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남매일 신춘문예 詩〉
- 당선 소감 / 강일규
"아픈 이들 보듬는 따뜻한 시 쓰겠다"
시클라멘 화분에 영희 씨 젖꼭지만한 붉은 망울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꽃을 터트리기 전 베란다에서 햇살을 즐긴다는 그녀, 피고 지면 또 다른 꽃대가 올라온다 했습니다. 더 이상 꽃이 피지 않을 때가 여름이라고 했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요” 라는 말에 물기 어린 글을 썼다 지우고 다시 또 쓰고….
오늘, 꽃이 피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첫눈이 내리는 퇴근길이었지요. 한겨울에 이토록 화사한 꽃을 피우다니…. 올해를 넘기지 않아 다행입니다. 눈발이 바로 땅에 닿지 못하고 공중에 부유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저들도 심장이 뛰는구나.’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운전을 멈춰야 했습니다. 눈의 방향을 따라 걸었습니다. 큰길의 환한 불빛을 의지한 골목은 차갑고 희미했지요. 내 시작의 지향점과 닮아 있습니다. 삶의 무게를 시의 무게로 받아들일 때까지 겸허한 자세로 정진하겠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아프고 힘든 이들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시를 쓰겠습니다. 그런 글들이 모여 내 자신을 표현하는 수식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기쁨에 가장 빨리 전염된 나의 영희 씨, 연수와 지연이 사랑해. 그동안 응원해 줘서 고마워.
시의 첫 걸음을 올곧게 일깨워 준 강희안 교수님, 인문학 강의로 시적 사유를 확장 시켜 준 소설가 연용흠 교수님, 좌절과 절망으로 방황할 때마다 시의 연을 단단하게 붙잡아 준 이돈형 시인님, 시의 길에서 만난 수레바퀴문학회와 시깡패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게 따뜻한 손 내밀어 주신 강대선 심사위원님과 전남매일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강일규 시인
- 1958년 충북 영동 출생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문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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