않은데 저들이 이상하리만치 변했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