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블러드 심플>
형제 중의 형제, 코엔 형제의 데뷔작 <블러드 심플>이 지난 17일 극장 개봉을 했다. 1984년 작이지만 국내에선 첫 개봉. 늦어도 너무 늦은 방문이다. 오직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만 누릴 수 있는 블랙코미디적 파국. 그 영감의 원천과 이들의 행보에 관한 열세 가지 사실들을 나열해 봤다.
영화 + 철학
코엔 형제는 '사이먼스 락 칼리지'(Simon's Rock College) 출신이다. 매사추세츠 주에 소재한 이 학교는 16세 정도의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미리 대학 과정을 교육해 곧바로 대학 3학년에 입학시키는 영재학교다. 이후 형 조엘 코엔은 뉴욕대 영화과를 나왔다. 그는 졸업 후 조그만 영화 편집 일을 하면서 배운 점이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동생 에단 코엔은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코엔 브라더스
사람들은 코엔 형제를 '두 개의 머리를 가진 감독'이라 불렀다. 에단은 자신들의 작업을 이렇게 묘사했다. "한 사람이 컴퓨터 앞에서 타이핑을 할 때, 다른 한 사람은 책을 평평하게 벌리는 작업을 도맡아야만 한다"라고. 그렇기 때문에 둘은 떨어질 수 없는 평생의 직장 동료임에 틀림없다.
프란시스 맥도맨드
1970대 후반, 조엘 코엔은 짧은 결혼 생활 후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재혼한다. 맥도먼드는 코엔 형제의 <파고>에서 경찰서장 역할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다. 부부 사이가 된 후로도 둘은 종종 감독과 배우로 협업했다. 맥도먼드는 독특하게도 첫 번째 부인이 꼈던 반지를 그대로 착용하고 있는데, 이유는 단순히 "아까워서"라고. 1994년 두 사람은 파라과이에서 남자아이를 입양했다. 이름은 페드로 맥도맨드 코엔이라고 지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엔 형제의 대표작이다. 그 해 2008년 열린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까지 3개의 오스카 트로피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돌아갔다. 지금까지 이 타이틀에 달성한 사람은 단 5명에 불과하다.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2004)으로 피터 잭슨, <애정의 조건>(1984)으로 제임스 L. 브룩스, <대부 2>(1975)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아파트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1961)로 빌리 와일더 감독이 그 주인공.
<바톤 핑크>
칸영화제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이다. 코엔 형제의 네 번째 장편 <바톤 핑크>는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칸영화제에서 <파고>,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로 감독상을, <인사이드 르윈>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엔딩 크레딧
로드릭 재인스
코엔 형제의 거의 모든 영화를 편집한 것으로 알려진 로드릭 재인스(Roderick Jaynes)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조엘과 에단이 만든 가짜 이름이며, 편집은 형제가 직접 했다. <파고>로 아카데미 편집상 후보에 올랐고, 대리 수상이 금지되는 바람에 밝혀지게 됐다.
<블러드 심플>
블러드 심플
데뷔작 <블러드 심플>을 만들게 된 비화가 남다르다. 이들은 3분짜리 예고편을 촬영해 놓고, 고향의 부유한 유대인 100명에게 보여줬다. 코엔 형제 그들도 유대인이었는데, 총 68명에게서 85만 5천 달러를 투자 받았다. 이 자금으로 8주 만에 영화를 만들었다. <블러드 심플>은 제1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다.
<위대한 레보스키>
즉흥 연기를 거부한다
만일 뛰어난 배우가 대사를 즉흥적으로 뱉기 시작할 때, 코엔 형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멋지긴 했지만 대본에 쓰여있는 대로 해볼 수 있나요?" 코엔의 영화는 최종 대본에 쓰인 것과 거의 다름이 없다. 그 와중에 배우 존 터투로는 이 룰을 깬 최초의 사람이다. <위대한 레보스키>에서 볼링공을 핥거나 춤을 추는 등 즉흥 연기를 마음껏 펼쳤다.
