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완치가 되었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릅니다”
“항상 긴장해야겠네요?”
“그렇죠! 늘 긴장 속에 살아갑니다”
“아이가 언제 가장 힘들어 합니까?”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죠”
“이상한 시선이요?”
“아주 어렸을 때는 오히려 괜찮아요! 그러다가 애가 사춘기라도 되면 자신에 대해 비관하는 거죠!”
“다 알려진 병 아닌가요?”
“그렇지만 애한테는 그게 스트레스인 거죠?”
“아~ 차라리 모른 척 해 주는 것이 좋겠네요?”
“교장 선생님이 배려한다고 ‘이 아이는 투병 중이란다’하는 이야기의 꼬리표가 중학교까지 달고 가게 되는 거죠!”
“아예 모른 척 해도 무관심하다고 서운해 하지 않나요?”
“그렇기도 해요, 참! 어렵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요?”
“지원을 받는다 해서 모든 것을 해 주는 것은 아니지요!”
“아~ 그렇군요?”
백혈병소아암협회의 임원들을 만났습니다.
이미 자녀들이 백혈병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부모님들입니다.
아직도 아이가 투병중인 분도 있고, 다소 치료의 혜택을 받아 일단 경과를 보면서 기본 치료만 진행하는 분도 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차라리 뭔지 모르고 칭얼대기만 했는데
성장하면서 자신에 대한 비관과 숨어 들어가려는 자폐성 행동으로 더 큰 상처를 받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냥 ‘그런가 보다’하지만 정작 본인들에게는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것 같은 상실감이 역력히 묻어나옵니다.
후원이라는 미명하에 한차례 뻐쩍찌근 한 사진 찍기와,
내세우기에 들러리가 된다 생각하면 ‘이내 마음이 굳게 닫힌다’는 자조 섞인 말도 스스럼 없이 나옵니다.
유전이라는 말에도 상처 받고, 주의하지 못해서 불현듯 찾아온 병마에 게으른 자신에게 화살을 퍼 붓고는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화살은 후원자들의 보여 주기식, 일시적인 행사에 분노(?)마저 불러일으킵니다.
이야기의 핵심이 흐려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되어지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이내 밀려옵니다.
‘형평성 운운!!’하면서 달려서는 안 되는 아이에게 달리기를 시킨 체육선생님이나,
오랜 투병으로 학습기회를 얻지 못해 저능아처럼 되어버린 아이에게
‘학습 포기’란 단어로 상처를 주는 철부지(?) 선생님 앞에서는 하염없는 눈물만이 앞을 가린답니다.
‘완치’란 단어보다도 ‘치료중단’이라는 단호한 단어 수정이 듣는 이로 하여금 서글픔의 극치를 경험케 합니다.
‘어째서?’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부모 때문에 아이가 저 고생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치료가 가능한 거 맞아?’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는 병원비는?’
결국 가슴 아픈 한풀이로만 들릴 것 같아 이야기를 그만하겠다는 이야기에 그만 고개가 숙여집니다.
겨우 달리기를 통해 뭔가를 했다고 자부심 가지려는 얄팍한 동정심이 한 순간에 무너집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돕고,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받는단 말인가?
그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하게 작은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껏 힐링이 되어 거꾸로 위안을 삼는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통장과 함께 도장을 건네주고는 비밀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아 한동안 소동을 피웁니다.
‘조건 없이 사용하시면 됩니다.’
‘네?’
‘전부 가져 가세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기부식(?)은 끝났습니다.
100회 마라톤까지 모아진 적지만 꽤 큰 금액(\13,037,850)은 소아암협회 임원들에게 넘겨졌습니다.
분명 아이들에게 큰 희망의 씨앗이 되리라 믿습니다.
다음 번 마라톤에는 꼭 자신들도 ‘함께 달리겠다’는 의욕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연습 없이 달리면 안 되는데~~~
숫자로 보는 국내 소아암 현황
1위 ; 아동 질병사망원인
아동 질병사망원인 1위인 소아암은 완치되려면 수년이 걸리는 ‘만성질환’으로,
정부의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16명 ; 1년에 10만 명당 16명 환자 발생
소아암은 10만 명당 16명꼴로 발생한다.
국내 소아암 발병 환자 수는 연간 약 1,600여명이며,
총 진료비는 84억원 가량 늘어났다.
2년 ; 치료기간
소아암의 특성상 통원치료와 재입원을 반복해야 하는 탓에
치료기간만 2~3년이 걸린다.
80% ; 완치율
최근에는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아암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5년 생존율(완치)가 70~80%에 달한다.
- 사단법인 한국 백혈병소아암 협회 -
첫댓글 희순꼬 좋은일 많이하누만 ㅉㅉㅉ
젊음을 피워주는 기부천사가있어 세상은 행복합니다
소아암 말고도 불치병 몇가지가 또 있습니다 제 친조카녀석(친동생아들)도 약10년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어린아이들
병이 제일 답답하더라구요~ 나이든 사람들은 좀 덜한데......희순꼬 좋아요~~^^
희순꼬는 조용히... 삶을 아름답게하네^^ 멋쟁이 ㅎ~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