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에 섞인 불순물
바닷물을 염전에 가두고 햇살과 바람이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마침내 소금이 만들어집니다. 그 순간을 ‘소금이 온다’고 표현한다죠. 소금이 온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때는 얼마나 굉장한 순간일까 싶습니다.
소금의 맛을 결정하는 건 소금에 섞여 있는 3%의 불순물이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97%의 염화나트륨이 아니라 3%의 불순물, 그러니까 바다의 풍미를 담은 약간의 마그네슘과 짠맛을 둥글게 완화해 주는 약간의 칼슘, 쌉싸름한 맛을 내는 칼륨과 흙 냄새, 바다 냄새를 복합적으로 품은 미량의 유기물이 소금의 맛을 좌우하는 거라고 합니다. 소금의 세계에서 불순물은 불온하게 섞인 먼지가 아니라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는 거죠. 그것을 ‘소금의 테로와르(Terroir of salt), 소금의 지역성’이라고 부릅니다. 와인이 지역마다 다른 맛을 가진 것처럼 소금에 섞인 불순물이 맛을 결정하고, 히말라야 소금이라든가 게랑드 소금(Sel de Guerande)* 같은 이름을 정하는 거죠.
불순물이라는 불순한 존재가 이렇게 멋진 것이었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불순물이란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없애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 세상의 미묘한 맛을 알려주고 세상이 이런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걸 보여주는 증명서 같기도 하죠.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도 불순물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것들이 있습니다. 교실 밖에서 배운 것, 어른들이 금지했던 것, 우연히 마주친 것들, 발바닥에 만들어진 티눈이나 손가락에 만들어진 굳은 살이 때론 우리의 삶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처럼 의도하지 않게 우리 삶에 끼어든 것들, 남 모르게 킥킥거리던 순간과 남 모르게 울었던 순간들, 갖고 싶지 않았지만 우연히 혹은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것들이 우리가 누구인가를 알려줍니다.
소금이 오듯 가을이 올 겁니다. 그러면 또 3%의 불순물 같은 생각이 자리바꿈을 하겠죠. 여름엔 여름의 불순물이 우리 주변을 떠다니고, 가을엔 또 가을의 불순물이 우리를 가을 속으로 데려갈 겁니다.
올 가을엔 어떤 불순물을 만나게 될까? 어떤 불순한 존재가 이 가을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까? 가을 계획과 가을 기대가 무성합니다. <받은 글>
* 게랑드 소금(Sel de Guérande)은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의 게랑드 반도에서 수천 년 동안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으로 생산되는 천일염입니다. 흔히 “소금계의 명품”이라 불릴 만큼 품질과 풍미가 뛰어나며, 세계적인 셰프들과 미식가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게랑드 소금의 특징은 자연 채취 방식으로 바닷물을 갯벌에 유입시켜 햇빛과 바람으로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기계가 아닌 100% 수작업으로 채취됩니다. 회색빛 굵은 소금으로 미네랄이 풍부해 회색을 띠며, 일반 정제염보다 짠맛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강합니다.
플뢰르 드 셀(Fleur de Sel)은 게랑드 소금 중에서도 가장 고급이며 바닷물 표면에 떠오른 얇은 결정만을 조심스럽게 수확한 것으로, 요리 마무리에 뿌려 풍미를 더합니다.
프랑스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Label Rouge 인증의 레드 라벨을 획득한 몇 안 되는 소금 중 하나입니다. IGP 인증으로 원산지 보호 표시를 통해 지역성과 품질을 공식 인증받았습니다.
주의할 점은 일부 게랑드 소금은 불순물(흙, 자갈 등)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토판염 형태는 물에 녹여 보면 침전물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불순물은 미네랄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위생과 안전성을 고려해 꽃소금처럼 정제된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리용은 고기, 생선, 샐러드, 빵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 가능하고, 플뢰르 드 셀은 초콜릿, 캐러멜 등에 뿌려 단맛을 강조하고 풍미를 더하여 디저트에도 활용합니다. 꽃소금은 조리 중보다는 음식 위에 살짝 뿌리는 용도로 서빙 직전 사용이 적합합니다.
게랑드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자연과 전통, 장인의 손길이 담긴 프리미엄 식재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