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사 노조, ‘공동교섭’ 요구 사측 압박
“경제위기 고려않은 무리한 행보… 지역경제 악영향 우려”
전문가 “산별교섭 부활 의도·인사경영권 침해 소지 다분” 분석
사측 거부의사 분명… 전 집행부도 추진했지만 현안차로 무산
현장조직 “현실적 불가” 비판… 통상임금도 회사별 상황 달라
현대자동차 노조 등 현대기아자동차그룹사 노조들이 ‘공동교섭’ 에 대한 요구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룹사 노조들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함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과 별개로 ‘공동교섭’을 하자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같은 요구가 조선·해운업계를 시작으로 산업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경영난을 고려하지 않은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그룹사 노조(이하 노조)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요구사항은 △자동차 및 철강·철도산업 미래전략위원회 구성 △재벌의 사회적 책임 강화 △통상임금 정상화 및 실 노동시간 단축 △노조활동 보장 및 노사관계 발전 등 4가지다.
노조의 공동교섭 요구는 ‘산별교섭’을 부활시키려는 의도가 있고, 회사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산별교섭’은 지난 2006년 출범 후 10년 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현재 금속노조 산별교섭에는 조합원 15만여명 중 1만7,000여명(11%)만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사 노조를 동원하면 참여자를 9만여명(6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속노조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총파업 동력을 쉽게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최모(47) 공인노무사는 “산별교섭과 마찬가지로 공동교섭은 사업주의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기에 교섭을 거부할 수 있고, 노조는 이를 이유로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노조가 공동교섭 요구와 개별 사업장별 교섭을 병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공동교섭 무산 시 이와 관련한 파업을 활용해 추후 총파업 동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공동교섭 요구안은 각 사업장별로 다른 근로조건과 경영환경이 반영되지 않아, 사측은 물론 노조 내부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그룹은 그동안 노조의 공동교섭 요구와 연대투쟁 추진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회사별 급여, 복지, 근로환경 및 조건, 재정, 지불능력 등이 모두 다른 상황이라 노조의 공동교섭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노조의 공동교섭 추진은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지부의 문용문, 이경훈 집행부 등도 공동교섭이 추진됐지만 사업장별로 현안 차이로 무산됐다.
지난 3월 현대차 노조 내 일부 현장노동조직들은 “동종사간 공동교섭도 어려운데 부품사, 철강, 철도차량·방산, 공작기계 등 이종업종간 공동교섭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라며 자조 섞인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관련기사 본지 2016년 3월 7일 6면 보도)
또 공동요구안에는 계열사 구조조정과 매각, 납품단가 결정, 주식 배당금 활용문제 등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기상여금과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요구도 회사 경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통상임금 문제는 회사별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현대차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 1심과 2심에서 노조는 사실상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노조와 함께 통상임금 문제를 임금체계 개선과 함께 이미 협의를 하고 있다.
노동시간 축소 요구도 걸림돌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미 2013년 3월과 올해 1월 근무형태를 ‘기존 주·야 각10시간씩 2교대 근무에서 8(주간 1조 8시간)+9(주간 2조 9시간) 이후 8(주간 1조 8시간)+8(주간 2조 8시간)’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정착시키며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이런 가운데 임금 등 기득권 저하 없이 연간 근로시간을 1,800시간 이하로 줄이자는 것은 사실상 임금 인상 요구로 볼 수 있다.
노동계 전문가 김모(47)씨는 “공동교섭 요구안을 살펴보면,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요구가 대부분이다”며 “산업계 전반에 나타나는 경영난을 고려해 노조는 현실적인 안을 회사 측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