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죽음 이후의 세상을 증명하다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7. 4. 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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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죽음 이후의 세상을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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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21:46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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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죽음 이후의 세상을 증명하다
(출처 : 현대불교 2021.10.29. 유영일 기자)
16. 이븐 알렉산더의 ‘나는 천국을 보았다’
뇌사서 7일 만에 깨어난
신경과의사의 임사체험
삶과 죽음의 不二 전해
이븐 알렉산더는…
뇌와 의식의 작용에 관해 뛰어난 업적을 쌓은 세계적인 뇌의학 권위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 미국의 유명 신경외과 의사로서 이름을 떨치던 어느 날 희귀한 뇌손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인간으로서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뇌 한 부분의 기능이 완전히 멈춘 것이다. 그는 거의 죽은 상태였고, 의사들은 모든 생명연장기구의 철수와 함께 생물학적 사망 판정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7일째 되는 날에 눈을 번쩍 뜨면서 현대 의학이 판정한 죽음의 문턱에서 이승의 세계로 되돌아왔다. 그의 임사체험기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과학적이고 물질적인 세계관을 지닌 지식인은 물론이고 완전한 치유의 길을 찾는 일반 독자에까지 뜨거운 감동과 전율을 선사하며,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놓고 있다.
뇌막염으로 쓰러진 뇌의학자
과학자들은 대개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여운이나 여지가 남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뇌의학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이븐 알렉산더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떤 환자가 와서 머리가 아프고 지각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면, MRI 검사를 하고 그 결과 종양이 발견된다. 전신마취를 하고 종양을 제거하고 나면 몇 시간 후에 환자가 깨어난다. 환자에게서는 이제 두통도 사라지고, 지각능력의 장애도 말끔하게 사라진다. 더 이상 군더더기가 필요없이 깔끔한 일이다. 그는 의사로서 경험하게 되는 그런 단순함을 좋아했다. 과학과 의학의 절대적인 정직성과 깨끗함을 사랑했다. 과학과 의학은 공상이나 엉성한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매료되었다. 과학에서는 확실하고 신뢰할 만한 사실만을 수용할 뿐, 그렇지 않은 모든 것은 버려지게 된다.
그는 당연히 심령술이라든가 영혼의 존재 같은 것을 믿지 않았다. 우리의 뇌가 부재하면 우리 자신도 깨끗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왔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임사체험에 관한 이야기들을 접해 보지 않았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나면 저편의 빛이 가득한 세계에서 죽은 가족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고, 심지어는 신을 직접 만났다는 그런 임사체험담들을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격심한 통증에 시달리다가 응급실에 실려가고, 박테리아성 뇌막염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발병한 지 며칠 내로 초기에 사망하지만, 다행히 응급실에 호송되는 경우에도 10퍼센트만이 운 좋게 살아남는, 치명적인 병이었다.
응급실에 있는 동안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으르렁거리며 짐승처럼 울부짖고 신음소리를 내던 그가 “갓, 헬프 미!” 단 세 마디를 외치고는 갑자기 잠잠해진다. 그리고 이후에는 어떠한 자극에도 완전히 무반응 상태가 된다.
뇌가 꺼져도 의식은 살아
누군가가 ‘당신은 누구인가?’라고 물을 때, 몸이 ‘나’가 아니라고 대답하기란 어쩌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팔이 없어져도 나이고, 하체가 없어져도 나이고, 사지가 없어져도 여전히 나는 나라 남아 있을 것이지만, 심장 박동이 멈추어도 과연 ‘나’라고 할 만한 무엇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심장 박동까지 멈추었다고 할지라도 뇌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지 작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나’를 과연 살아 있는 누군가로 볼 수 있을까?
이븐 알렉산더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7일 동안, 그의 뇌는 잘못된 방식으로 작동한 것이 아니었다.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가 의과대학에서 배운 대로라면 ‘뇌는 그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만들어내고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미가공 데이터를 의미 있는 세상으로 가공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뇌에서 바로 그것을 담당하는 부분이 다운되어 꺼진 상태’였다.
내내 눈을 감고 있었던 그가 일주일 만에 갑자기 눈을 뜨자, 그를 지켜보던 지인은 비명을 지른다. 사랑하는 그의 가족과 간병인들이 불가사의한 상황변화에 놀라 말문이 막힌 채 그의 침대 주위로 모여들고 있을 때, 그는 참으로 ‘평화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달싹거려 말한다. “다 잘 될 거야.”
그는 말로써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그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천천히 깊이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반복한다.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그의 의식은 일주일 동안 도대체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뇌의 기능이 다운되어 꺼진 상태’에서, 이븐 알렉산더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일주일 동안 그에게는 확실히 몸이 없었다. 적어도 평소에 그가 알고 있던 그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냥… 거기에 있었다. 언어, 감정, 논리가 모두 다 사라진 세계. 그러니 기억이나 자기 정체성 또한 있을 리 없었다. 그가 다녀온 저 세상의 풍경 또한 경험할 당시에는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상태 자체였을 뿐이다.