<시리어스 맨>(위),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아래)
오해, 오해, 오해, 파국
코엔 형제 영화에 두드러지는 특징. 오해나 실패는 수도 없이 반복되며, 대화는 빠르게 오고 간다. 영화의 말미엔 언제나 실패한 범죄 행각처럼 블랙코미디적인 파국이 기다리고 있다. 형제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건, 아주 능숙한 사람들이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는 그런 경우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파고> 스티브 부세미, <번 애프터 리딩> 프란시스 맥도맨드, <바톤 핑크> 존 터투로, <위대한 레보스키> 존 굿맨
코엔 사단들
일명 코엔 사단이라고 불리는 배우들이 있다. 3회 이상 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스티브 부세미, 프란시스 맥도맨드, 존 폴리토, 존 굿맨, 존 터투로, 조지 클루니, 마이클 바다루코 등이다.
<허드서커 대리인>
<파고>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위대한 레보스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
촬영계의 명장 로저 디킨스와 주로 협업해 왔다. <바톤 핑크>로 함께한 이후 <허드서커 대리인>, <파고>, <위대한 레보스키>,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리어스 맨>, <더 브레이브>, <헤일, 시저!>를 모두 로저 디킨스가 촬영했다.
<나바론 요새>
좋아하는 영화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를 묻자, 그들은 1950-60년대에 저급하다고 취급되던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몇 편을 꼽았다. <보잉707 보잉707>, <글로벌 어페어>, <필로우 토크> 등. 그중 최고는 <나바론 요새>(1961)라고 말했다.
<바톤 핑크> 스토리보드
시나리오 작법
코엔 형제는 독특한 시나리오 작법으로도 유명하다. 이를 참고하면 예상치 못한 전개로 똘똘 뭉친 그들의 영화에 수긍이 갈 수 있다. 우선 각본을 쓰기 시작할 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등장인물은 누구인지' 등에 무관심하다. 단지 흥미로운 하나의 장면을 떠올린다. 다시 다음 장면에 대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이 작업을 반복한다. 이러한 작업 방식 덕분에 코엔 형제는 시나리오를 쓰던 도중에 다른 시나리오 작업을 동시 진행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령, <바톤 핑크>는 <밀러스 크로싱>을 쓰는 동안에 완성됐고, <위대한 레보스키>의 초반 40페이지 분량은 <바톤 핑크>에 매진하는 동안 쓰였다.
글 심미성(온라인뉴스2팀 기자) 2019-10-27
씨네21 리뷰 <블러드 심플> 35년 만에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는 코언 형제의 데뷔작
코언 형제의 데뷔작 <블러드 심플>(1984)이 35년 만에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한다. 형 조엘 코언과 동생 에단 코언이 함께 만든 <블러드 심플>은 미국 독립영화를 이끌어갈 새 기수의 등장을 알린 영화이자 거장으로 성장하는 두 형제 감독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영화는 애비(프랜시스 맥도먼드), 줄리안(댄 헤다야), 레이(존 게츠)의 삼각관계에 사립탐정 로렌(에밋 월시)을 주요 변수로 등장시킨다. 술집을 운영하는 남편 줄리안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애비는 줄리안의 술집에서 일하는 레이와 불륜을 저지른다. 사립탐정 로렌을 통해 애비의 외도를 알게 된 줄리안은 살인을 청부하는데, 로렌은 돈만 챙기고 사람은 살려둘 요량으로 사건을 조작한다. 이때부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인다. 잘못된 추측과 오해, 거짓말과 무지가 이들의 관계를 파탄낸다.
35년 전 영화인 만큼 배우들의 초창기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크다. <파고>(1996)와 <쓰리 빌보드>(2017)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번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데뷔작이 바로 <블러드 심플>이다. <블러드 심플> 이후 조엘 코언과 결혼한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아리조나 유괴사건>(1987),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 <헤일, 시저!>(2016) 등 코언 형제 영화에 단골로 출연한다. 간결하고 힘 있는 하드보일드 범죄영화 <블러드 심플>은 제1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 이주현 2019-10-16
자료출처: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