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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정기법회 관련] 「자애경」 "어느 곳, 누구든지 얕보면 안 된다네" 구절과 관련된 위두다바 일화
「자애경」 "어느 곳, 누구든지 얕보면 안 된다네" 구절과 관련된 위두다바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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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창스님, 불방일, 『부처님을 만나다』, pp.438~445
사끼야 족의 멸망
꼬살라국의 빠세나디Pasenadi 왕은 부처님의 승단과 친밀해지기를 원했습니다. 왕은 자기가 사끼야 족과 결혼을 해서 부처님과 친인척이 되면 부처님을 자주 뵐 수 있으니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끼야 족에게 자기와 결혼할 공주를 한 명 보내달라고 통보했습니다.
빠세나디 왕의 통보를 받은 사끼야 족은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당시 꼬살라 국은 강대국이었고 사끼야 족은 약소국이었으므로 이는 거의 명령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끼야 족은 자기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해서 같은 사끼야 족이나 야소다라 비의 종족인 꼴리야 족과만 결혼을 했습니다. 만약 공주를 보내지 않으면 강대국인 꼬살라 국이 침략을 해 와서 멸망할 수 있고, 그렇다고 자기 종족이 아닌 사람과 결혼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끼야 족의 마하나마Mahānāma 왕은 고민 끝에 자신과 시녀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를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버지는 왕족이지만 어머니는 천민이어서 혈통이 완벽하지 않은 공주를 보내기로 하고 그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습니다. 빠세나디 왕은 공주가 사끼야 족의 순수한 왕족인 줄 알고 기뻐하며 결혼을 했습니다.
사끼야 족 출신의 왕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을 낳았고 위두다바Viḍūḍabha725)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위두다바 왕자가 자라면서 보니 다른 왕자들은 외가 친척들과 왕래도 자주 하고 선물도 주고받는데 자기만 그렇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 왕자는 어머니에게 왜 자기는 외가와 왕래가 없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외가댁이 멀어서 못 간다는 등의 핑계를 댔지만 아들이 계속해서 조르자 할 수 없이 외가에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왕자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왕자의 어머니는 미리 친정에 전갈을 보내서 아들을 보낼 테니 절대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하게 주의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끼야 족의 왕은 위두다바 왕자가 오기 전에 위두다바 왕자보다 나이가 어린 왕자와 공주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보냈습니다. 사끼야 족은 원래 자기보다 종족이 낮거나 서열이 낮은 사람에게는 절대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왕족들이 자기보다 나이는 많지만 서열이 낮은 위두다바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미리 조치를 취해 둔 것입니다. 그래서 위두다바가 외가에 도착해 보니 자기는 계속 인사를 하는데 자기에게 인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위두다바는 며칠 동안 사끼야 족으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은 후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려고 궁을 나섰습니다. 그때 호위병 한 명이 깜박 잊고 두고 온 무기를 가지러 돌아갔다가 한 궁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궁녀는 왕자가 앉았던 자리를 우유로 씻으면서 “에이, 천민의 자식이 앉았던 자리!”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호위병이 자기가 들은 말을 다른 병사들에게 전하면서 소문은 순식간에 위두다바 왕자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위두다바 왕자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듣고 크게 분개하여 사끼야 족에게 복수를 결심했습니다.
‘내가 앉았던 자리를 우유로 씻었다고? 내가 왕이 되면 그 자리를 사끼야 족의 피로 씻어버리겠다.’
그렇게 사끼야 족에 대한 복수심을 계속 품고 있던 위두다바 왕자는 왕이 되자마자 사끼야 족을 멸망시키기 위해 까삘라 성으로 쳐들어갔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끼야 족에게 위험이 닥쳤다는 것을 아시고 두 나라의 경계가 되는 장소에 먼저 가 계셨습니다. 위두다바 왕의 군대는 무성한 가지가 햇빛을 막아 주어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 머물러 있었고, 부처님께서는 햇빛이 그대로 쨍쨍 내리쬐는 앙상한 나무 밑에 앉아 계셨습니다.
그것을 본 위두다바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이렇게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더운 날 왜 그늘이 없는 앙상한 나무 밑에 앉아 계십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대답하셨습니다.