뇌의 기능이 거의 다 정지되었을 때, 그의 의식은 암흑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암흑인데도, 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한 암흑.’
“진흙으로 완전히 뒤덮인 상황인데도 그 속이 훤히 보인다고나 할까. 어쩌면 지저분한 젤리 같다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속이 들여다보이면서도, 흐릿하고 희미하고 밀실 공포증으로 숨 막힐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마치 꿈속에 있을 때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아도, 내가 누구인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것처럼.”
그 세계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렀을까? 그곳에 있었을 때의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동물도 아니었다. 사람이나 동물 이전의, 그 이하의 어떤 것이었다. 그는 그저 시간이 흐르지 않는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주시하는 의식 자체’였다.
우주자궁 속 사랑에 감싸여
그는 그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인가? 질문을 생겨난 바로 그 순간, 어둠으로부터 새로운 무엇인가가 솟아나온다. ‘차가운 것, 죽은 것, 어두운 것이 아니라 그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무엇’이었다. 그는 스스로 ‘남은 평생 동안 노력한다 해도, 그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묘사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표현한 완전히 새로운 세계 속에 ‘포함된다.’ 찬란하게 빛나고, 생기가 넘치고, 황홀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세계에 그는 자신이 태어났다고 느낀다.
“나는 날고 있었다. 나무들, 들판, 시냇물, 폭포, 그리고 여기저기에 사람들이 보였다. 웃고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둥글게 모여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었고 그들만큼이나 즐거워 보이는 개가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정확히 얼마나 오랫동안 날아다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어느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누군가가 옆에 있었다. 광대뼈가 도드라진 푸른 눈의 아름다운 여자. 그는 그녀와 함께 어떤 물체의 표면 위를 타고 있었다. 그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생생한 색채를 띤 복잡한 무늬를 가진 나비의 날개’였다. 사실은 수백만 마리의 나비들이 그들 주변에서 날고 있었다. 나비들은 각기 별개로 노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몸이 되어, 마치 거대한 생명과 색채의 강물이 되어 하늘을 가로질러 날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바라본 순간, 그는 엄청난 위안을 느낀다. ‘그 눈빛을 잠깐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간에 어떤 힘든 일을 당했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삶 전체가 진실로 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느끼게 될 그런 눈빛. ‘로맨틱한 느낌은 아니었다. 우정의 눈빛도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을 넘어선… 지상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종류의 사랑을 넘어선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그런 다양한 종류의 사랑들을 모두 포괄하면서도 동시에 훨씬 더 참되고 순수한, 더 높은 차원의 것이었다.’
세상에서 사용하는 그 어떤 어휘도 구사하지 않으면서 그녀는 말을 한다. 그 메시지는 바람처럼 그를 통과하고, 그는 그것이 진실임을 즉시 깨닫는다. 우리가 평소에 우리 주변의 세상이 덧없는 환상이 아니라 진짜 현실임을 믿고 살아가는 것처럼,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는 그녀의 실체를 믿었고, 그녀가 말없는 말로 전해주는 모든 것을 진짜 진실임을 그냥 알아차린다. 그녀의 ‘말없는 말’을 지상의 언어로 옮기자면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그대는 진실로 사랑받고 있고, 소중히 여겨지고 있어요, 영원히.”
“그대가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대가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은 아무것도 없어요.”
엄청나게 깊은 안도감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온다. 평생 동안 풀지 못했고, 풀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인생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전수받은 것만 같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여기서 많은 것을 보여줄 거예요.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돌아가게 될 거예요.”
그녀의 말대로 그는 결국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돌아온다. 모든 분리가 사라지고 없는 또 하나의 세상, ‘나’라는 개별적인 자아는 분명 더 이상 인식되지 않는데도 오히려 더욱 더 기쁨과 희열감이 넘쳐나는 ‘오직 사랑만이 존재하는 세상’, 자궁 속의 태아처럼 안락하게 느꼈던 저 세상에서 ‘뭔가 남은 할 일이 있어’ 마지못한 듯 이 세상으로 돌아온 그는, ‘육체적 존재’라는 아주 꽉 낀 옷 속으로 비집고 돌아온 듯한 불편함 속에서, 다시 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세상살이를 시작하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종류의 세상인지를 훨씬 더 깊고 넓은 시야에서 이해하게 된 그를 보고, 그의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빠가 어찌나 맑고 투명하게 느껴지는지, 마치 아빠 안에는 어떤 빛이 들어 있어서 바깥으로 비치는 것 같아요.”
▶ 한줄 요약
죽음 앞에서는 우리들 삶은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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