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출근을 하여 전산시스템을 켜면 제일 먼저 공지사항을 보고, 다음 번이 점심 식단을 본다.
물론 이어서 회진이니 병실 환자와 외래가 있는 날은 외래 환자를 파악하지만.
오늘의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아욱국에, 닭을 무서워하는 처한테 얻어 먹기 힘든 닭 카레 튀김.
우리 병원의 닭카레 튀김은 패스트 푸드 어느 가게 보다도 맛이 있다.
단지 흠이라면 젊은 애들이 자유배식이라 여러번 가져다 먹으니까
늦게 일하다 식당에 오는 사람들은 응급처치로 나온 다른 반찬일 가능성이 많다.
외래에 내려와서 환자명단을 보니까 나의 고등 동기가 접수되어 잇다.
이러면 병원 식당의 점심 식사가 어렵다.
친구와 잡담도 하고 점심도 같이 먹어 주어야 하니까.
날씨도 궂고 해서 병원의 돈내는 식당을 가기로 하고
문을 연후로 내가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는 "큰솥 설렁탕"으로 안내한다.
설렁탕이라면 원래 서울음식이 아닌가.
여기에 곁들여 나오는 깍뚜기 역시 서울 음식.
하숙을 하던 60년 대에는 신촌의 친구집에서 밤새 놀고 신촌역앞의 "신촌 설렁탕"집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도 하였고, 아직 남아 있는지 몰라.
한남동 국방부 특수 정보부대에 근무할 때는
바로 부대 앞, 현 크라운 호텔 앞의 설렁탕 맛을 잊지 못하여 부대를 옮긴 후에도 찾아 가곤 하였다.
언젠가 딸애가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
처가 부산의 처가에 간다해서 이른 새벽 고속 터미널에 데려다주고 "영동 설렁탕"에 같이 들렀더니
사람들이 우리 모녀를 보는 눈초리가 무슨 미성년자와 밤을 보내고 해장하러 들린 것처럼 보여
난처한 적도 있었다.
요즈음 내가 한번 씩 들리는 곳은 우면산 산책 후 가까운 "신선 설롱탕" 과 법원 앞의 "푸주옥"이다,.
지난 토요일에도 서초역 부근의 "한일 기원"에서 중고등 동기 바둑대회가 있어 갔다가
이번 토요일을 잘 못알고 가서 허탕을 친 김에 그냥 오기에는 억울하여 법원 앞의 "푸주옥"에 가서
설렁탕 2인분과 깍뚜기 포장을 해와서 두끼나 맛있게 먹은 적도 있다.
큰 솥이니 Big pot는 맞는 것 같은데 웬지 생경스럽다.
보이는 주방에 이렇게 큰 솥을 걸어 놓고 끓이니 먹음직 스럽다.
처음 들어간 음식점에서는 그 집의 대표식단을 시키거나
무엇이 맛이 있느냐고 물으면 된다.
물론 흉악한 집에서는 재고가 많이 남은 음식을 처리하려고 엉뚱하고 맛없는 걸 추천할 수도 있으나
나야 우리병원에서는 그런 대접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앉아 있으니 미안하게도 바로 옆가게의 순대집 아줌마가 인사를 하고 가고
훤히 비치는 유리 창 밖으로 가며 오며 인사를 하는 직원들이 많다.
먼저 막걸리 한통을 시키고 기다리니 오지를 않는다.
알아보니까 바깥에 사러 갔다면서, 하기사 점심 먹으면서 중인 환시리에 막걸리 먹으려는 내가 나쁘지.
맥주나 소주는 유효기간이 길어 냉장고에 보관을 할 수 있으나 막걸리는 그렇치 않은 탓.
퍼다 주는 설렁탕이라 금방 나왔고 먹을 만하다.
김치보다 깍뚜기도 적당히 익었고
다른 반찬 한가지는 오징어 젓.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으면서
친구와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점심시간을 즐기다가 일어서
친구가 계산을 하니까 설렁탕 두그릇과 막걸리 한통 합이 2만원.
앞으로 종종 와야 겠다.
식사 후 내 연구실을 구경하겠다 하여 중앙관 6층으로 올라와 보안카드로 문을 열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를 꺼내 나누어 먹었다.
아, 냉장고 안에 한산에서 나의 오랜 환자가 담그어 보내 준 "소곡주"도 보이는 구나.
첫댓글 설렁탕의 김치는 깍뚜기가 아니라 무를 잘라 놓은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