“왕이시여, 친족의 그늘은 참으로 시원한 법입니다.”726)
위두다바 왕은 부처님께서 사끼야 족을 침략하지 말라는 뜻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그냥 군대를 이끌고 돌아갔습니다. 왕은 그 후에도 두 번이나 더 군대를 이끌고 갔지만 그때마다 부처님께서 같은 장소에 앉아 계셨기 때문에 그대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위두다바 왕이 네 번째로 군대를 이끌고 갔을 때 부처님께서는 이제 더 이상 위두다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사끼야 족 사람들이 과거 생에 강물에 독을 뿌려 살생을 많이 했던 과보가 무르익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더이상 국경으로 가지 않으시자 위두다바 왕은 사끼야 족을 멸망시키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까삘라 성으로 쳐들어갔습니다.
사끼야 족은 오계를 잘 지키는 사람들이었으므로 살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화살을 쏘는 실력이 뛰어났는데도 일부러 방패 사이로 화살을 쏘거나 귀에 구멍을 내는 정도로 위협만 하고 상대방 군사를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위두다바 왕은 사끼야 족이 자기 군사를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서 “우리는 사끼야 족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만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위두다바의 군사들은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먼저 사끼야 족인지 아닌지를 물었습니다. 사끼야 족이라고 진실을 말하면 죽음을 당하게 되고, 사끼야 족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면 죽음을 피할 수는 있지만 오계를 어기게 됩니다.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끼야 족은 오계를 지키면서 죽음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쓰는 빠알리어의 동음이의어를 이용했습니다.
빠알리어로 ‘노no’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아니다’라는 부정을 나타날 때도 쓰이고 ‘우리들’이라는 일인칭 복수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그래서 위두다바의 군사가 “사끼야 족이냐, 아니냐?[Tumhe sākiyā, no]”727)라고 물었을 때 사끼야 족은 풀잎을 입에 물고 “노 사꼬 띠낭[No sāko tiṇaṁ]”728)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은 “우리들은 풀잎 사끼야 족이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병사들은 “풀잎 사끼야 족이 아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듣고 사끼야 족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죽이지 않았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갈댓잎을 입에 물고 “노 사꼬 날로[No sāko naḷo]”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우리들은 갈대 사끼야 족입니다”라는 뜻이 되지만 위두다바의 군사들은 역시 “갈대 사끼야 족이 아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생각해서 죽이지 않았습니다.
사끼야 족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이렇게 지혜를 냈던 것입니다. 그 이후로 그들은 풀잎 사끼야 족, 갈댓잎 사끼야 족으로 불리었고, 그렇게 해서 사끼야 족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위두다바 군사들의 전생업과 과보
위두다바의 군대는 사끼야 족을 멸망시키고 회군을 했습니다. 회군하는 도중 날이 어두워지자 한 무리의 군사들은 강둑 위에서 쉬고 있었고 또 한 무리의 군사들은 강가로 내려가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많은 개미떼들이 몰려왔습니다. 놀란 군사들은 우왕좌왕하며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강둑 위에 있던 군사들은 강가로 내려왔고 강가에 있던 군사들은 강둑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군사들이 잠든 한밤중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강가에 있던 군사들은 다 쓸려 내려가 버렸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회군하던 위두다바의 군사들이 강가에서 잠을 자다가 폭우에 휩쓸려 다 죽어버린 사실을 알고 살생업의 과보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강가에 있다가 강둑으로 올라가 목숨을 건진 사람은 전생에 큰 살생업이 없었던 사람들이고, 강둑에 있다가 강가로 내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살생업이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살생업이 있는 사람은 강가로 내려와 죽게 되었고, 살생업이 없는 사람은 강둑으로 올라가 죽음을 면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살생업의 과보가 나타날 때는 그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사끼야 족이 멸망한 것도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사끼야 족들이 계를 잘 지키고 살았는데도 비참하게 죽자 그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구들 사이에 말이 많았습니다.729)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금생만을 보면 공평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의 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시며 사끼야 족 사람들이 과거 생에 어부로서 강물에 독약을 풀어 많은 물고기를 죽였던 일을 말씀해 주셨습니다.730)
사끼야 족의 경우처럼 선한 행위를 한 사람들이 나쁜 과보를 받는 모습을 보며 선업을 짓는 것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혹은 극단적으로 모든 것이 다 업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여러 가지 결과가 있으며, 업은 그 여러 가지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731)
악업이든 선업이든 조건이 성숙되면 언제든 그 결과가 나타나지만732) 그 결과를 받는 시기는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같은 악업을 지어도 바로 그 다음 생에 지옥에 태어나기도 하고 지옥에 태어나지 않기도 합니다.733) 다만 조건이 성숙되었을 때 결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시작을 알 수 없는 과거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윤회하면서 무수히 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일반 범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러한 악업들의 과보가 나타날 조건을 가능한 차단하는 것입니다.
