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 의대생의 노력이 안철수 연구소를 탄생시켰고,
전 세계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을 석권한 마이크로소프트도 빌 게이츠와 폴 앨런 단 두 사람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종합 골프 브랜드 핑의 탄생 비화도 위의 예와 유사합니다.
골프를 너무 좋아했지만 퍼팅 실력이 형편 없었던 어느 엔지니어의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의 시초가 됩니다.
올해로 창립 52주년을 맞이한 핑의 창립자 칼스텐 솔하임은 원래 GE에 근무하던 엔지니어였습니다.
블레이드 타입의 퍼터가 주류를 이루던 1950년대 골프에 입문한 솔하임은 유난히 퍼팅에 약했고,
들쑥날쑥한 방향성 때문에 고민하다 여러 번 골프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습니다.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던 솔하임은 엔지니어다운 솔루션을 찾아냅니다.
바로 자신만의 퍼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죠.
1959년,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에 위치한 자택 차고에 작업실을 마련한 솔하임은 다섯 조각의
철판으로 보트 모양의 직사각형 틀을 만들고, 틀 중앙 위치에 샤프트를 결합한 특이한 퍼터를 만들었습니다.
토우와 힐 부위를 좀 더 무겁게 만들어 블레이드형 퍼터보다 직진성을 현저하게 향상시켰습니다.
퍼터 바닥면에 길게 두 줄로 난 홈 때문에 공에 헤드가 닿을 때 마다 피~잉 하는 금속음이 발생했고,
이를 착안한 솔하임은 자신의 첫 작품을 PING이라 명명합니다.
기존의 퍼터 디자인 틀을 완전히 벗어난 핑의 최초 모델 1-A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퍼터 바닥면만 봐도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칼스텐이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에서 만들었고, 특허출원 중이네요.
스스로 개발한 퍼터의 성능에 크게 만족한 솔하임이 사업 가능성을 발견했고,
1962년 7월 3일 핑 최초의 퍼터 1-A 모델이 특허를 인정받습니다.
미국 특허청에 보관되어 있는 1-A 퍼터 특허 서류입니다.
1959년 3월 23일에 신청해서 1962년 7월 3일에야 특허를 취득했네요.
아마도 1960년대 초반에 솔하임과 유사한 고민을 하던 골퍼들이 많았나 봅니다.
뛰어난 직진성을 자랑하는 핑의 시초작 1-A 퍼터는 개인 차고 생산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솔하임은 GE를 그만두고 애리조나로 이주해서 본격적인 클럽 제조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핑은 세계 골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메이저 브랜드로 성장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애리조나 피닉스의 초창기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입니다.
바닥면에 우편번호 85029가 새겨진 퍼터들은 핑 애호가들이 아주 좋아하는 빈티지 클럽이죠.
2009년 창립 50주년을 기념해서 최초의 모델인 1-A 금장 한정판이 발매되었습니다.
1999년에도 40주년 기념 모델이 나왔을 정도로 핑 애호가들의 1-A 모델에 대한 애정이 높습니다.
거의 모든 골퍼들이 일생에 한번은 소유하게 되는 핑 퍼터!
에코, 쿠신, 안서, 팔, 징...
모두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한 퍼터들의 시초가 된 모델이 바로 1-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