조건이 무르익는 것을 차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은 바로 선한 마음을 계속 일으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동시에 두 마음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선한 마음을 일으키면 그 순간에는 불선한 마음이 생겨날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선한 마음이 일어난다면 불선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불선한 마음의 힘은 점점 약해질 것입니다.
이미 불선업을 행했다면 그것들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도록 선업을 지으면 됩니다. 선업은 불선업이라는 바위를 가라앉지 않게 해주는 배와 같습니다.
작은 돌멩이를 바닷물에 던지면 어떻게 됩니까?
가라앉습니다
큰 바위를 던지면 어떻게 됩니까?
역시 가라앉습니다
큰 바위를 가라앉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큰 배 위에 올려 놓으면 됩니다
선업은 배와 같습니다734)
악업 자체가 이미 행해진 것이라 어쩔 수 없다면 그것들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도록 선업이라는 배를 잘 만들면 됩니다. 큰 배를 만들수록 큰 악업들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보시의 배보다는 지계의 배가 더 튼튼합니다. 지계의 배보다는 사마타 수행의 배가, 사마타 수행의 배보다는 위빳사나 수행의 배가 더 튼튼합니다. 위빳사나 수행을 통해 적어도 수다원이라는 배를 만들었다면 절대로 사악처에 빠지는 일 없이 편안한 항해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수다원 이상의 성자들은 다시는 사악처에 태어나지 않고 행복하고 편안한 선처에 태어나다가 적어도 일곱 생 안에 아라한이 되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니 이번 생에 수다원의 배를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수다원의 배가 부담스럽다면 보시의 배, 지계의 배부터 차근차근히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아무런 배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윤회의 거센 흐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크나큰 고통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725) 미얀마에서는 위따뚜바Viṭatūbha라고 한다.
726) ‘나무의 그늘보다 더 시원한 것이 친척의 그늘이다. 친척의 그늘보다 더 시원한 것이 부모의 그늘이다. 부모의 그늘보다 더 시원한 것이 스승의 그늘이다. 스승의 그늘보다 더 시원한 것이 왕의 그늘이다. 왕의 그늘보다 더 시원한 것이 부처님께서 설해 놓으신 가르침의 그늘이다.’ Bhaddanta Candāvara, 《Ayeikpama (그늘의 비유)》, p.3.
727) 이때 no는 ‘아니다’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728) 이때 no는 ‘우리들은’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729) 업과 업의 원인에 대해서 깊이 사색하면 안 된다. 보통 사람들이 아무리 사색해도 알기 힘들고 또 알려고 노력하면 미치거나 곤혹스럽게 되는 네 가지가 있다. 그것은 부처님의 경지, 선정의 경지, 업과 업의 과보, 세상에 대한 사색이다. 《앙굿따라 니까야》 제2권, 〈생각할 수 없음 경〉, pp.212-213 참조.
730) 부처님께서는 자주 두통을 겪으셨다. 그것은 과거 생에 이 어부의 가족으로 태어나 직접 물고기를 잡지는 않았지만 친족들이 물고기를 잡고 죽이는 것을 즐겁게 바라본 악업의 결과라고 한다. 이것이 부처님의 여덟 번째 악업의 과보이다. 《대불전경》 IX, p.134 참조. 사끼야 족의 멸망에 관해서는 《법구경 이야기》 제1권, pp.513~541도 참조하라.
731)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여러 가지 결과가 있는 것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청정도론》 제3권, p.78 참조.
732) 《법구경 이야기》 제2권, p.326 참조.
733) 《앙굿따라 니까야》 제1권, 〈소금덩이 경〉, pp.569~576 참조.
734) 《밀린다왕문경》 제1권, p.183 참조.
첫댓글 사두사두사두
사두 사두 사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